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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성범죄, 세계 곳곳서…철군밖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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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성범죄, 세계 곳곳서…철군밖에 답이 없다

[찰머스 존슨 '오바마의 제국']<下> 동료 여군도 피해자 수두룩

미국 대외정책을 제국주의로 규정한 찰머스 존슨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밝히는 '미국이 제국을 청산해야 하는 3가지 이유'(☞원문 바로 가기)를 세 차례에 나눠 연재한다.

☞1편
"감당할 수 없는 군사 제국, 소련의 전철 밟고 있다"
☞2편 "베트남의 미군, 아프간의 소련군…다시 아프간의 미군" <편집자>

3. 미국 제국의 비밀스런 수치를 끝내야 한다

지난 3월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밥 허버트는 "강간 혹은 다른 형태의 성폭력은 미국의 가장 큰 수치다. 이 문제는 가능한 한 은밀히 감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올해 미 국방부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미군 성폭력 사건은 거의 9%가 늘어난 2923건이 있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미 여군이 당한 성폭력 사건은 각각 25%나 증가했다.

얼마나 기괴한 일인가. 전투로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이 같은 군복을 입고, 같은 줄에 서 있는 남성 군인으로부터도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걱정을 껴안고 있다."
▲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지난 5월 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여군 병사를 격려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해외 기지에서 미군이 지역 사회 인근에 배치되고, 그들이 마치 정복자인 양 주민들을 괴롭히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예컨대, 64년 전 미국이 일본에서 가장 가난한 오키나와 섬에 육·해·공군 모두를 영구적으로 주둔시킨 후, 이 지역 여성에 대한 미군의 성폭력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지속됐다.

특히 1995년 이 섬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 2명과 해군 1명이 12살 소녀를 납치해 강간, 살인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키나와에서는 2차 대전 후 가장 큰 규모의 반미시위가 있었다.

이제 미군의 성폭력은 모든 대륙에서 자행될 정도로 미군 기지와 떼어낼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또한 이 문제는 부시 정부의 대외 정책이나 가난한 국가의 지하 자원을 착취하는 것만큼이나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고 있다.

미군은 자기네 여군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거의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인종적 편견과 약탈성을 가진 미군 옆에 살아야 하는 무고한 현지인을 보호하는 데에도 손을 놓고 있다. 허버트는 "성 범죄자를 기소한 군 내부의 기록은 그저 나쁜 정도가 아니다. 최악이다"라고 썼다.

미군 최고 사령부와 미 국무부는 이른바 '주둔군 지위 협정(SOFAs. 소파협정)에서 미군이 주둔지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때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현지 사법 절차를 미 정부가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소파협정은 미군 범죄자가 현지 당국의 체포 전에 해당 국가를 쉽게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랫 동안 일본에 거주했던 한 호주인 교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녀는 2002년 4월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있던 키티 호크 항공모함 소속 선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녀는 가해자를 식별할 수 있었고, 미국과 일본 당국에 이 선원을 고발했다.

그러나 그 선원의 체포 및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고, 도리어 그녀는 일본 경찰로부터 모욕을 당했다. 한편, 미국은 가해자 선원을 제대시키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허락했다. 가해자가 일본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데 미국이 일조한 것이다.

이후 이 여성은 문제의 진실을 밝히려 알아보는 중에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약 50년 전인 1953년 10월 미국은 일본과 맺은 소파협정에 '비밀 양해 각서'를 넣었는데, "일본에 중대한 국가범죄가 아닌 경우, 일본은 미국 범죄자의 사법 권리를 포기한다"란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소파협정 '부속 의정서' 협상에서도 미군 처벌 규정에 대해 매우 강력히 자국의 입장을 피력했다. 만일 이 규정이 없어지면 매년 350명에 달하는 미군 성범죄자들이 일본의 감옥에 가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 이후 미국은 캐나다, 이스라엘, 아일랜드, 덴마크와의 소파협정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조항을 넣게 된다. 2001년 발간된 <주둔군법 편람>에 따르면, 일본 사례를 겪은 미국이 미일간 협정을 전세계 소파협정의 규범으로 만든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범죄를 저지른 미군 3184명 중 83%가 기소를 당하지 않았다.
▲ 지난 5월 26일 필리핀 시민들이 미국과의 VFA협정체결 10주년을 맞이해 성폭행한 미군 병사를 소환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또한 미국은 이라크와도 전후 일본과 맺은 것과 매우 유사한 소파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범법 행위를 한 미군과 미군 관계자는 이라크 사법기관이 사고를 조사하는 기간 동안 미군 당국에 구류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범죄자가 현지에서 형벌을 받기 전에 그 국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린존을 넘어서: 이라크에서 날아온 소식>의 저자 다르 자마일은 "성폭력을 눈감아 주는 문화"와 성 범죄자가 "놀랄 정도로 군법회의에 회부된 수가 적은 실태"에 대해 고발했다.

헬렌 베네딕트는 <외로운 군인: 이라크전에 참전한 여성의 사적인 전쟁>이란 책에서 2009년 미 국방부의 성 범죄 보고서를 인용하며 "미군 내 성폭력의 90%는 보고조차 되지 않는다. 범죄는 무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군은 군인을 위해 전 세계에 성(性) 놀이터를 만들었고, 이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이에 전역한 여군들은 2006년 '여군 행동 네트워크'(SWAN)를 만들기도 했다. 그들의 목표는 "여성을 군대에 보내지 말자"는 주장을 공론화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으로 해외 주둔 미군을 대규모로 줄이는 것에 있다. 현지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지 주민들을 하수인으로만 부렸던 곳에서 하루 빨리 미군을 철수 시키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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