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길 청와대 대통령 실장이 '검찰 스폰서' 논란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의혹이 조금씩 과장되고 부풀려진 게 있는 만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 실장은 22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민정 라인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심각한 문제가 있고 권력과 관련된 비리라면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에 힘을 실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두 달 전 진정서 냈다고? 모른다"
정 실장은 실명이 공개된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에 대해서도 "검찰총장이 이와 관련해 아주 단호하게 일을 처리하겠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기 때문에 우린 그 사람들(검찰)이 하리라 생각한다"며 검찰의 자체 처리를 신뢰했다.
정 실장은 "(진상조사단 단장으로 임명된) 채동욱 대전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14기로 박기준 검사장과 동기인데 검찰이 믿을 수 있을 만큼 조치할 수 있겠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질의에도 "신뢰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만 답했다.
정 실장은 의혹을 폭로한 정 모 씨가 두달 여 전에 관련 내용을 진정했지만 부산지검이 묵살한데 대해선 "그 부분은 보고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 실장이 이처럼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자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도 "검찰에 비리가 있는데 검찰 스스로가 밝혀서 스스로 기소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이 됐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됐던 간에 이대로 마냥 방치해선 안된다"고 질타했다.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손 의원은 "대통령의 주도 아래 수사 기구를 만들어 기소를 한다든가 이번처럼 입증이 불가능해 기소가 힘든 사건이라면 의혹 당사자가 최소한 사표를 내도록 만들 시스템을 정권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검찰 출신인 권재진 민정수석이 운영위원회에 나오지 않은데 대해 손 의원은 "청와대에서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민정수석이 국회에 나오지 않는 것 맞지 않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으면 나와서 욕 먹을 것 먹어야 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장관과 총장 안 나오면 추가 폭로한다"
한편 이날 법사위는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부르자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27일에 어차피 이 장관이 나오기로 했으니 그 때 이야기를 듣자"고 맞섰기 때문이다.
반쪽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박연차 사건은 달랑 여직원 메모 한 장 가지고 수사가 시작됐는데 이번 정 모 씨의 문건은 훨씬 더 자세하다"며 즉각적 수사 착수를 주문했다.
박영선 의원은 "정 씨가 2월에 제출한 진정서를 보면 '향응 성접대 중 시효가 남아있는 것은 형사적 책임을 묻고, 시효가 넘은 것은 도덕적 책임을 물어달라'고 되어있는데 두달이 넘는 동안 검찰이 뭐했냐"면서 "MBC PD수첩이 아니면 깔아뭉개서 속이고 넘어가려고 한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수사권 없는 민간조사위원회를 꾸려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했던 삼성 떡값 사례에 비쳐봐도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은 "법무부와 검찰이 현명한 태도로 국회에 나와서 관련 내용을 밝히지 않을 경우 호미로 막을 것 불도저로도 못 막는다"면서 "안 나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추악한 내용을 공개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간사로 검사장 출신인 장윤석 의원은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엄중히 추궁하자는데 여야가 따로 있겠냐"면서도 "내주 법사위 법안처리 일정이 있으니 그때 장관을 출석시켜 보고를 받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투명한 사회를 추구한다"
한편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청와대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금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하고, 또 강조하는 문제가 바로 투명한 사회, 원칙이 존중받는 사회다"라면서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해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가는 것,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를 이루고 대한민국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이해 관계자들 사이의 거래나 뒤에서 이뤄지는 거래 등에 대해 굉장히 안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다행히 검찰이 강력하고 철저한 조사의지를 서둘러 다짐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제기딘 의문이 낱낱히 밝혀지고, 문제와 잘못이 있다면 책임문제와 제도적인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