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사상 초유의 보궐선거였던 만큼 주요 외신들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에 관심을 가졌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10일 오전 한때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微博)에서 '문재인 청와대 입성'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국민이야 말할 것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장미 대선까지 약 5개월, 이중 대선 준비 기간 약 2개월, 짧은 기간 대선을 준비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을 문재인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는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모든 것이 정지된 국정운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 쉼 없이 달려가야 할 것이다. 주요 외신이 한국에서 역대 가장 힘든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평할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새 대통령의 1순위 공약, 일자리 확대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실업' 문제다. 마치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자마자 연일 '청년 실업 역대 최악'이라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대통령 취임 후 첫 업무 지시가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일자리 확대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
후보 시절 일자리 확보를 위해 그가 내놓은 이행 방법으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 개 창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 및 Smart KOREA 구현을 위한 민·관 협업체계 구축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선도 △신생 기업의 열기가 가득한 창업국가 조성 △실노동시간 단축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 격차 해소로 질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 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공약 내용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방법들은 매우 새롭거나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나왔던 내용으로, 이러한 내용이 지금까지도 일자리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거론이 된다는 것은 좋은 제도이기는 하나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정부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정책을 제대로 운영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신생 기업의 열기가 가득한 창업국가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창업국가 조성에 우리보다 앞선 중국
창업국가를 우리보다 앞서 조성하고 있는 중국을 보자.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로 청년 실업을 줄이고자 2014년 '대중창업, 만중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을 제시한 바 있다.
'대중창업, 만중혁신'은 누구나 창업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혁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 정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창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중국에서는 하루 1만 개가 넘는 신생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물론 모든 신생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중에서도 실패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실패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하루 1만 개가 넘는 신생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이는 실패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들이 실패나 재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국 정부의 노력 덕분이다.
끊임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지원에 힘입어 중국에서는 공유 자전거 어플 서비스인 모바이크 (摩拜单车, mobike) 등과 같은 성공적인 창업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하나의 성공한 창업기업을 위해서 그만큼 정부의 희생과 기다림이 따른다. 신생 기업의 열기가 가득한 창업 국가를 조성하기 위해 일회적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선도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강한 의지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3D 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기술 분야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독일, 중국, 일본과 견주어 볼 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중국은 2015년도부터 시작된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가 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3월에 있었던 중국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본격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보다 몇 배는 빠르게 달려가야 한다는 것인데,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나라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본다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나아갈 필요가 있다.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자신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는 이노베이터, 투자자, 주주와 같은 지적·물적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들로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 부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올해 1월에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선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리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결국 사라지게 될 일자리는 이노베이터도, 자본가도 아닌, 노동자의 일자리로, 4차 산업혁명이 자리를 잡을수록 클라우스 슈밥의 지적처럼 노동자와 자본가간 부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이 고용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가 노동수익률보다 자본수익률이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높은 자본에 투자하지 더 이상 노동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우리나라 역시 시대 흐름에 맞춰 4차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고용 없는 성장을 위한 산업구조는 안 된다. 노동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다른 나라보다 뒤처졌다고 해서 마음 조급해할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노동수익률이 높은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더 고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선 공약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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