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후 국민의당이 향후 진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12일 오전에는 당 지도부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당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를 열고, 차기 지도부 구성에 착수한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계 개편도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우리 당이 (의원) 40명인데,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180명을 만들려면 당의 외연을 확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그 점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절차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이 20석이지만 교섭단체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바른정당과 통합해 60석이 되면 국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과는 거의 정체성도 비슷하고, 바른정당에서 13명이 빠져나간 뒤에는 더더욱 정체성이 비슷한 분이 많이 남아 있기에 그 분들과 통합이 절실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그래서 의원 수를 확대해 주도권을 잡는 게 필요하고, 그게 (차기) 비대위원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때문에 우리 당 전당대회(시기)도 예측할 수 없다. (전대 시기로 점쳐지는) 8월말 전에 (바른정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열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안철수 전 대선후보에게 선거 때 '선거 끝나면 통합을 하겠다는 선언을 미리 해 주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한 바도 있다"며 "안 전 후보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안 후보도 제 입장과 뜻이 다르지 않다"고 하기도 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이같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방안은 당내 합의를 거친 게 아니라 자신의 개인 의견임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원내 지도부나 비대위원장이 제일 관심을 갖고 추진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러나는 원내대표로서 개인 의견을 이야기한 것이지, 당의 입장을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를 연다. 러닝메이트제로 치러지는 국민의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는 전날 김관영(원내대표 후보)-이언주(정책위의장 후보) 의원, 이날 유성엽-박주현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주 원내대표의 재출마설도 나왔으나 그는 이날 아침 회의석상에서 "일부 언론에 제가 원내대표 선거에 재출마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 자리를 빌려 저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일축했다.
김관영-이언주 조(組)와 유성엽-박주현 조 외에 다른 후보들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등록해 봐야 알겠지만, 후보가 다른 당에 비해서도 많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같은 날 치러지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2파전으로 치러진다.
비대위원장 선임 등 비대위 구성은 주 원내대표의 후임이 될 차기 원내대표의 몫이 된다. 신임 원내대표가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주 원내대표는 "어쨌든 새로 당선된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협의를 거쳐 비대위원장 선임 추천을 받아 중앙위 또는 당무위에서 의결을 받아야 한다"며 "가급적 빨리 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16일에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5.18 행사가 끝나고 19~20일 당무위를 하고, 주말을 거쳐 22일쯤에는 비대위원장이 선출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일정을 예상했다.
다만 비대위원장 선임 관련 의견 수렴 절차는 주 원내대표가 이미 시작했다. 주 원내대표는 "제가 취합한 의견을 새로운 원내대표에게 넘겨주겠다"며 "제가 주말까지 의견을 달라고 했고, 몇 분은 (의견을) 주신 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모셔올지 내부에서 지명할지는 의원들의 의견 수렴이 끝나 봐야 안다. 외부는 외부대로, 내부는 내부대로 장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안철수 전 후보에게도 어제 그 부분(비대위원장 선임)에 대해 물었는데, 안 후보는 '거기에 대해 자기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당을 이끌 좋은 분이면 좋겠다'고 원론적으로 말씀했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차기 원내대표 선출 후 비대위원회가 구성되면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할 것이라면서 "비대위 체제가 길게 유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급적 빨리 단축시키는 게 맞다. (전대 시기를 잠정적으로) 8월 말로 잡은 것은, 9월에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또 이번에 선출되는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공천권을 행사할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통합, 지금 거론할 때 아냐" 공개 비판
그러나 주 원내대표가 언급한 '통합' 논의는 바로 당내 반발을 샀다. 전날 사퇴한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SNS에 글을 올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문제는 지금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제 소견으로는 지금은 자강할 때이며 국회에서 연합·연대는 필요하더라도 통합은 아니라고 믿는다"고 공개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대선 때 바른정당과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저는 '햇볕정책과 제가 단일화에 걸림돌이 된다면 탈당하겠다'고까지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며 "정체성이 비슷하다는 견해도 있는데, 물론 박근혜탄핵이 바른정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공로는 인정하지만 저는 정체성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표는 "또한 새 원내대표와 비대위 구성 등 새 지도부 출범 후에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주 원내대표께서 '개인 의사'라 하지만, 당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께서 말씀하셨기에 파장이 예상된다"며 "어제 당 대표 직을 물러났고 당분간 침묵하려 했지만 당내 중대 현안이 논의돼 저의 견해를 밝힐 수밖에 없다.주 원내대표와 통화해서 제 견해를 전달했고, 밖으로는 의사를 밝히지 않기로 했지만 사안이 커지고 있어 확실한 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공개 비판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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