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미국 CBS와 한 인터뷰에서 "문정인 특보가 그런 언급을 했다는 것을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문정인 교수는 영구적인 특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특보와 나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편안한 관계로, 그는 학자이고 앞으로도 학자로 자유롭게 활동할 것"이라며 문정인 특보가 '학자로서의 사견'을 피력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문정인 특보의 자문이 필요할 때는 특정 이슈에 관련해 자문을 구할 것이지만, 구체적인 전략, 전술에 관련된 것이라면 이는 먼저 (청와대와) 논의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핵이 중단되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발언으로 보수가 공격에 나서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내와 미국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정인 특보와 똑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 동결이 충분히 검증된다면, 거기에 상응해서 우리도 한미 간의 군사 훈련을 조정하거나 축소하는 등 상응하는 조치를 단계별로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부정한 셈이다. (☞관련 기사 : '문정인 때리기' 편승한 청와대의 자기부정)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북한의 그릇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있어선 안 된다고 믿고 있고, 북핵 문제는 한국의 단독적이거나 일방적 행동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미 동맹을 해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사드 시스템의 레이더와 발사대 두 대는 이미 배치돼 운영되고 있다"며 "새 정부는 여기에 어떤 변화도 주지 않았다. 저는 이 결정을 이전 정권에서 했다는 이유로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문정인 특보는 21일 인천공항에서 귀국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학자로서 얘기했을 뿐 이게 큰 문제가 되나"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문 특보는 "학술회의에 가서 얘기한 걸 갖고 왜 이 모양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정인 특보는 '특보라는 자격으로 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특보지만, 교수가 내 직업이고 대통령에게는 자문을 해주는 것"이라며 "내 자문을 선택하고 안 하고는 그분(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문정인 특보의 발언에 선을 그음으로써 외교적 운신의 폭을 좁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대통령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한미 여론 때문에 곤경이 커지니 카드 하나를 버린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문정인 특보는 앞으로 아무 얘기도 못하게 되지 않나"라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문정인 특보는 밖에서 센 발언을 하고, 국내에선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다, 결정된 게 아니다'라고 나가야 쌍날개가 될 텐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의도적으로 외교적 카드 하나를 버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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