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爲民)은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세종대왕의 위민정치에서 유래했다. 여민(與民)은 국민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한다는 뜻이다. 맹자에 나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유래했다.
문재인 정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비서동 명칭에 대해 설명하면서 "위민은 국민이 객체가 되는 개념이고 여민은 국민과 함께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민은 국민을 주체로 바라보는데, 위민은 국민을 대상으로 본다는 취지다. 위민과 여민은 단지 비서실 건물의 이름을 바꾸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새 정부의 국정운영 원칙과 철학이 되어야 하고, 특히 청산과 개혁을 위해서 더욱 견지해야 한다.
위민하면 실패하고 여민해야 성공할 수 있다. '개혁과 청산'이라는 정치전의 성공은 새 정부 국정과제 추진의 동력으로 환원될 것이다. 개혁과 국정과제는 이렇게 긴밀히 상호 연결되어 있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래서 더욱 청산과 개혁이 성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2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간의 득표차는 557만 표로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후 최대다. 이것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권럭과 재벌의 특권과 반칙을 철저히 청산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다. 대선 직후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로 적폐청산이 1위를 차지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문 대통령은 보수야당이 대선패배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당을 새롭게 정비하기도 전에 허를 찌르듯 기습적으로 청산 작업에 전격 돌입했다. 국정교과서 폐기,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식 제창곡 지정, 정윤회 문건 재조사가 그것이다. 놀란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이 이념과 진영 대결로 몰아가며 박근혜 정권 지우기와 참여정부 회귀의 신호탄이라면서 친노·친문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새 정부를 가두려 하고 있다. 정치적 공방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새 정부와 국민은 어떻게 하면 검찰개혁과 정경유착 근절 등 앞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청산과 개혁과제를 보수야당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양정철 전 홍보기획 비서관이 당선 이후 차례로 새 정부의 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의 총리, 비서실장, 총무비서관, 인사수석, 대변인 등 잇단 인사에서 통합과 탕평은 더욱 명분을 얻고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시민과 셀카 찍고, 청와대 직원들, 기자들과 같이 식판 들고 줄서고, 비서진들과 함께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든 탈 권위 소통행보 또한 관저에 갇혀 지내던 전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연일 국민들로부터 호평이다.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뉘는 진영 아젠더가 아닌 그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로 박수를 받고 있다. 시작이 좋다. 이제부터다. 통상 역대정권의 사례를 볼 때 취임 직후 100일의 성적이 향후 5년의 국정운영의 동력이 되어왔다. 인사, 소통, 탈권위 등 비정치적 행보로 형성된 좋은 이미지를 종합적인 국정과제 추진을 통해 구조적이고 안정적인 지지 기반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거운동 당시 1호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취임 후 첫 현장방문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선택한 것은 상당히 인상 깊다. 인천공항은 2005년부터 12년 동안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서비스 부문의 고용 상징성이 높은 곳이다. 대통령이 찾아가 "재임기간 중 정부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고, 공항공사 사장은 "1만 명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참석한 비정규직 직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준비된 기획이었고, 타이밍도 좋았다. 이제 곧 출범하는 내용적으로는 인수위원회 성격을 가진 국정기획 자문위원회는 향후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부처별로, 또는 아젠다별로 제시할 계획이다. 이때 인천공항공사의 일자리 만들기 사례처럼 경제와 민생, 사회와 복지, 외교와 안보 등 잘 준비된 공약과 국정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정책을 하나씩 꺼내들면서 청와대가 100일 간의 국정드라이브를 걸고 주도해야 한다. 이런 안정적 국정과제 추진을 통해서 형성된 우호적 여론은 청산과 개혁의 추진 동력이 될 것이다.
인사, 소통과 탈귄위 행보나 일자리 만들기 같은 정책 과제 추진은 진영논리가 서지 않거나 있더라도 간접적이다. 이에 반해 개혁과 청산은 반대하는 진영이 분명하기 때문에 영리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청산과 개혁의 추진은 내용보다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져 정치쟁점화 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야당의 정치공세는 새 정부를 이념세력으로 가두어 개혁과 청산을 국민과 떼어 놓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앞세운 청와대 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개혁에 대한 저항은 더 강도 높은 개혁 추진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개혁을 더욱 요구하도록 만들어야 꺾을 수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성급한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국민과 함께하는 민정수석의 한 걸음이 성공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의 청산 vs 보수의 안정' 진영 프레임이 아닌 '상식 vs 비상식', '정상 vs 비정상'의 국민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추진 중인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과 국정교과서 지정 폐지는 '불안한 청와대 vs 국정 염려 비판 세력'이라는 허위의 프레임을 깨야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진보정부 복원의 개선가가 아닌 광주시의회가 결의한 광주시민의 요구다. 국정교과서 폐지는 국정교과서는 보수이고 검인정은 진보라서가 아니라, 사관과 가치관을 국가가 정해주겠다는 권위주의적인 발상인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추진하는 민정수석실의 정윤회 문건 재수사에 대해 민정수석이 검찰수사를 지휘하는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예 예전 민정수석처럼 검찰 수사에 개입하되 정권을 위한 칼이 아닌 국민을 위한 칼이 되겠다고 정면승부를 하거나, 아니면 민정수석실, 법무부, 검찰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 확립과 측근 친인척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히고 정윤회 문건 재수사,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세월호 진상규명 재조사, 검찰개혁 등은 민정수석실의 업무가 아님을 선언하고 공개적 석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민정수석실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된 재수사는 검찰의 역할임을 분명히 하고 신임 검찰총장의 숙제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국민적 여론은 검찰 스스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철저한 재수사 등 자구적 노력을 강제할 것이다. 검찰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국민 여론이 검찰 프렌들리로 바뀔지 아니면, 검찰이 더욱 가혹한 개혁의 대상으로 비치게 될지 결정된다. 그것을 검찰 스스로의 몫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검찰개혁은 검찰의 권력분산과 견제감시 장치의 마련이라는 제도 정비로 마무리 될 것이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와 '검찰의 수사권 분리'가 그것이다. 따라서 법무부 장관과 국회가 국민 여론을 기반으로 입법을 통해 검찰개혁의 주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진보적 이념의 조국 민정수석 vs 보수적 기득권의 보루 검찰'이라는 위민의 구도가 아닌 '우병우·최순실 검찰 vs 분노한 다수 국민'이라는 여민의 구도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검찰개혁을 비롯한 개혁과 청산은 '진보 vs 보수', '외롭고 의로운 청와대 vs 검찰 등 기득권 세력'의 구도가 되는 순간 진영간의 대결이 되고 국민들은 구경꾼이란 제3자의 위치로 전락시키게 된다. 나를 따르라며 국민을 대상화 시키는 위민의 싸움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싸워 이긴 상식적인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나서는 여민의 싸움판을 만들어야 한다.
조 민정수석과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국민과 국회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개혁과 청산이라는 전투에서 이길 수 있고 설사 부분적으로 지더라도 국정운영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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