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무부 청사에서 대통령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과 만난 틸러슨 장관이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북 측에 이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정권 교체도, 침략도 하지 않을 것이며 체제를 보장할 것"이라며 북한에 "뒤에서 물어오지 말고 우리를 한 번 믿어달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 중지 등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며 "뒤로 북한과 대화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조건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지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틸러슨 장관은 현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비(非) 군사적 수단을 활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선제타격이나 군사 행동을 선택하기까지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지금 가진 모든 수단은 외교적·안보적·경제적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홍석현 특사는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틸러슨 장관이 "북한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에 신뢰를 줬으면 좋겠다"며 "내 주변에도 북한에 투자하고 싶은 사업가가 많이 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북한 발전에도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특사는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괴롭히겠다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문을 열고 핵 프로그램 폐기를 통해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관여(engagement)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특사의 발언과 함께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지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거는 듯한 인상을 풍기면서, 대화의 문턱이 기존보다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특사단 관계자는 "조건의 기준을 낮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핵 실험 중지보다 핵 폐기"라고 말했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홍 특사에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중국이 롯데에 대한 보복을 조금씩 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사드의 엑스밴드레이더는 중국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특사는 사드 배치에 한국 국내에서 절차상 논란이 있고, 국회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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