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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타파는 노무현과 나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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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타파는 노무현과 나의 운명이다"

[인터뷰]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盧의 친구' 김정길

많은 후보들이 '야권 단일후보'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진보신당을 포함한 야5당과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선출된 명실상부한 야권 단일후보는 부산의 김정길 후보가 유일하다. 두 달 여전만해도 부산은 출마할 사람이 없어 속앓이를 했던 곳이다.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에서 이룬 야권 단일화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분위기는 '노무현의 친구' 김정길이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달라졌다. 김민석 최고위원이 가세하면서 민주당 내 경선의 모양새도 갖췄고 다른 야당들도 힘을 합쳤다. 김정길 캠프의 대변인인 최인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경선과 야권연대를 진행하면서 지역 언론의 정치면을 3주 동안 우리가 휩쓸었다"면서 "한나라당에서 일찌감치 허남식 시장이 후보로 결정된데 반해 우리가 흥행거리가 많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3당 합당 당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를 따라가지 않고 '바보 노무현'과 나란히 낙선 경력을 쌓은 김정길이 돌아오면서 부산 선거판도 활기를 띄고 있다. 정치 일선을 떠난지는 꽤 됐지만 부산에서 재선을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 행자부 장관 등의 이력을 가진 김정길의 인지도는 매우 높다. 이런 까닭에 현 시장인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와 지지율 격차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부산 유력일간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부산 각급선거에서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의 득표 비율은 52대 48 정도라고 한다. 한나라당의 아성답지 않은 숫자다. 이 지역 인사들은 "여기는 TK하고는 다르다"고 말한다. 해 볼만 승부일까?

그래도 냉정히 말해 김정길의 당선 가능성이 그리 높진 않다. 1996년 첫 부산시장 직선 때 야당 후보였던 노무현은 여론조사에선 앞섰지만 최종 투표율은 36%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락과 별개로 김정길이 얼마나 열심히 뛰느냐, '영남 개혁세력의 현주소'가 어디냐를 득표율로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야권 전체의 입장에서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생각할 때 영남의 교두보인 부산은 놓칠 수 없는 전략지역이다. 김정길 본인도 "선거 결과와 별개로 2012년까지 이 지역에서 내가 미력이나마 역할이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지역주의 타파의 짐을 내가 이어받은 것도 노 대통령 유언대로 '운명이다'"고 토로한 김정길 후보는 외려 오랜만에 뛰어든 선거판이 신이 난 눈치였다.

최인호 전 비서관도 "바닥 조직은 한나라당에 밀리지만 공중전은 충분히 자신있다. 미디어도 민심도 우리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옆 경남에선 김두관, 이달곤 후보가 맞붙었다.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에서 행자부 장관을 지낸 이들이 엎치락뒤치락 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만큼이나 흥미로운 곳이 PK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음은 21일 부산의 선거사무소에서 진행한 김정길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야5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단일후보는 현재로선 김정길이 전국 유일이다ⓒ프레시안

"다리가 탁 풀리면서 '이놈들'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시안: '노무현의 친구' 김정길이 돌아왔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3당합당을 거부한 이래 어려운 길을 같이 걸었지만 막상 참여정부 때는 체육회장 등을 지내며 정치일선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다. 무엇이 김정길을 다시 나서게 만들었나?

김정길: 노무현 대통령 당선 됐을 때 나라도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명직은 절대 안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돼 활동했다. 그리고 정권 교체 이후 북경대학 객원연구원으로 나가있었는데 공교롭게 서거 며칠 전에 한국에 잠시 들어와있었다.

서거 당일 날 전화를 받고 아내와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노 대통령과 나는 동지고 친구인데 잘 될 때 사귄 친구가 아니라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그런 동지였다. 3당 야합 때 부산에서 우리 둘만 남아 선거에 같이 나가 같이 떨어지고 할 때 서로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되는 친구였단 말이다. 돌이켜보면 노 대통령도 나도 만약 혼자였다면 그 십년 넘는 인고의 세월을 견딜 수 있었을까?

서거 당일 날 울컥 뭐가 치밀어 오르면서 "이놈들"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첫날 봉하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도 "다음 선거에 꼭 나가야 된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말하더라. 그 자리에선 그냥 귓등으로 듣고 넘겼는데 결국 노 대통령의 죽음이 나를 다시 나서게 만들었다. 집권 후에도 이루지 못했던 지역주의 타파의 꿈, 선거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싸움이 나를 여기 나서게 만든 것이다.

프레시안: 두 달 전만 해도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를 못 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신당까지 포함된 명실상부한 야5당 단일후보를 내놓았다.

김정길: 노 대통령 유언처럼 이건 우리의 운명이다. 이번 선거를 피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가족들이 적극 반대했었는데 이렇게 나를 다시 불러낸 것은 역시 노 대통령의 죽음이다. 나 뿐만 아니라 부산의 야5당 모두 그리고 제 시민단체들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구심점이 될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를 끌어 낸 것 이다.

"따라잡을 수 있다"

프레시안: 공식 선거운동 이틀 째다.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30%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정길: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그냥 민주당 후보 김정길로 묻는 조사와 야권 단일후보 김정길로 묻는 조사 사이에 차이가 꽤 크다. 야권 단일후보라는 점이 아직 홍보가 덜 됐다. 최근 CBS여론조사에서 내가 36%를 살짝 넘겨 허남식 시장하고 14%P 정도 차이가 났다. 노 대통령이 첫 번째 부산시장 선거에 나와 당시 민자당의 문정수 후보에 뒤진 딱 그 숫자다.

야권 단일후보가 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 격차는 10%P 정도 될 듯 하다. 끝까지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는 숫자다.

프레시안: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천안함 사태 어떻게 보나?

김정길: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를 받아들일 때 이명박 정부는 안보를 지킬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건 초기 북한 아니라는 쪽으로 강조했던 것도 정부고 지금 '북한 소행이다'고 발표하는 곳도 정부다.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성도 없고 책임소재도 가리지 않고 있다.

좀 더 크게 보면 지난 십년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북 긴장을 항상 관리해왔다. 그런데 현 정부는 긴장 고조 밖에 없다. 국민들이 더 잘 안다. 북풍으로 노풍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라는 것을. 정부의 천안함 진상발표가 사실이라치더라도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

"부산이 전국 다 꼴진데 허남식 시장은 '괜찮다'고만 말한다"

프레시안: 부산시장들은 대대로 관료 출신이다. 부산시민들은 거친듯하면서도 활력있는 스타일인데 시정은 그 반대였다는 평가도 있다. 정치인 출신 시장이 된다면 쳐져있는 부산의 공기가 좀 바뀔까.

김정길: 그렇다. 부산시장 자리는 결코 직업 공무원 출신들이 쭉 주고 받고 할 자리가 아니었다. 정치적 리더십이 정말 필요한 자리다. 허 시장은 부산에서만 공무원을 쭉 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면이 있다. 관료 출신의 타성도 다른 사람보다 강해 대통령한테 자기 이야기를 못 한다. 같은 한나라당이라도 이완구 전 충남지사 같은 경우는 세종시 문제로 할 말 하지 않았나.

내 이력을 내 입으로 읊긴 쑥스럽지만 난 국회의원, 야당 원내총무, 부총재, 행자부 장관, 대통령 정무수석,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장을 지낸 사람이다. 행정력, 정치력, 외교력을 다 갖췄다고 자부한다.

지금 부산 형편이 말이 아니다. 답답하고 추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채는 전국 1위, 출산률은 전국 꼴찌, 고용률 전국 꼴찌 모든 수치가 바닥이다. 추락하는 부산을 구하는 데는 정치력이 겸비된 추진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컴백으로 인해 재도약하지 않았나. 현재 부산은 스티브 잡스가 컴백하기 이전 도산 직전의 애플과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자료를 보면 이대로 나갈 때 2012년이면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자립성을 상실한 위기다. 그런데도 허남식 후보는 괜찮단다. 리더십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 '바보 노무현'의 친구로 오랜만에 선거에 나선 김정길ⓒ프레시안

프레시안: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면 전국적으로 여야간 복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차별화된 복지정책이 있나.

김정길: 월 최대 8만8000원인 노인수당을 10만원 씩 인상하여 월 최대 18만8000원을 지급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모든 구에서 최초로 0세~4세까지 아동수당을 신설해 매월 20만원씩 지급하고자 한다. 대학생 등록금이자도 전액 지원하고 월 1만원 미만 건강보험료 납부자의 보험료도 부산시가 전액 지원하겠다. 또 부산시 각 부서에 산재되어 있는 중소기업 지원제도와 예산 및 인력을 하나로 통폐합해서 중소기업이 부산시를 믿고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 무앗보다도 콘크리트 허남식에 대비하여 사람중심의 김정길이 부산을 생동하는 부산, 돌아오는 부산, 지속가능한 부산을 만들겠다.

"부산, 이런 리더십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

프레시안: 서울 강남북 격차만큼 부산 동서 격차가 심하다. 현직 시장인 허남식 후보도, 한나라당 부산 지역구 의원들도 이 부분을 신경쓴다고 말하는데 막상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크진 않은 것 같다.

김정길: 동서격차는 허남식 시장의 콘크리트 토건 정책으로 모든 자원과 물량이 동부산 쪽으로 투자되었기 때문에 더 커졌다. 결국 원도심을 비롯한 서부산은, 과거 전통 제조업중심의 산업이 시대흐름에 따라 고도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사양화되어 도태된 것이다. 지난 20년 한나라당 독식체제가 낳은 필연적 산물이다.

대안은 서부산권을 친환경 생태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낙동강 양안을 중심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환경가치를 극대화시켜 주거 및 휴식공간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또 사상공단을 비롯한 기존 공단지역은 첨단 생명산업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등 무공해 산업단지로 고도화시키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최근 삼성이 이 분야에 10년간 23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이걸 유치하는 게 매우 중요고 본다. 내가 한국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IOC위원인 이건희 회장과 쌓은 친분도 활용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 서부산권으로 유치하겠다.

아울러 기존 철거 재개발방식보다는 주민참여형 현지개량식 재개발로 기존 마을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역사성과 문화적 접근으로 스토리가 있는 마을로 만들면 쾌적하면서도 경쟁력있는 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 각종 서민복지대책을 집중시킴으로써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원주민들이 추방되는 재개발이 아니라 재정착형 재개발로 서부산권을 친환경 생태마을로 만드는 것, 생명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지난 20년여 간 창원, 거제, 울산은 날로 발전했고 부산은 오히려 인구와 산업규모가 줄었다. 지난 시장들이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제2의 도시는 부산이 아니라 인천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부산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김정길: 지역특성을 감안해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 서부산권은 이미 지적한대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첨단 생명산업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을 유치하고 친환경 생태주거공간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동부산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의료.휴양, 관광, 레저, 영상영화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특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동부산의 해운대와 기장권역은 배후로 천성산을 끼고 있어 의료서비스와 휴양산업, 관광산업을 일으키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남서 부산권의 신항만과 북항을 신공항과 연계해 추락해 가는 항만 물류산업을 대대적으로 일으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전통제조업을 사양화되게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교육을 통해 신기술을 습득하고, 육체근로자를 지식근로자로 육성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지식기반경제에 하루빨리 적응토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토목건설과 건물, 공장과 기계에 투자해왔던 패턴을 바꿔 사람에 투자하여 저부가가치 근로자를 고부가가치 근로자로 만드는 것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지름길이다. 이런 뉴패러다임의 시대를 개척하는 지도자가 없는 게 부산의 비극이다.

프레시안: 동남권 신공항 같은 경우 부산 시민들의 기대가 높지만 '뭐 제대로 되겠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부분에 있어 힘있는 여당 후보를 자임하는 허남식 후보에 비해 야당 후보인 김정길 후보가 불리한 것 아닌지?

김정길: 앞서도 말했지만 허남식 후보는 전형적인 관리형 관료출신 시장이다. 대통령과 부산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당 지도부 등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부산시민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못한다. 도전이 없으므로 새로운 것을 획기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별로 없다. 동부산문화단지, 신공항 선정문제 등 벌려놓는 건 많지만 되는 게 없다.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다. 관료는 있는 길도 안가지만 정치인은 없는 길도 만들어간다.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행정경험도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정치력의 핵심인 정무 능력도 갖추고 있다. 대한체육회장과 대한 IOC 위원장을 하면서 세계 도처에 지인들도 많다. 이런 내 장점들을 발휘하면 신공항 가덕도 유치는 해볼만 하다. 정부 안이 김해공항 확장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봐도가 있지만 부산시민들이 선호하는 가덕도 신공항 안을 관철토록 중앙정부와 인근 자치단체를 설득하겠다.

프레시안: 선거 결과와 별개로 이른바 부산민주개혁 세력의 구심 역할을 할 용의가 있나.

김정길: 개인적으로는 시장선거만 마치고 좀 뒤로 물러서고 싶은데 지방선거 끝나고 또 우리가 사분오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선거의 당락과 별개로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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