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에 대한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함에 따라 국방부는 이를 이행하는 데 착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청와대가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만큼, 청와대와 의견 교환을 거쳐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사드 발사대 2기와 사격통제레이더 등이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원점에서 새로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달 말 종료를 예정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데, 이 결과와 관계없이 대규모인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새로 시작하는 방안까지 국방부는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전날 사드 보고 누락 사건에 관한 청와대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높이라는 지침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새로 진행할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를 지휘할 책임자부터 새로 정해야 할 상황이다. 사드배치 관련 업무를 총괄해온 위승호(육사 38기·중장) 국방정책실장이 청와대 지시로 직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조만간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 인사를 할 방침이다. 위승호 실장의 직무를 물려받을 인사로는 국장급인 장경수(육사 41기·소장) 정책기획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 소장이 주한미군 측과 실무협상을 해왔고 국방부 주무국장이란 점에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누락의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가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할 경우 상당히 복잡한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행업체를 선정해 사드 부지에서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이다.
사드 부지에서 규모가 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할 경우 환경영향평가에만 1년 넘게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온 주한미군 사드의 조속한 완전 가동 시점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작업 실무를 진행해온 국방정책실 직원들은 현충일인 이날도 아침부터 청사에 출근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는 대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고자 사드 부지를 쪼개 2단계로 주한미군에 공여할 계획이었다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내놓을 경우 '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전날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서 국방부가 작년 11월 25일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미군 측에 1단계로 33만㎡ 미만의 토지를 공여하고, 2단계로 약 37만㎡의 토지를 공여할 계획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측에 대한 2단계에 걸친 부지 공여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은 윤 수석의 발표로 처음 드러났다.
33만㎡ 미만의 토지를 먼저 공여하고 이보다 넓은 토지를 추가로 넘겨준다는 것으로, 국방부가 대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고 한 정황을 더욱 짙게 하는 대목이다.
윤 수석은 국방부가 미군 측에 이미 공여한 약 32만여㎡의 토지가 거꾸로 된 'U'자 모양이었다며 "기형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수석의 발표 내용은 사드 부지 면적에 관한 국방부의 최근 설명과 큰 차이를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사드 부지에서 장비 운용을 위한 사업 면적이 10만㎡에도 못 미친다며 32만여㎡의 땅을 미군 측에 공여한 것은 사드 장비들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 수석의 설명대로라면 국방부가 주한미군 측에 최종적으로 약 70만㎡의 부지를 공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고자 토지를 쪼개 2단계로 넘겨주기로 한 셈이 된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사드배치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법 절차를 우회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조만간 사드 부지 공여를 2단계로 설정한 보고서 내용에 관해서도 공식 설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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