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핵심은 철지난 사상 검증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 의원들은 집중적으로 도 후보자의 방북 논란, 이념 성향을 캐물었다.
도 후보자는 이른바 '종북' 논란에 관해 과거 방북 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참배하지 않았다"고 단호히 부정했다. 도 후보자가 해당 장소를 참배했다는 기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고 맞섰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와 관련해 도 후보자는 문체부 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고, 백서 작성도 하겠다고 밝혔다.
역사계에서 논란이 된 유사역사학 경도 논란에 관해서는 "정치가 역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한편 억울하다는 심경도 내비쳤다.
종북 논란에 "법정에서 밝힐 수도"
도 후보자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이 "1997년 인민군 출신 빨치산 비전향장기수 회갑잔치에 참여했다"며 김영태 씨의 회갑잔치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충북 지역 사회단체가 인도적 차원에서 북송을 앞둔 분의 마지막 식사자리를 만들었기에 참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야당은 도 후보자의 전교조 경력과 이념 문제를 집중적으로 걸고 넘어졌다.
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홍명희 작가의 문학 세계를 조명하는 홍명희 문학제에 참석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 공세도 이어졌다. 홍 작가는 해방 후 북으로 갔다.
도 후보자는 이에 관해 "<임꺽정>은 SBS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홍명희 작가의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문학 세계를 조명하는 행사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념적 우려가 있기는 했으나, 그간 홍명희 문학제 추진위원회는 이념과 관련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논란은 도 후보자의 방북 경력을 두고 이어졌다. 도 후보자가 지난 2001년 방북 당시 남한 정부가 방문을 금지하는 만경대, 주체사상탑,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탐을 다녀왔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해당 내용이 담긴 한 월간지 기사까지 제시하며 공세를 펴자 도 후보자는 "남한 정부 측 관계자를 포함해 340여 명과 함께 방북했는데, 남한 정부가 가라는 곳만 갔다"며 "제가 (가지 마라는 곳을) 갔다고 쓴 사람과 법적으로 다투겠다. 그 사람이 (제 방문 사실을) 증명하기 바란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이 재차 관련 사실을 질문하자 "(참배 주장이) 사실이라면 (장관 취임 후라도) 책임지겠다"고 단언했다.
2004년 방북 당시 도 후보자가 평양에서 쓴 방문기 일부인 '서울이 욕망의 빛깔, 온갖 현란함과 어지러운 빛깔, 유혹과 타락과 탐욕이 뒤섞인 빛이라면 평양의 빛은 그것들을 털어버리고 담백한 자존심으로 서 있는 승복의 빛'이라는 내용의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았다.
이에 관해 도 후보자는 "평양 전체가 회색이었다. 죽음의 도시 같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귀국할 때 그곳에 사는 (마른) 아이들 때문에 눈물이 났다. 그들(북한 주민)이 처한 궁핍한 현실, 이념적으로 대치하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며 "저희가 방북한 이유는 (북한 찬양이 아니라) 문학 교류를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자체 조사 백서 만들 것
문체부 블랙리스트 문제 뒷수습을 위해 도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한 문체부) 감사가 완료됐으나, 장관 취임 시 문체부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조사위에는 문화 관련 단체, 예술인, (블랙리스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분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 후보자는 이어 "조사위 활동이 끝난다면 관련 백서까지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핵심이었던 문체부 내 적폐 해소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제2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에 관해 도 후보자는 "가장 중요한 건 부당한 지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당한 지시를 (담당 공무원이) 거부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부당한 지시가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사, 기간통신사 사장 임기와 관련해서는 최소한의 원칙론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일부 기간통신사 사장, 공영방송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도 후보자는 "공공기관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겠으나, 본인이 사표를 내는 기관이 있으므로 기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노조 파괴 등의 논란을 낳은) 기관장의 모든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공공기관장 임기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로 보장하도록 돼 있다"고 재차 답했다.
"환단고기 안 읽어봤는데 낙인 찍혀"
도 후보자는 한편 최근 논란이 된 유사역사학 경도 논란에 관해서도 답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이 강경한 어조로 젊은 사학자들을 비판하자 도 후보자는 "정치가 역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변함 없고, 앞으로도 이런 생각을 유지할 것"이라며 "학문의 문제는 학자의 연구와 토론, 논쟁으로 풀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 후보자는 "저는 환단고기를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그 책 내용에 경도되어 이상한 일을 저지른 사람으로 낙인찍혀 힘들었다"고 억울한 심경을 내비쳤다.
도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그가 동북아역사대책위원회 특위 활동을 하던 당시 동북아 역사지도 사업 중단 책임이 있다는 것과 하버드대 한국 고대사 프로젝트(EKP) 폐기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도 후보자는 EKP와 관련해서는 "저는 2014년 후반기에는 특위위원으로 들어갔는데, EKP는 같은 해 상반기에 폐기됐기에 저는 잘 알지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동북아 역사지도에 관련해서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항하기 위한 지도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인데 지도가 부실해 탈락한 사업"이라며 "그럼에도 제가 유사역사학에 경도된 걸로 비판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 사업에 참여한 젊은역사학자들은 탈락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역사학계가 백퍼센트 만족할 만한 답변은 아니었던 셈이다.
농지법 위반 의혹은 해소...정부 상징 교체는 신중해야
한편 도 후보자는 충북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의 불법전용 농지 논란과 관련해 "구입 당시부터 해당 구역에 잔디가 심어져 마당인 줄 알았다"며 "청문회 준비를 하며 항공사진을 보고서야 농업용 토지임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도 후보자는 보유한 충북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 362-1번지(311㎡) 토지 중 약 117.8㎡를 농업용 '전'(田)으로 신고하고도 잔디를 심어 마당으로 사용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도 후보자는 해당 구역에 관해 "몸이 아파 휴직 후 자연치유를 위해 2003년 해당 지역에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이후 집을 구입했다"며 "힘에 부칠 정도로 고구마 농사를 짓고, 산에서 장작을 패 살았다"고 강조했다.
도 후보자의 이와 같은 해명이 나온 후, 해당 의혹은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문예기금, 영화발전기금, 언론진흥기금, 지역신문발전기금 등 문화 관련 기금 고갈 문제에 관해서는 "특히 문예기금이 내년이면 고갈이 우려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화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소외계층 통합문화이용권인) 문화누리카드 지원액을 10만 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 로고가 모두 통합된 데 관해서는 "정부부처 1260여 곳이 사용하는 정부 상징에 관한 비판이 있음을 잘 안다"면서도 "정부 상징의 잦은 교체가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그 점도 고려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게임 여가 인구가 많음에도 게임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게임이 가진 높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여가·문화적 가치도 중요하다"며 "게임에 관한 인식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게임 노동자의 고용환경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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