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모든 곳에 메모지 붙이고 일했는데...억울"

직권남용 첫 공판 "박근혜 권력 남용 증거 없다...진실 밝혀질 것"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정에서 "내가 사적으로 직권남용한 것은 없다"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고함도 주장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우 전 수석은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공판 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직접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사실상 지금 가택연금 생활을 하고 있다"며 말문을 연 그는 "제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많이 생각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의 왜 이런 사태를 예방 못했느냐는 준엄한 질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할지 알 수 없어 모든 곳에 메모장을 붙여놨던 저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공직자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심 없이 일을 처리한다 생각했는데 진경준한테 도와달라 한 적도 없고 김정주도 모르는데 이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고, 혹독한 수사를 당했다. 심지어 고등학생 막내 계좌도 추적당했다"고 호소했다. 우 전 수석은 김정주 넥슨 회장과 친분이 있는 진경준 전 검사장을 통해 처가 소유의 강남 땅을 넥슨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 관련 비리 혐의들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 낸 사실을 거론하며 "이 사건의 단초가 된 사건들이 모두 무혐의 받았다. 국정 농단과도 관련 없다고 밝혀졌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증거를 봐도 제가 사적으로 직권 남용을 한 것은 없다"며 "단지 대통령 지시가 있어서 업무로 일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고함도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역시 사적으로 권력을 남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지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재판에 앞서 우 전 수석은 오후 1시 42분 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포토라인 앞에 섰다. 박 전 대통령, 최순실 씨와 달리 우 전 수석은 구속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자택에서 출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 전 수석은 "안타깝다"고 답했다.

정부의 검찰 인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재판을 받으러 왔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드릴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재판을 받으러 왔기 때문에 재판을 성실히 받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뒤 법정으로 들어갔다.

우 전 수석을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민 10여 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우병우 씨 힘내세요", "화이팅"이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