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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대형 비리, 언론 '침묵의 카르텔'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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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대형 비리, 언론 '침묵의 카르텔' 깨졌다

권오준 회장 2기 체제 빨간불

지난 3월 8일 <프레시안>이 단독으로 보도한 포스코의 대형 비리 사건이 글로벌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KBS가 18일 이 사건을 재조명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KBS는 이 보도에서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비리에 연루된 임원 대부분을 일선에 복귀시킨 권오준 회장의 비리경영을 정면 비판했다. (관련 기사:☞[단독] 포스코, 권오준 체제서 '비리 행위' 적발하고 쉬쉬)

KBS는 "불법 행위를 입단속 해온 포스코는 최근엔 대형 로펌과 중국발 배상 움직임 등에 대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을 예고했다.

사실 이 사건은 관련업계에서는 파다한 소문이지만, '침묵의 카르텔'로 포스코 내부는 물론, 이를 보도해야 할 언론도 침묵해 왔던 사건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2013년이며 <프레시안>이 포스코 내부 문서를 입수해 단독 보도한 후 2개월이 지나서야 KBS가 처음으로 후속보도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 지난 3월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49기 포스코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리 의혹 휩싸인 1, 2인자가 이끄는 포스코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언론 보도로 수면에 떠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부 언론은 이미 취재를 끝내놓고도 침묵했으나 비주류 언론이 본격적으로 관련 보도를 터뜨리면서 후속 보도가 쏟아졌던 데 대한 비유다.

지난 3월 10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은 한편으로는 '국정농단 사태'의 수혜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장본인기도 한 권 회장은 세간의 관심이 온통 국정농단 사태에 쏠려있을 당시 비리 의혹에 반발하는 일부 주주들의 출입을 봉쇄하는 등 부당한 조치를 진행했다.


현재 검찰에서 이 사건에 대해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시장 질서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을 주도할 인사들 사이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를 계속 이끌어나갈 인물로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기류 역시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핵심은 포스코가 '조직적 비리'를 '조직적으로 은폐'했으며, 이 사건에 관련된 핵심임원을 2기를 맞은 권오준 회장 체제에서 오히려 영전까지 시켰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권 회장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KBS는 "그간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포스코는 '윤리 경영'을 강조해 왔다"면서 권 회장을 정조준, 그의 이중 처신을 지적했다.

지난 2015년 7월 "정보조작 등 4대 비윤리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와 경중을 따지지 않고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던 권 회장은 연임 성공 뒤 단행한 인사에서 미인증제품 납품에 관여했던 임원 대부분을 일선으로 복귀시켰다.

이 '미인증제품 납품' 사건은 국내가 아니라 중국에서 벌어졌다. 지난 2013년 포스코가 중국 광동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 공장을 준공한 뒤 아직 현지 생산품이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광동 생산 제품을 이미 인증을 받은 국내 광양제철소의 생산품인 것처럼 변조한 검사 증명서를 붙여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대규모로 납품했다.

포스코가 무리하게 실적을 올리기 위해 '미인증 제품 바꿔치기 판매'를 강행하면서 '사문서 조작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범죄'에 해당될 수 있는 중대한 부정행위다.

권오준 회장이 강조해왔던 정도.윤리 경영을 벗어날 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실적을 올리려다가 국제적 비위 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권 회장이 보고받고도 은폐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이 행위에는 지난 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설된 포스코 철강부문장(COO)에 선임된 오인환 포스코 사장이 비리 핵심연루자로 포함돼 있다.

오인환 COO는 생산, 판매, 연구개발, 관리, 지원 등 철강과 관련된 모든 사업 영역을 관장하는 책임경영자로 명실상부 '포스코 2인자'이자 권 회장의 후계자로 선택받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인물이다.

권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 비철강 부문 개혁 등 그룹 경영에 집중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포스코 1,2인자가 모두 비리에 연루된 자들이라며, 이 사건이 포스코의 앞날 자체를 흔들 메가톤급 비리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해당 강판을 사들인 자동차 업체가 반발할 경우 '국제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포스코 측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유출된 기밀문건을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 측은 "당시 중국 현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고급 강판 수요가 급증해 물량이 부족했다"면서 이 같은 비위를 저지른 배경을 설명하면서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등으로 어려운 마당에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이런 대형 비리를 포스코 본사의 경영진이 조용히 덮고 가려고 무리수를 둔 배경에 대해서는 오히려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서 찾는 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중국에서 '미인증제품 바꿔치기 판매'가 2년여 동안 진행되다가 본사에서도 알게 된 2015년 당시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시작된 포스코 비리 수사로 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고 있었고, 중국 정부도 부패 척결의 기치를 내건 상황이었다. 본사까지 개입해 '제품 바꿔치기'로 중국에서 판매 실적을 올렸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포스코의 이미지는 물론 중국에서의 영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비윤리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미 포스코 내부에서는 관련 부서 직원들이 대부분 알고 있다는 이런 비리를 영원히 대외적으로 은폐할 수 없다는 말들이 나왔다. '정도 경영'에 반하는 사례라는 비판도 외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인증서 조작과 '연비 조작'으로 큰 타격을 받은 폭스바겐, 미쓰비시 비리와 같은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10일 포스코 주주총회를 앞두고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경유착으로 회사 평판을 훼손한 책임이 작지 않다"는 이유로 권오준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연구소는 "포스코는 2015년 11~12월 미르재단에 30억 원, 지난해 4월 8일 K스포츠재단에 19억 원을 출연했다"면서 "권 회장은 당시 재단 출연증서에 날인한 장본인으로, 회사 재산을 정당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을 뻔히 알고도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 1월 권오준 회장의 연임을 결정해 권 회장의 연임 가도에 거수기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런 비리로 점철된 '권오준 회장 체제'에는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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