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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風' 뛰어넘은 '심판론'…MB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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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風' 뛰어넘은 '심판론'…MB는 어디로?

청와대 '당황'…4대강·세종시 수정 급제동 걸릴 듯

참패다. 당초 접전지역으로 분류됐던 경남, 강원뿐 아니라 수도권 수성마저 실패했다. 밑바닥 민심에서부터 끓어오르던 '정권심판론'은 천안함 사태와 맞물려 불어닥친 거센 '북풍(北風)'을 끝내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등 국정운영 과제를 속도감있게 밀어붙이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北風'도 안통했다, 왜?

천안함 침몰 이후 직접 '북풍몰이'를 진두지휘해 왔던 이 대통령이기에 더욱 뼈아픈 결과다. 일찌감치 사태의 배루로 북한을 지목하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지난 달 20일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던 정부다. 실체적 진실 여부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의 잔해에 선명하게 남아 있던 푸른색 글씨 '1번'은 보수진영의 표심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앞서 충남 현충사를 방문해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이라는 비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달 24일 대국민담화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진행함으로써 이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담화에서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라며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주요국 정상들과의 연이은 전화통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 한일중 정상회담 등의 외교무대를 통해 반복적으로 '천안함'과 '북한'을 호명(呼名)하며 정국의 전면에 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23일)를 전후로 제기된 '노풍(盧風)' 차단효과까지 염두에 둔, 입체적이고도 명쾌한 '지지층 결집'의 메시지였다. 일부 보수 언론들은 "전쟁이 일어나도 3일만 참으면 된다"는 식의 '위험한 지원사격'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도 졌다. 왜일까. 지방선거에서 흔히 나타나던 '정권심판론'이 또 다시 견조하게 나타난 반면, 이미 여론에 충분히 반영돼 있던 천안함 이슈의 경우에는 사태 자체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피로감'이 나타나는 현상이 맞물렸다는 분석이 우선 제기된다.

남북관계의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환율과 증시가 요동치는 등 '안보 이슈'인 천안함 사태가 '경제'의 영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바람이 견제론과 맞물리면서 만만치 않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

게다가 그 동안 크고작은 논란을 야기해 온 정권의 일방적 권력운용 행태도 정권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태와 맞물려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수사방침을 밝히고, 이에 따라 실제 한 고등학생을 검거하는 등 선거를 코앞에 두고 검·경이 조성한 '공안 국면'이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사회를 봤던 김제동 씨가 또 다시 방송에서 하차했다는 소식도 결과적으로는 여권의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24일 '천안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들어서고 있다.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잔해의 '푸른색 글씨 1번'과 함께 정권 차원의 대대적인 북풍(北風)몰이를 상징하는 '한 컷'의 이미지다. ⓒ청와대

민심에 가로막힌 'MB독주'…'U턴'할까?

'재앙'에 가까운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 든 청와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당초 청와대는 선거승리를 기반으로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등의 국정과제를 속도감있게 밀어붙인다는 방침이었다. 지나친 과열양상을 보였던 '반북(反北) 정서'를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해 나가면서, 집권 후반기에도 변함없는 국정 주도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것.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로 우리의 중도실용 기조가 흔들리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중도실용론'을 다시 언급하는 동시에 '3대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국면, 검경 개혁 등을 예고하면서 "선진일류국가 달성을 위해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 선진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대목은 이같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이번 지방선거가 여권으로서는 충격적인 패배로 귀결되면서 모든 것이 헝클어졌다. 당장 '4대강 사업'부터가 문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일정한 '결집력'과 '역동성'을 확인한 야권은 당장 집중적인 공세를 통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18대 총선 이후 최초의 전국단위 선거로, 정권에 대한 사실상의 '심판론'이 확인됐다는 점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 등 반대여론이 높은 국정과제를 막무가내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4대강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종교계 달래기에 다시 나서는 한편 사업 자체의 속도조절에 나서는 등 어떤 식으로든 들끓고 있는 민심의 수습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대대적인 '여권 물갈이'를 단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게다가 충남지사 선거에서 안희정 후보가 당선되는 등 '세종시 수정 반대론'이 재확인된 동시에, 당초 안정권으로 봤던 경남지사, 강원지사 선거에서조차 '친노(親盧)' 인사들이 대거 당선된 대목도 이 대통령으로선 부담그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대통령이 선거결과를 애써 외면하거나 적당한 수준의 '쇄신바람'으로 무마를 시도하면서 '숨고르기'에 나설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다. 이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은 단순한 정책과제가 아닌 '신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이 대통령은 견제론으로 들끓는 '민심'과의 직접대결이라는 '외줄'에 올라서야 한다. 집권의 반환점을 경과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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