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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열받게 한 트럼프, 승자독식이 아니었다면…

[하승수 칼럼] 미국정치는 왜 기후 변화에 둔감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처음 당선될 때부터 가장 우려했던 일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2015년 12월 탄생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처음부터 실효성에 대해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2도씨에서 막겠다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의 구체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정이 타결된 것 자체는 그나마의 성과였다. 협정타결조차 되지 않았다면, 지구의 미래는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이 트럼프의 탈퇴 선언으로 인해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2위인 미국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협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빠지는 것 자체로도 협정의 실효성이 대폭 떨어지게 되지만, '왜 우리만 감축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터져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트럼트는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여러 차례 '기후변화는 지어낸 얘기'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트럼프만이 아니다. 미국 상원의원 중에 22명이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00명중에 22명이니, 미국 상원의원 중에 22%가 그런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경우에도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과학적 결론을 부정한다.

상원뿐만 아니라 미국 하원에도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공화당의원 278명(상원45명, 하원233명) 중에서 단 8명만이 언론이나 공개석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기후변화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 3%만이 공개적으로 기후변화를 인정한다는 얘기이다.


미국진보행동펀드센터(The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Action Fund)가 2016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원 중에 144명, 상원의원 중에 38명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이들은 석유, 가스, 석탄회사로부터 총 73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은 미국 국회의원 중에 상당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화석연료 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도 부정하고, 지금 이미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뭄, 슈퍼태풍, 해수면 상승 등의 현상도 무시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상황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이라는 말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대통령선거는 유권자들이 주별로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방식이다. 대의원을 1명이라도 더 많이 확보한 쪽이 이긴다. 선거제도가 이렇기 때문에 전체 득표수가 적더라도 대의원을 많이 확보하면 이길 수 있다. 실제로 작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는 전체 득표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에 200만 표 이상 뒤졌지만, 대의원 숫자에서 앞서서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의 선거제도가 이렇게 기묘한 '승자독식' 방식만 아니었어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국회의원 선거도 승자독식이다. 미국에는 비례대표제란 개념 자체가 없다. 100% 지역구 선거다. 이런 선거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이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이슈가 되기는 어렵다. 검증도 안 된다. 다수의 상식을 가진 시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미국도 지역에 따라 공화당 후보만 되면 당선가능한 지역들이 꽤 많다.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순간, 정책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반면에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르는 유럽연합(EU)의 경우에는 그래도 기후변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식이 있다. 녹색당이 유럽 각국 의회에도 많이 진출해 있지만, 유럽연합 의회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덕분이다.


녹색당만이 아니라 보수든 진보든 최소한 기후변화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 이상한 생각을 가진 정당으로 찍히면 정당득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을 지켜보며, '이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더욱 갖게 된다. 대한민국 역시 승자독식의 선거로 대부분의 국회의원, 지방의원을 뽑고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정치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면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지금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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