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만 리콜인줄 알았더니 이건희도 리콜?"

야당, 비판 논평 쏟아내…한나라 "논평 안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복귀에 대해 야당들은 비판적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24일 오후 "오랜 재판과정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또 사면복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이라서, 이번 경영복귀를 두고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한번 퇴진하신 분이 다시 경영에 복귀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은 잘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우 대변인은 "특히 김용철 씨가 폭로했던 검사 떡값 문제 등 삼성의 영향력이 경제와 경영에 집중되어야지 사회전체의 다른 영역까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관계를 맺거나 압력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국민들에게 결과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고용창출에 신경을 쓰는 경영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건희 회장은 비록 이명박 대통령의 '비지니스 프랜들리' 정신으로 정권에 의한 사면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상식과 정의를 꿈꾸는 국민들에게는 아직 사면받지 못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면서 "또한 충고컨대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로 다시금 족벌 삼성으로 회귀하는 행태를 보이는 한 스스로 그렇게 소망해 마지않는 초일류 기업은 이미 물 건너간 일일 뿐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경영퇴진과 복귀 모두가 3류 코미디 수준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 냉장고 제품의 리콜을 지시하는가 하면, 지난해 말 삼성그룹의 인사 역시 사실상 이건희 체제를 강화하는 인사였다"면서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연이어 벌어진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도덕한 재벌총수 비호와 이건희만을 위한 원포인트 사면 강행이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는 "이건희 회장이 '지금이 위기'라고 했는데, 법 위에 군림하는 이건희 회장의 복귀야말로 삼성의 새로운 위기의 시작이자 대한민국의 위기다"면서 "참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장단 협의회가 무슨 자격으로 '요청'하나"

현역 의원으로 이에 대해 공식입장을 발표한 사람은 민주당 박선숙 의원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이건희 회장 복귀의 절차는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 권유하고 이를 수락한 형식"이라면서 "삼성전자는, 이사와 사외이사는 주총에서 선임하고 대표이사 추가 선임은 이사회에서 의결했으면서 가장 최고의 권한을 갖는 회장은 삼성전자와 형식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삼성사장단협의회에서 요청하고 사장단협의회에 수락을 통보하는 것으로 복귀(임명이 아닌)의 모든 절차를 끝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자산 총계 86조 기업의 회장 복귀를 이사회도 아니고 주주총회도 아닌 법적으로 삼성전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삼성사장단협의회에서 '복귀를 요청'하고 사장단협의회에 '수락을 통보'함으로 결정되는 구조는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다"면서 "이번 이건희 회장의 복귀 과정 그 자체는 삼성이 갖는 후진적 지배구조의 내용증명이다. 그리고 이런 후진적 구조에서 글로벌 위기 극복 운운하는 것 자체가 21세기의 우리 나라가 처한 비극이다"고 말했다.

조승수 의원은 "이제 의식있는 소비자들이 나서야 한다. 냉장고만 리콜할 줄 알았더니, 이건희 리콜이라니"라면서 "이건희씨가 회장으로 있는 한 삼성제품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조리한 정치인이 존재하면 퇴출시켜야 하듯 부조리한 기업인의 퇴출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나라당 정미경 대변인은 "특정 기업의 사안에 대해 논평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