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트럼프가 美 국무부를 기습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트럼프가 美 국무부를 기습했다

[분석] 카타르 집단 단교 사태 배후도 트럼프?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은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종파 분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같은 수니파 국가에 대해 이웃국가들이 집단 단교를 선언한 것은 전례 없는 사태다.

7일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예멘·리비아·몰디브가 5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된 중동의 산유부국 카타르에 단교를 발표했고, 6일 모리타니가 가세했다.

단교 조치에 나선 이들 나라들은 육로와 항공편을 차단하고 자국에 온 카타르 국민들은 2주내에 떠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사우디의 핵심 우방인 요르단도 카타르 주재 외교사절을 격하하고 카타르 정부 소유의 알자지라 방송에 대한 인가를 취소하는 등 압박에 동참했다.

이들은 카타르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테러리스트 단체로 규정한 집단을 지원한다는 점을 단교 사유로 발표했다.

하지만 중동전문가들은 "카타르가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는 증거가 있다면, 사우디도 못지 않다"면서 무장단체 지원이 집단단교의 결정적 이유라는 것은 '위선적 명분'"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미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주적으로 여기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중동 수니파 국가들 내에서 카타르는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 지난 5월 2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국왕과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


사우디 주도의 집단단교 조치, 카타르의 친이란 노선이 배경


카타르의 30대 젊은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는 이란을 옹호하는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추구해왔다. 이란을 앙숙으로 보는 사우디 등 다른 수니파 국가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카타르 국왕이 민주적 개혁조치에 나서면서, 다른 아랍 왕정국가들은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 민주화의 진원지로서 카타르의 행보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왔다. 카타르 정부가 설립한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아랍의 봄'이 확산됐을 때 민중 봉기를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과 사우디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타르 등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외교 강화에 나섰다. 이에 다른 국가들이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 주도로 카타르에 대한 단교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또한 사우디가 카타르에 대해 집단단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배후에 '세계의 골칫거리'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의혹 수준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교 조치가 발표되자 곧바로 트윗에 글을 올렸다.

"최근 중동 방문에서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에 더 이상 자금이 지원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으며, 그들은 카타르를 지목했다. 사우디 국왕 등 50여개 국가 정상들을 만난 성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어 기쁘다. 그들은 극단주의에 대한 자금 지원에 강경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모든 정황 증거가 카타르를 가리키고 있다. 이번 조치는 테러 공포의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속한 지지 선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사우디 등 이들 나라들에 대한 막대한 무기 판매와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했을 때, 1100억 달러(사우디)등 무려 1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제 무기를 구매할 것을 약속했다.

이란의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새 미국 대통령과 타협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썼다"면서 "이는 미국의 목적과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타르는 중동 최대 미 공군기지 주둔한 주요동맹


문제는 카타르도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이다. 중동 지역 최대의 미군 공군기지가 주둔한 곳이 바로 카타르다. 카타르는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국가(IS)에 대해 미국이 주도한 공습 작전의 출격지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카타르 수도 도하 인근에는 미군 약 8000 명이 주둔해 있는 우데이드 미군 공군기지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는 미국과 협력해 온 대표적인 중동 국가로 앞으로 미군이 기지를 사용하고 여러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편의를 봐주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군사적 협력뿐 아니라, 코넬대 등 미국 주요 대학들이 카타르에 중동 캠퍼스를 짓는 등 카타르는 미국 학계와도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미 국방부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의 트윗 발언은 미군이 왜 카타르에 주둔하는지 설명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그의 발언으로 국방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카타르가 테러를 지원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회피하고 "카타르에는 미 공군기지가 있으며 중동 지역 안보에 지속해서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트럼프가 트윗으로 카타르에 대한 단교조치를 지지한 6일 카타르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국방부는 대변인 명의로 "지역 안보에 대한 카타르의 지속적인 협조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당혹스럽기는 미 국무부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미 국무부는 단교조치 발표 직전까지 통보도 받지 못했다. 그들은 기습당한 형국"이라면서 "미국 관료들은 카타르는 미국과 군사외교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나라이기에 결코 고립시켜서는 안된다면서 미국은 사우디와 카타르의 갈등을 조용히 진정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때문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또한 "카타르와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원칙을 지키면서도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피했다.

중동 여러 나라들도 중재에 나섰다.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은 사우디로 가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만나 중재 노력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사우디 등과 가까운 터키도 "카타르를 고립해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면서 단교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우디 등은 현재로서는 카타르의 친이란 외교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단교조치를 철회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한 상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