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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김기춘·우병우처럼 키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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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김기춘·우병우처럼 키우고 싶지 않다

[작은책] 월 200만 원은 기본? 교육비를 어쩌나

"내가 월 200만 원씩 들여서 공부시켰는데, 아들이 지금 피자가게에서 일해요. 그 생각 하면 머리 아프고 한숨만 나와."

맘대로 안 되는 자식 때문에 속 끓이는 어느 어머니의 푸념이다. 강남의 한 특목고에서 전교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고, 서울대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고3 때 갑자기 공부를 안 하고, 서울대 가 봤자 평생 하기 싫은 공부 하다가, 하기 싫은 일 하면서 살게 될 텐데, 더 이상 그렇게 살기 싫다고 했단다. 수능도 안 보고 피자가게에서 피자 굽는 일을 하고 있는데, 말을 안 듣고 자기 맘대로 해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피자가게에서는 아주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놈 참 괜찮네'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잘하다가, 자기밖에 모르고 사회를 좀먹는 김기춘, 우병우 같은 인간 되는 것보다 백배 낫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내가 놀란 것은 월 200만 원씩 들여서 공부시켰다는 말이었다. 학원비는 빼고 과외비만 200만 원을 넘게 썼다고 한다. 돈을 얼마나 많이 벌기에 그렇게 교육비를 많이 쓰느냐 했더니, 스카이(서울대, 연대, 고대)대학교 가려면 월 200만 원은 기본이란다. 빚을 내서라도 사교육은 시켜야 한다고 했다.

ⓒpixabay.com

교육비 많이 쓰는 것으로는 나도 할 말이 있는데, 나는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우리 집은 교육비가 많이 든다. 일반 초등학교는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교육비가 거의 안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안학교는 학교 건물도 부모들이 마련해야 하고, 선생님들 월급도 부모님들이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도 배움값 48만 원, 이자부담금 5만 원, 부모회비 2만 원을 합쳐서 55만 원을 달마다 내고 있다. 아이가 둘이면 100만 원이 넘게 든다. 교육비는 많이 들지만, 경쟁교육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힘을 키워 주는 대안교육이 좋아서 대안학교를 선택해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도 학교를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게 행복하게 잘 다니고 있다.

하지만 직장 동료나 지인들에게 교육비 얘기를 하면, "아니,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내고 학교를 보내느냐"며 그냥 일반학교 보내고, 그 돈으로 노후 대비나 하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학교 보내도 그 정도 돈은 든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학원비, 과외비를 몇 과목 합치면, 금방 그만큼 된다는 것이다. 강남 사는 분들에게 얘기하면, 그 정도는 과외 한 과목도 안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의 사교육비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고액인 경우가 많다.

스카이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70%가 금수저라는 통계가 발표된 적이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사교육을 받아야만, 이른바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고, 그런 사교육을 받으려면 상당한 부유층이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부의 대물림은 고착화되고, 불평등은 심해진다. 더구나 이렇게 교육받아 나라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자들이 자기 이익만 챙기면서 국민들을 더욱 피폐한 삶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이런 교육 현실을 바로 잡자고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가난한 현실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똑같이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며 달려드는 것 같다. 더구나 이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대안학교 중에는 학생 모집이 잘 안 되는 곳이 많다고 한다. 대안학교 학생이 줄어드는 데에는 실제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점점 더 팍팍해져 가는 현실에 대안교육을 생각할 여유조차도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대학입시도 힘들고, 취업까지 안 되는 상황에서 정해진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낙오될 것 같은 불안감에 아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안학교는 참교육 목소리와 함께 성장해 왔다. 전교조가 만들어지고, 입시 위주의 교육보다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대안학교도 많이 생겨났다. 대안학교가 많아지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자유롭게 펼쳐지기를 바라는 참교육의 방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일반 학교의 교육체계를 개혁하는 것과 학교 밖에서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대안학교도 계속 유지되려면 신입생이 꾸준히 들어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안학교에도 일반학교와 같은 재정 지원이 있어서 교육비를 많이 낮추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거의 못 받고 있는 상태에서, 대안학교를 찾는 학생마저 줄어든다면 교육비를 낮추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간혹 대안교육도 돈 많이 드는 사교육과 똑같은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오해다. 잘못된 교육 현실에서 자기만 살겠다고 사교육을 시키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내 몫을 내놓는 것을 똑같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튼 이러나저러나 돈은 많이 들게 되어 있으니, 교육비를 어찌하나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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