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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예산안, 의회 도착하자마자 사망할 것"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 '뻔뻔한 바보가 만든 새빨간 거짓" 혹평

트럼프의 2018년 예산안은 '수치치(癡)'의 작품이다. 컴퓨터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컴맹'이라 하고 운전 중 방향감각이 둔한 사람을 '방향치'라고 한다.


내가 트럼프를 '수치치'라고 부르는 이유는 최근 공개된 2018년 예산안을 검토해 본 결과, 트럼프가 수치(숫자)에 아주 바보거나 자기 마음대로 조작하고, 도덕심이 거의 없어 수치(부끄러움)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E. J.디온은 5월 25일자 칼럼 "거짓말과 깨진 약속 위에 세운 예산안(The Budget Built on Lies and Broken Promises)"에서 트럼프를 '도덕치'라고 부르며, 그의 2018년 예산안이 빈곤층에게 '잔혹할' 정도로 충격적인 타격을 주는 나쁜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4조 1000억 달러(약 4000조4400억 원) 규모의 내년 회계연도(2017년~2018년 9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이 예산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집권당인 공화당마저 이 예산안은 '의회에 도착하자마자 사망(DOA-Dead On Arrival)'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늘 칼럼은 트럼프의 첫 예산안에 관련된 세 가지 핵심 쟁점을 다뤘다.


1. '빈곤퇴치 프로그램의 학살'이란 악평을 듣는 트럼프의 첫 예산안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2. 예산안의 장밋빛 전망이 허황한 전제 조건과 잘못된 수치 위에 세운 모래성이라는 비난이 사실인가?

3. 트럼프 예산안의 의회 통과 전망은 어떤가?


우선 예산안의 핵심 내용을 간추려 본다.


첫째, 트럼프 예산안의 최종 목적은 10년 안에 연방 정부 예산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2018년 회계 연도의 4400억 달러의 재정 적자에서 10년 후인 2027회계연도에 소액이지만 16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다는 관측이다. 마지막으로 균형 예산이 이루어진 해는 2005년이다.


▲트럼프 예산안 사회안전망 예산 감축률 ⓒ 워싱턴포스트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이 어려운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파격적인 세금감면으로 인한 민간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GDP의 연평균 성장률이 2020년 이후부터는 3%에 달하게 되고, '지독하게 잔인한' 규모라는 3조 6000억 달러의 복지예산 삭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별히 유의할 사항이 있다. 현재 메디케이드(빈곤층 의료 보장)는 약 7160만 명(어린이 3500만+빈곤 노인층)이 이용하고, 푸드스탬프(식품권) 수혜자는 4000만 명 이상이라는 엄중한 사실이다.

미국 총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복지 예산 삭감의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트럼프 예산안은 메디케이드 지출을 앞으로 10년간 점차 줄여나가 2018년에 현재 지출액의 (-)17%, 2022년에 (-)28.3%, 2027년에 (-) 47.2%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말하면 메디케이드 수혜자들은 2027년에는 현재 받는 의료 보험금의 반절을 받게 되거나, 수혜자 수가 무려 2800만 명이나 대폭 줄어든다. 빈곤 퇴치 프로그램의 '학살'이란 표현이 실감 나는 이유이다.


둘째, 당장 2018년 회계연도에는 위에 언급한 메디케이드와 푸드스탬프의 예산 삭감 외에도 대학생 학자금 지원 예산 1430억, 장애인 지원 예산 720억, 연방 공무원 연금 지출 예산 630억, 그리고 국민의 건강 관리에 크게 공헌하는 미 국립보건원(NIH)이나 질병관리센터(CDC)등의 파격적인 추가 삭감을 단행하여 총 1조 4000억 달러의 지출이 줄어들 예정이다.


셋째, 이렇게 절감한 재원으로 국방예산을 10% 이상 늘리고,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는 민간 사회간접 자본(인프라) 투자에 참여하는 정부 지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6주로 늘어나는 출산휴가와 참전용사 지원 예산도 소폭 증가할 것이다.


넷째, 특기할 사항은 트럼프 예산안이 미 중산층의 건강과 소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와 소셜 시큐리티(국민 연금) 프로그램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지지층이 미 정부 총지출의 39%를 차지하는 이 두 프로그램의 수혜자이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유야 여하튼, 국민 복지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 트럼프의 첫 예산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과 가혹한 복지예산 삭감을 근거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AP=연합

'장밋빛 전망'으로 부풀린 억지 균형예산


그러나 트럼프 예산안의 치명적인 문제는 위와 같은 장밋빛 전망이 경제적 현실과 논리에 어긋나는 허황한 전제 조건과 잘못된 수치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지난주 의회에 제출한 소위 '얄팍한(skinny) 예산안'의 엉터리 수치를 별로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공약인 재정 균형을 달성하려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그냥 의회에 던져 놓고 의원들끼리 싸워서'쓸만한' 예산안을 만들어보라는 배짱이라고 평가한다.

칼럼니스트 디온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은 언제든지 협상할 수 있고, 모든 수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둘째, 트럼프 예산안의 최대 목표는 장기적인 재정 균형이며 이의 전제 조건은 실질 GDP의 연 성장률 3% 달성 여부이다. 미 경제학자와 의원 다수는'저성장 기조'에 빠진 국제 경제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매년 3%씩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의 마크 샌포드 하원의원은 "연방 의회 예산국의 연 성장 전망치는 1.9%인데 트럼프 예산안은 연 성장 3%를 전망하고 있다. 이것은 새빨간 거짓"이라고 질타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참모였든 로런스 서머스 교수는 "연 3% 성장률 주장은 진짜 엉터리"라며,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GDP 성장률은 두 가지 변수로 결정된다. 노동인구의 증가와 노동생산성 향상이다. 현재 미국은 2차 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가 하루에 1만 명씩 은퇴하고 있어 노동인구 증가가 둔화 내지 하락하고 있다. 또 노동생산성 향상은 2008년 이래 정체 상태에 빠지고 있고,'노동 절약형' 패턴의 최근 기술진보는 불행히도 노동자의 임금 정체를 불러온다."


셋째, 트럼프 예산안이 같은 수치를 두 번이나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계산'을 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은 하원에 출석하여 이렇게 주장했다. "미 연준과 의회 예산국의 추정치인 경제 성장률 연 1.9%를 적용하면 2027년에 1조 3400만 달러의 예산 적자가 발생한다. 반대로 연 3%를 적용하면 2027년에 160억 달러 예산 흑자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이 경제 성장률 연 3%의 긍정적인 효과(약 2조 달러)를 두 개의 항목에 동시에 사용하는 '실수'로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연 3% 경제 성장을 한번은 대대적인 '세금 감면조치'로 발생한 세수 감소를 충당하는 데 사용했고(세수 자동 충당 효과—"Pay for it"), 한번은 '고질적'인 재정 적자를 균형 재정으로 바꾸는 데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면 결과적으로 2027년에 2조 달러의 적자가 발행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예산안의 의회 통과 전망을 살펴보자.


현재 미 의회 분위기를 보면 트럼프 예산안은 의회를 통과할 것 같지 않다. 지난 5월 21일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은 "의회에 제출한 역대 대통령의 예산안은 모두 도착하자마자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5월 23일 CNN은 트럼프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5가지 이유를 제시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하나는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예산안을 제쳐놓고 "지역 유권자의 뜻에 맞는 예산안을 편성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 예산안이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반대하는 메디케이드와 푸드스탬프, 그리고 NIH나 CDC 등의 파격적인 삭감 계획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1주일 전에 의회에 제출한 트럼프 예산안이 빚어낸 가장 큰 정치적 성과는 이 예산안이 결코 의회를 통과하지 못 할 것이라는 씁쓸한 전망이라고 하겠다. 세계 최대 경제강국의 '초라한' 민낯이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신 전희경 박사에게 감사합니다.(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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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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