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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똥물이 아니라 맑은 강물을 원한다"

[언론 네트워크] 낙동강 강정고령보 현장…환경단체 "녹조 막기엔 미흡, 확대해야"

낙동강을 막고 있던 거대 수문이 열리자 드디어 강물이 흘렀다.

1일 오후 1시 50분.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강정고령보. 한국수자원공사가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수문이 곧 열리니 피하라는 내용이었다. 경고방송 2차례 이후 오후 2시부터 강정보 수문 3개 중 1개 수문이 열렸다. 5분뒤 2번째 수문도 개방됐다. 그 동안 물줄기를 막고 있었던 2개의 철제 수문이 개방되자 힘찬 물줄기 소리와 함께 보 상류에 가득 차 있었던 강물이 하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문이 열리면서 시민 40여명이 보 주위에 몰렸다. 이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흘러라 4대강', '보 수문 개방 확대', 4대강사업 적폐청산' 현수막을 꺼내들고 보 개방을 환영했다. 보 위에서는 4대강사업 후 낙동강에서 사라진 멸종위기종 흰수마자가 그려진 3m짜리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우리는 똥물이 아니라 맑은 강물을 원한다'는 글귀가 적혔다.

▲ 4대강사업 보 상시 수문개방 첫 날, 닫혀 있던 보 수문이 열리자 오후 2시부터 상류에서 하류로 강물이 흐르고 있는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모습(2017.6.1.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평화뉴스(김영화)

▲ 강정보 상시 수문 개방을 환영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2017.6.1) ⓒ평화뉴스(김영화)

▲ 강정보 위에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2017.6.1) ⓒ평화뉴스(김영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22조짜리 4대강사업이 2012년 마무리된 후 4대강 수문 보가 상시 개방되는 첫날이다. 2009년 사업 시작과 함께 거대 시멘트 보가 들어서자 4대강에서는 녹조현상, 물고기 떼죽음, 4급수 지표종 등장, 강바닥 뻘밭화, 농지침수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적폐청산 제1호로 4대강사업을 지목하고 지난달 22일 4대강 16개 대형보 가운데 6개 보를 이날부터 1차 상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1차 대상에 포함된 강정보는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 6개 보 중 한 곳으로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4곳과 함께 이날부터 계속해서 수문이 열린다. 금강 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도 1차 상시 개방 대상에 포함됐다.

강정보와 달성보는 이날부터 각각 사흘에 걸쳐 1.25m, 0.5m, 합천보·죽산보는 1m, 창녕보·공주보는 0.2m 수문이 열린다. 강정보는 하루에 41cm, 달성보는 16cm 가량 열린다. 수문개방으로 강정보 상류 관리수위는 19.50m에서 사흘 뒤 1.25m가 내려가 18.25m, 달성보 상류는 14m에서 0.5m가 낮아져 13.5m로 변한다. 하류는 순간적으로 물이 불어나다 사흘 뒤부터는 같은 양으로 수위가 떨어진다.

▲ 강정보 수문 개방을 지켜보는 시민들(2017.6.1) ⓒ평화뉴스(김영화)

환경운동연합은 수문 개방 첫날인 이날 오후 낙동강 강정보 앞에서 '수문 개방으로 복원 물꼬트는 4대강 동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금강 공주보 앞에서도 같은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들은 "문 대통령 지시로 4대강 보 수문이 개방돼 4대강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며 "보 개방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6개 보에 한정되고 수위 저하도 예상보다 미흡하다"면서 "개방 수위가 더 높아지고 수문 개방 보 숫자도 4대강 보 전체로 확대되야 한다"고 촉구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4대강사업으로 변형돼 22조짜리 보가 생기자 4대강은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며 "녹조를 막기에 미흡하지만 이제 4대강 청산 시작이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강은 흐르고 보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모래강이던 낙동강은 보가 생기고 난 뒤 모래는 사라지고 녹조가 생겨 물고기도 동물도 떠나는 강으로 황폐화됐다"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다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 퍼포먼스 후 기자회견 중인 환경운동연합(2017.6.1) ⓒ평화뉴스(김영화)

한편 이날 강정보 수문 개방 현장에서는 자신들을 경북 칠곡 주민이라고 밝힌 시민 5명이 "수문 개방을 반대한다"며 "4대강 보 개방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수문 개방을 하면서 우리 의사를 물어보지 않느냐", "보가 생기니 얼마나 보기 좋으냐", "왜 보를 열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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