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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STX조선 "RG 발급 늦어져 수주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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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STX조선 "RG 발급 늦어져 수주 무산 위기"

"어떻게 얻은 회생 기회인데"...근로자들, 금융권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촉구

경남의 중형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 이 두 조선소는 수주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모두 1년6개월과 1년5개월만의 수주이다.

장기화된 조선업 침체 탓에 그동안 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났고 남아 있는 이들도 회사의 존립을 걱정하고 있던 상황에서 들려온 희소식이다. 근로자들은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계약이 무사히 성사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어렵사리 찾아온 회생의 기회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선주사들이 선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계약이 성사되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와 성동조선해양, STX조선 근로자들이 18일 오전 10시 30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선수금환급보증 발급과 금융지원 정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병찬 기자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선주사로부터 선박 건조 계약을 맺은 조선업체가 약속한 시기에 배를 만들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이다. 선주사로서는 피해를 보게 될 경우를 대비한 보험인 셈이다. 선박 수주 본계약의 필수조건이다.

성동조선은 유조선 7척을, STX조선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 4척을 지난 4월중에 각각 수주했다. RG 발급은 6월중에 돼야 한다. 만약, 수주 후 2개월 안에 RG 발급이 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자동으로 취소된다. 두 조선소의 근로자들에겐 피를 말리는 시간이다. RG 발급이 늦어지며 금쪽같은 시간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하며 일을 하던 경남 사천의 SPP조선은 지난 2015년 글로벌 선주들로부터 모두 8척에 달하는 선박 발주계약을 확보했다. 채권 은행단에 RG 발급을 요청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동의하지 않았다. 실질적인 계약서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계약은 무산됐고 ‘잘나가던’ 조선소는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성동조선과 STX조선 근로자들에게 SPP조선의 선례는 닮고 싶지 않은 현실이자 미래이다. 그런 그들이 새로 들어선 정부를 향해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양 조선소 근로자들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의 요구는 수주계약이 눈앞이므로 필수조건인 금융권의 RG 발급을 서둘러달라는 게 첫 번째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급 기준과 수수료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융권은 현재 1% 이상의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는 계약건에 한해서 RG 발급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발급 수수료도 중국, 일본, 한국의 대형조선소는 0.3~0.5%인 데 비해 국내 중형조선소들의 경우 2~3%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들은 “RG 발급 기준 완화와 수수료 완화는 조선업 활성화의 가장 근본이자 기본이 되는 정책”이라며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수주계약이 확실시되는 계약에 대해서는 조속히 RG 발급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조선업계가 다 망가뜨려진 뒤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국회 차원의 정치적 결정으로 RG 발급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 정책 마련도 주문했다. RG 발급 수수료를 현실성 있게 조정해 달라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국책은행은 해외 선사들에게 1% 수준의 발급 수수료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의 경우 2~3%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선박 가격이 한국보다 비싸지만 금리의 차이가 선박 가격의 차이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결국 발주 물량은 국내 조선업체를 외면하게 되는 구조이다.

성동조선과 STX조선 근로자들은 “현재 조선업의 위기는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이 초래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부 정책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해외 선주들의 발주 물량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RG 발급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별고용지원 업종 기간 연장과 적용 대상 확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사업 규모가 축소되거나 사업전환, 폐업 등으로 대규모 정리해고 등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집중 지원하는 실업대책이다.

특별고용업종으로 지정되면 1년 동안 고용유지지원금과 특별연장급여(실업급여 연장), 직장을 옮기거나 재취업을 하는 데 필요한 훈련, 생계비 지원 등을 정부가 지원한다. 협력업체도 매출액 50% 이상이 지정 업종과 관련이 있을 때에는 지원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 경기 침체와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퇴사뿐만 아니라 휴직과 휴업의 반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특별고용지원 업종 기간과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철 금속노조 STX조선 지회장은 “오는 6월 유급과 무급 휴직이 끝나는 시점 전까지 계약된 수주가 진행되지 않으면 사측은 또다른 구조조정을 시행하려 할 것”이라며 “그런 고통이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다면 극단적인 폐업의 수준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기성 성동조선해양 지회장도 “지난 2월부터 휴직 중인데 RG 발급만 된다면 오는 10월부터 조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발급이 지체돼 계약이 취소된다면 악순환이 이어져 내년 상반기까지 또다시 야드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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