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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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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은 왜?

[분석] 어려운 결단의 복잡한 배경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가 결국 선거 3일을 남겨놓고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를 결정했다. 심 후보는 "무조건적인 반MB연대는 잘못 된 것이다.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한,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선거를 준비해온 심 후보의 로드맵에 '단일화'가 포함돼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민단체들이 깃발을 들고 나선 '5+4테이블'에 진보신당이 발을 담갔을 때부터 가능성이 싹을 텄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유시민 후보 쪽으로 단일화했을 때부터 압력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부터 2008년 진보신당 창당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심상정에게 '범 민주당 지지자'들의 '대동단결'압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보수양당의 정치와 대별되는 진보정치의 한 상징인 심상정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배경은 상당히 복잡하다는 이야기다.

'2007년 대선' 재판이 최악의 시나리오

▲ 심상정의 '결단'에는 복잡한 배경이 깔려있다ⓒ심상정 홈페이지

심상정의 사퇴에는 진보개혁을 막론한 야권 지지층의 반MB 정서가 가장 큰 몫을 했다. 친정인 민주노총의 경기본부 조차 사실상 유시민으로 단일화를 주장하며 심상정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 다는 아니다.

예컨대 심상정이 완주하고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 3파전이 벌어져 김문수 후보가 승리하고 ,김문수와 유시민의 표차가 심상정 득표수 보다 적을 경우 비판에 시달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을 최악의 경우로 볼 순 없다.

반MB표쏠림 현상에도 불구하고 김문수가 유시민에게 낙승을 거두고 심상정의 득표가 미미할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전자의 경우 차라리 개혁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 진보신당은 역설적으로 캐스팅보트임을 인정받게 되면서 야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운신의 폭도 훨씬 넓어진다.

반면 후자의 경우 2007년 대선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명박은 정동영을 520만 표 차이로 따돌렸고 3%를 득표한 권영길은 변수도 되지 못했다. 대선 이후 '개혁진영' 안중에는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이 없었다. 대신 문국현이 제3세력의 대표 인물로 등장해 총선에서 이재오를 꺽고 파란을 일으켰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재연될 경우 진보신당과 심상정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다시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바닥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2012년 '큰 판'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장 반대급부가 따르는 것도 아냐

심상정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지만 당장에 어떤 반대급부가 따르는 것도 아니다. '5+4테이블' 결렬 이후 진보신당이 기초단체 하나 보장 받은 곳도 없다.

유시민이 수 차례 '7월 은평 재보선 야권 후보 심상정'를 언급한 바 있지만, 그건 남의 물건을 가지고 장사하는 격에 다름 아니다. 유시민의 능력 밖이라는 이야기다.

심상정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심상정이 지난 2008년 총선에서 경기 덕양갑에 출마했을 당시 현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신당은 단일화에 합의했다가 일방 파기한 바 있다. 결국 한나라당 손범규 후보가 43.50%를 얻어 당선됐고 심상정이 37.67%로 낙선했다. 당시 통합신당 후보는 11.54%를 얻었다. 단일화가 됐으면 심상정이 무난히 뱃지를 달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날 심상정은 아무 부대조건 없이 유시민 지지를 명확히 선언했다.

심상정은 최근 며칠 동안 진보신당 안팎의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며 고민해왔다. 심상정은 최측근 인사들에게까지 침묵을 지키다 29일 오후 경에야 마음을 굳혔다.

이제 심상정은 더 험난한 길을 걷게 됐다. 결과와 무관하게 완주를 했을 경우, 이후 행보는 예측 가능한 수준내 다. 하지만 진보정치 입문 이후 첫 '사퇴'라는 결정을 내린 지금 이후는 다르다.

당원과 지지자 설득이 1과제…이제부터 어려운 길

일단 심상정의 결단이 흔한 '비판적 지지'와 어떻게 다른지를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이들을 설득시키지 못할 경우 향후 행보도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현재 진보신당 홈페이지는 울분에 찬 당원들의 거친 목소리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후 성난 지지자들은 국회 본관 출입문을 막고 서 심 후보의 기자회견도 열리지 못했다.

또한 정치적 동지인 노회찬에게도 빚을 지게 됐다. 노회찬은 "끝까지 함께 가자"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은 자신의 사퇴로 인해 노회찬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면서 조금이나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뜻대로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지방선거 이후 야권이 어떤 식으로 든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회찬과 심상정이 그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지방선거에 뛰어든 것도 장기적 포석이다. 두 사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경우 그 결과물, 지방 선거 이후 진보진영의 재정립 과정에서 종잣돈이 될 수 있지만 여론조사로 나타난 지지율은 높지 않았다.

게다가 민노당이 민주당·국민참여당과 스킨십을 극도로 강화하고 있고 시민사회진영조차 '5+4' '4+4'테이블 과정에서 친민주당 성향을 여지없이 노출했다. 선거도 '선거 이후'도 쉽지 않다는 것.

30일 심상정의 결단은 이같은 복합적 상황에 대한 어려운 대응책이다. 이런 까닭에 이날 심상정은 "오늘 저의 결심은 외부의 이유에 의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진보정치를 더 크고 강하게 벼리기 위한 고뇌의 결과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결단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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