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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프리카 르완다보다 부패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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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은 아프리카 르완다보다 부패한 나라

국회개혁을 위해⑥ 어떻게 만연된 부패를 청산할 수 있을까?

정치개혁과 국회개혁은 지금만이 아니라 언제나, 항상 국민들이 가장 큰 목소리로 요구해 온 개혁 과제였다. 그런데도 왜 여태껏 전혀 실천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혹시 국회개혁을 둘러싼 그간의 논의와 문제제기가 지나치게 추상으로 흘러 구체와 핵심을 올바르게 잡아내지 못하고 본질과 지엽을 혼동하지나 않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국회개혁이라는 문제의 논의를 위해 이 시리즈는 몇 차례에 걸쳐 시론적 제안을 싣고자 한다.

아프리카 르완다보다 부패한 나라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NGO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76개국 중 2015년 37위에서 2016년 52위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르완다가 50위고, 우리가 부패의 상징 국가로 쉽게 간주하는 중국은 79위였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하루가 멀다 않고 터지는 방산비리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잇따르는 공직 비리. 우리는 지금 '부패 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사슬, 과연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강력하고 독립적인 회계감사기관의 부재가 우리 사회 부패만연의 근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감사원이 있기는 있지만, 지난 시절 4대강사업 감사에서도 잘 드러난 바처럼 권력자의 의지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또 권력의 뜻에 따른 검찰 수사로써는 결코 부패를 청산할 수 없으며, 각 공공기관 내부 직원으로 조직된 감사업무는 많은 경우 구성원의 비리부패를 감싸주고 내부 고발자만 적발함으로써 오히려 부패를 더욱 심화시키는 역작용을 드러내왔다.

재정민주주의,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 재정을 통제해야 한다

국가 재정에 대한 통제, 당연히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이 통제해야 한다. 이는 국민주권주의 정신의 실현이고, 재정민주주의의 내용이다. 그러므로 감사원이 감사원답게 다시 정립되기 위해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국회 역할이 중요하게 된다. 감사원이 우리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밖에 없다. 스위스가 특이하게 감사원을 행정부에 두고 있지만, 스위스 감사원도 대통령 소속이 아니라 재무부 소속이다.

원래 의회의 형성이란 행정부에 대한 재정통제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대표 없이 세금 없다”는 말은 이를 한 마디로 웅변하고 있다. 의회의 재정통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확보하고 그리해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적인 회계검사 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 회계검사원의 경우 회계검사 건의에 의해 2007년 기준 57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국회, '국민의 이름으로' 국가 재정통제의 임무를 수행해야

그러나 우리나라 역대 국회의 행정부 예산안 수정은 겨우 1%에 그치고 있다. 99%가 그대로 통과된다. 이야말로 ‘통법부’의 전형적 모습이다. 또 국가 재정통제의 중요한 수단으로서의 국정감사는 모두가 인정하듯 그 실효성이 심각하게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회의 모습은 본연의 임무에 대한 직무유기이고, 국민주권주의 시대에 대한 배신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부패 사회의 오명을 떨치고 진정 새롭게 전진하기 위해 국회는 국가의 재정 통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국회는 국회 소속의 회계감사원 혹은 국회와 긴밀히 연결되는 회계감사원을 기초로 국가 재정통제라는 임무를 “국민의 이름으로” 수행해야 한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회계검사원을 의회 소속으로 하고 있다. 독립기관인 독일 회계검사원의 경우에도 원장 및 부원장은 연방정부의 제청으로 의회에서 선출되며, 예산에 대한 회계검사원의 요구 내용에 연방정부의 이견이 있을 경우 의회에서 검토한다. 필요하다면, '감찰'의 기능은 행정부에 그대로 남겨두면 된다. 미국은 행정부에 감찰국과 공직자윤리국을 설치하고 있다.

회계감사원, 권력에 대항해 진실을 말할 의무를 지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경우에도 원래 재무부에 소속돼 있었다. 그러나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 견제 및 행정부의 국가운영 상태에 대한 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돼 마침내 입법부에 이전됐다. 1921년 제정된 예산회계법 제7장에 의해 회계감사원이 "권력에 대항해 진실을 말할 의무를 가진 독립된 기관"으로 규정돼 설치됐다. 회계감사원장은 상하 양원 각각 5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 동의를 거쳐 임명하며 임기는 15년 단임이다. 대통령은 추가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없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연방정부의 예산 지출과 운영에 대한 감사를 임무로 하며, 연방 정부의 예산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과 활동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회계감사원 업무의 10%가 회계 감사이고 나머지 90%는 프로그램 평가와 정책분석 업무다. 회계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수시로 모든 상하원 의원과 행정부에 제출된다. 그러므로 미국 의원들은 우리처럼 매년 '실효성이 대단히 의심되는' 국정감사를 하지 않아도 이 감사보고를 통해 각 부처의 운영상황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의정활동을 펼친다.

모든 기관이 감사를 받고 모든 과정이 공개된다

독일의 연방회계검사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 어느 부에도 소속돼 있지 아니하다. 그러면서 연방정부 및 연방기관들의 예산과 재정운용에 대해 회계검사, 경제성 검사 그리고 합법성 검사를 수행한다.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에 있어 연방회계검사원 및 그 직원의 임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문건은 요구일로부터 일정한 기한 내에 반드시 제출돼야 한다. 이때 자료제출 의무는 문서가 현존하지 않지만 정상적인 행정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경우에 있어 그 문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즉, 감사 대상기관은 요청한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료의 제출을 단순히 거부할 수 없고 이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만약 감사직원의 정보요청 요구에도 불구하고 감사대상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제출하지 않을 경우 감사직원은 즉시 이를 상부에 보고해 직원회에서 조치를 결정한다. 감사 기준은 적법성, 경제적 효율성 그리고 능률성이다.

모든 감사보고서는 일반에게 공개된다. 이로써 일반 국민들의 감시가 활성화될 수 있고, 감사 직원에 대한 로비활동도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감사기관에 대한 개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프랑스의 감사원은 제5공화국 헌법 제47조에 기초한 헌법기관으로서 역시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존재한다. 감사는 행정 각부 기관으로부터 모든 지출계산서 및 증빙서류 원본을 제출받아 실시한다. 원칙적으로 3~5년 동안의 회계집행 사항을 전수 감사하도록 돼있으나 실제로는 인력 및 시간적 제약으로 전체의 1/4 정도를 표본 추출해 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계산서 및 증빙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전수 감사를 받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회계감사원 없는 국회, 국민이 부여한 "국가 재정 통제의 임무"에 대한 직무유기다

회계감사원이 없는 국회는 국민이 부여한 "국가 재정 통제의 임무"에 대한 사실상의 직무유기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에 대한 방조행위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무기를 가지지 않은 채 전투에 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회는 회계감사원이라는 제도적 무기로써 국가재정 통제라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국민주권주의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도 비로소 비리와 부패의 사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리해 제발 아프리카 르완다보다 부패가 심한 나라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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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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