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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팔아 현재 산 민노당, 실속·명분 잃은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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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팔아 현재 산 민노당, 실속·명분 잃은 진보신당"

'포스트' 6.2, 진보정치 앞날은?…'진보대연합' 오른쪽 끝은?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명료했다.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나아가 심판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들의 사정은 좀 더 복잡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서라면 민주당 및 친노(親盧)진영과도 연대해야 하는지의 문제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 내내 'MB 심판'이라는 현실적인 요구와 '진보정치의 독자성'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진보정당들은 좌충우돌했다. 민노당은 민주당과의 연대 쪽으로 경도됐고, 진보신당의 경우에는 '선거전술'에 대한 명확한 교통정리없이 출마자의 '개인적인 결단'에만 의존함에 따라 당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프레시안, 경향신문, 레디앙 등 언론사들이 후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산 민노당, 실속도 명분도 잃은 진보신당"

17일 낮 '6.2 지방선거와 진보정치의 방향'을 주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의 고민도 바로 이 대목에서부터 출발했다.

발제를 맡은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민주노동당은 그 동안 여러 측면에서 진보대연합을 이야기해 왔지만 결국에는 소극적이었고, (민주당 등이 주도한) '반(反)MB 민주대연합'에 끌려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민노당은 수도권에서 3명의 기초단체장을 탄생시키는 등 상당한 실속을 챙긴 것처럼 보이지만, 진보대연합에 기초해 단결된 목소리로 반MB 연합에 임했으면 더 많은 지분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반MB 연합을 상징하는 지역이었던 서울, 경기지역에서의 경우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당의 존재가 부각되지 않아 정당득표율이 전국의 절반 수준인 3~4%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결국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보신당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민주당과의 거리를 유지해 왔지만, 민주당의 패권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여론화시키지 못하고 고립됐다"고 비판했다.

▲ 손호철 서강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손 교수는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심상정 후보의 사퇴는 당 내의 민주적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일어난 일종의 돌출사태"라면서 "일이 저질러진 이상 '심상정 사퇴, 노회찬 완주'를 일종의 패키지로 묶어서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손 교수는 "결국 일관성없이 우왕좌왕하다가 실속도, 명분도 잃은 셈"이라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독자 노선은 좌편향 전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도 "독자완주나 후보사퇴는 모두 전술적인 측면에서 선택가능한 방안"이라며 "그러나 전술을 전략화시키는 과정에서 진보신당이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계기를 놓쳐버렸다"고 정리했다.

"진보대연합 통해 '反MB연합' 주도해야"

발제자들의 주장은 진보대연합을 먼저 이뤄낸 후 그것을 토대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전반과의 연대를 모색하자는, '진보대연합론'으로 수렴됐다.

손호철 교수는 "이번 선거결과는 일반적으로 '반MB 연합'이 올바른 노선이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진보대연합 이후 조건부 민주대연합, 즉 '진보적 반MB연합론'이 올바른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였다. 곽노현 교육감은 진보대연합에 의해 후보로 결정된 뒤 이에 기초해 '반MB 진보개혁후보'로 선출됐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계속된 제동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압박에 기초해 후보 단일화를 관철시키고 결국 본선에서 승리했다. 이처럼 진보대연합은 진보세력이 보다 주도권을 갖고 '반MB 연합'을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손 교수는 "MB 심판이라는 한 측면만을 보고 '민주대연합론'을 긍정 평가하는 것이 우편향이라고 한다면, '부활한 노무현'이 무섭다고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도 잘못된 평가"라고 비판했다,

▲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조희연 교수 역시 "진보정치 세력의 힘에 따라 개입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위력적인 진보대연합에 기초해 민주대연합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민주대연합과 진보대연합을 선택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대단히 초보적이며, '포스트 민주화' 시기 국민정치의 성격을 잘못 판단하는 것"이라며 "민주대연합이라는 현실 자체를 간과하는 것은 진보정치를 사회운동으로 왜소화시키거나, 자기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거나, 혹은 내부에 균열에 직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중도 자유주의 진영과 진보정치 간의 담론경쟁을 통해 제도정치가 담지 못하는 대중들의 새로운 감수성과 요구, 이해, 저항 등을 재정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대연합이라는 상황을 진보적 시각에서 보면 국민정치의 공백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연합정치 공간의 출현은 반독재 민주정부 시기의 종언 이후 국민정치 공간에서 반독재 중도 자유주의세력의 야권 단일화 리더십이 균열된 상황과, 반대로 진보정치가 그것을 대체할 수 없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나타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중략)…이른바 '연합정치'는 과거의 '비판적 지지' 국면과는 상이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

"'親盧'도 연합의 대상인가"…"그게 '진보대연합'이냐"

그러나 '진보대연합'의 앞날은 일단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그 범위부터가 논란의 대상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전격적인 '후보사퇴'를 발표하며 유시민 후보 지지를 선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앞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것은 결국 노선과 힘을 갖춘 정당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그건 민노당이나 친노진영을 피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함으로써 획득돼 나가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심상정 전 대표는 "광장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융합되는 만큼 하나가 되고, 그럼으로써 진보정당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며 '진보대연합'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에 불을 지폈다.

▲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강내희 중앙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손호철 교수는 "심상정 전 대표가 제기한 진보대연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친노(親盧)를 포함한 진보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만일 경기도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가 아니라 김진표 후보로 우선 단일화가 됐다면 심 전 대표는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연합'의 틀로 편입되어야 할 주체들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었다.

토론자에 나선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역시 "진보대연합의 오른쪽 끝은 어디냐"라며 "진보대연합을 하자고 하면서 자유주의 세력과 연합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연합전술'을 둘러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차이도 분명해 보였다. 진보신당 정종권 부대표는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는 많은 부분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민노당은 '현실적으로 선거연합은 민주당 중심성을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진보연합에 대해서는 조기에 포기하거나 민주당 우위를 인정하면서 부차적으로 고려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전권희 전략기획실장은 "진보진영 분열에 대한 실망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현장의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민노당의 이번 지방선거 대응방침과 관련해선 다른 토론자들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전 실장은 "이번 지방선거의 목표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주의의 전면적 위기를 저지하는 생활적인 문제와 함께 진보정치가 '강력한 구호'를 넘어 유력한 정당으로 착근하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두 가지 측면이었다"며 "한나라당에 맞서는 구도를 국민이 요구하고 있고, 선거에서도 그 구도를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전 실장은 "민노당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대연합'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반MB 연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반MB는 반신자유주의와 배치되는가, 연합의 문제를 단순한 민주당 들러리, 민주당 몰아주기로 보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호철 교수가 "강기갑 민노당 대표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반MB 야권연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2012년에도 진보대연합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고 내다본 대목 역시 이같은 현실적인 조건에 기반한 것.

반면 조희연 교수는 "그러나 여전히 진보정치는 성장하고 있다"며 "시속 100㎞로 달리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시속 30~40㎞로 꾸준히 가고 있는 게 아니냐"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독재에 반대한 중도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하기까지 무려 27년이 걸렸다"며 "그들은 죽음을 넘나드는 박해도 받았다. 좀 더 느긋하게 생각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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