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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도시 진해, 30년 보수 텃밭 아성 무너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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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도시 진해, 30년 보수 텃밭 아성 무너뜨려"

김종길 민주당 경남 창원진해구 지역위원장 "내년 지방선거 땐 50% 확보 목표"

경남 창원시 진해구는 지난 30여년간 단 한 차례도 정치적 보수의 아성이 무너지지 않은 곳이다. 현재 국회의원 1명과 도의원 2명, 시의원 4명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시쳇말로 ‘한국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곳이다.

그런 진해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5월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자유한국당 후보를 1,200표 차이로 앞섰다.

선거 10일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결과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민주당 경남도당과 관계자들은 그래서 더 값진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15년째 보수의 텃밭에서 민주당을 이끌어오고 있는 김종길 창원진해구 지역위원장을 지난 25일 만나 대선 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기도 하다.

▲김종길 더불어민주당 창원진해구 지역위원장이 지난 25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계사무소 사무실에서 대선 결과에 대한 분석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병찬 기자

-지난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남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진해선거대책본부장과 경남선대위 공동선대본부장을 했다.

-진해구 개표 결과 1% 차이로 민주당이 이겼다.
▷문재인 후보가 진해에서 1,200표 차이로 자유한국당 후보를 이겼다. 2002년 선거대책본부장을 해봤고 15년이 지난 뒤 이번에 다시 같은 역할을 해봤는데, 생각해보니 인구가 그새 30~40%가 늘었다.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많았다. 현재 진해 인구는 지난 4월말을 기준으로 18만8,620명이다. 이 가운데 20~40대가 전체 인구의 45%나 된다. 그들이 이번 대선을 승리하게 해준 핵심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영향이 컸다. 보수진영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이건 아니구나 하고 느꼈을 것이다.

-지역 공략을 위한 전략은 어떻게 진행됐나.
▷진해는 4개의 투표구가 있다. 선거 10일 전에 자체 여론조사를 해보니 34%대 37% 정도가 나왔다. 문재인 후보가 한국당 후보에게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민의당이 15% 정도 나왔다. 특히 너선거구의 풍호동과 덕산동의 경우 문 후보 지지율이 20%를 겨우 넘었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중도 표심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중점적으로 공략하기로 하고, 지역구인 창원시의회 무소속 김태웅 시의원 등과 함께 차량을 동원해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랬더니 이 지역에서 선거일 10일 전 민주당과 한국당이 21% 대 35%였던 것에서 38% 대 30%로 뒤바뀌는 결과가 나왔다. 막판 자체 분석과 뒤지고 있던 지역에 대한 집중 공략이 주효했다.

-표심이 움직인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진해는 보수정당이 변함없는 지지를 받아온 곳이다. 그런데도 진해는 늘 소외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현재의 창원시장도 그렇고, 전 홍준표 도지사도 마찬가지로 진해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꾸준히 지지세력을 확장해온 민주당이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본다.

-지난 30년간 진해에서 보수가 강세였던 이유가 있나?
▷진해는 해군의 도시이다. 해군과 해군가족들이 전체 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분들이 30년 세월을 여당을 지지해왔다. 그 영향이 크다고 본다.

-정치적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이 제일 두렵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승기를 잡고 시작했고, 상대방 측에서도 최순실 국정농단 등으로 보수층의 여론이 좋지 않아 선거운동을 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공적인 조직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진해 시의원 8명 중 민주당 시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도의원과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시의원과 도의원을 먼저 배출해야 한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 지난해 총선 전까지 진해에서 민주당 후보가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만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반을 서서히 다져온 것이다. 민주당 지역 일을 해오면서 후보도 낼 수 있게 되기까지 지켜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투표구에 후보를 내고, 시의원 4명과 도의원 2명 등 각각 50% 당선시키는 게 목표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보니 가능할 것 같다. 지역별 지지도가 많이 올랐다. 또 창원시장도 민주당에서 배출하게 되면 진해가 여권의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정치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
▷지난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 진해시선거대책본부장을 했다. 사실, 부산상고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21년 후배이다.

당시 진해는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8~9% 정도 나올 시기이다. 그때 김두관 경남선대본부장이 진해를 맡을 인물을 물색하다 나에게까지 연이 닿았다. 그렇게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지난 2012년 4월 11일에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야권 단일후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총선을 3일 앞두고 출마한 무소속 김병노 전 진해시장에게 최종 후보 자리를 내줬다. 김병노 전 시장은 3선 시장으로서 국회의원에 출마를 했다. 지난해 4·13 총선에도 나섰으나 역시 김성찬 의원에게 패배했다.

올해 1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에 임명됐다. 책임은 막중한데, 돈도 벌어야 하고 정치도 해야 하고 해서 쉬운 게 없다 싶다.

-정치 입문에서부터 지금까지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보수 성향을 가진 분들이다. 그래서 보수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기득권을 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다고 하는 정당에서 역할을 맡는다 해도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는 민주당을 선택한 게, 어느 정도 가진 사람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을 실천하기에 부합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당이 앞으로는 보수정당이 되는 정치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은.
▷지난 2012년에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 있었다. 그 당시 경남지역 경선을 할 때 경남의 지역위원장들 중 14명 정도가 김두관 후보 쪽에 있었고, 저와 양산의 송인배 위원장만 문 후보 쪽에 있었다.

이번에는 문재인 후보가 워낙 대세이니 15명이 문 후보 캠프에 있었고, 마산의 하귀남 위원장만 안희정 후보 쪽에 있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은 잘한다 해도 정책이 주어졌을 때 이런 저런 논리로 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도 가지고 있는 지지자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수를 한 정부이다. 따라서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러려면 좀 더 힘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추진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실패하게 된다. 때로는 조금 물러서기도 하겠지만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간다면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과 정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참여정부의 실패를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실용노선이다. 끝까지 노선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개혁도 중요하지만 통합도 중요하다. 소통을 통한 통합으로 잘못된 국가적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주류에서 대권을 잡았다. 그러다보니 주위에 인재풀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인사 문제에서부터 실패를 했다고 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 시절을 보내면서 당 조직이 단단해졌고, 다양한 인재들이 많이 결합했다.

개혁도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초기에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고 한 장면을 생각해보자.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은 어쩌면 포기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세련되지 못했다.

그리고 대통령을 만들었던 지지세력들이 내부에서 많이 무너졌다. 특히,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뒤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당으로부터 유입된 인물들을 많이 밀어줬다. 그런데 그분들은 마인드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니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4대 개혁과제는 하나도 제대로 못하지 않았나. 그러니 대통령도 힘이 없고 국회도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는 형국이 됐다.

-향후 활동 계획은.
▷이제 중앙(대통령과 정부)은 바뀌었으니 지방도 권력을 바꿔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경제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쌓고 싶다. 공기업 쪽에서 CEO를 할 기회가 된다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볼 생각이다. 그런 뒤 오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해 지지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창원광역시 승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창원의 경남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44% 정도 된다. 그런데 이게 빠져나간다고 하면 도민들이 찬성하겠나. 또 수원, 성남, 용인 등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다른 도시들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특례시 쪽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자치권도 좀 더 가지는 방향으로 해서.

광역시 추진은 실현 가능성이 과연 있기는 한지 의문스럽다. 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창원시민을 상대로 한 활동이 무슨 소용인가. 국회로 가야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동장들, 반장들 모아서 추진운동이랍시고 하는 건 보여주기식밖에 더 되나. 돈을 쓰는 것도 써야 할 곳에 써야 한다. 안 시장이 내년 시장선거를 대비해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다.

-통합창원시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의견도 더러 있는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때 진해를 따로 떼서 부산광역시에 영입시키겠다는 공약을 했다. 지금처럼 통합창원시에 묶여 제대로 된 지역발전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게 낫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진해는 자치구 구청장을 선출해야 한다. 만약 통합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굳이 부산에 영입되지 않아도 된다. 진해시로 돌아가거나 자치구가 되는 것 모두가 독립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진해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
▷진해는 해군의 도시이다. 상징성이 있다. 또 해양관광과 신항으로 대변된다. 그기에 맞추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구도심을 중심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이런 논의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 시민단체가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 역할을 민주당이 해온 것이다. 이제 지방 권력도 바꿔서 힘 있게 진해의 미래를 위한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유능한 후보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역위원회의 활동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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