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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은 21세기형 시장, 재임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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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은 21세기형 시장, 재임 하는 게 맞다"

[인터뷰] 김성식 의원 "한나라당은 이미 내면적 분열 상황"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8년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의 양대 이슈는 '뉴타운'과 '특목고'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두 달만에 실시된 이 선거에서 서울과 경기도에선 '욕망의 정치'가 맹위를 발휘했다.

하지만 2009년 초 발생한 용산참사와 최근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공정택 전 교육감을 둘러싼 비리는 '욕망의 끝'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제 "우리 동네에도 뉴타운이 들어선다"는 선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를 간판으로 밀고 있고 교육 쪽의 최고 화두는 '무상급식'이다. 한나라당은 '부자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맞서지만 어쨌든 무상급식의 폭을 확대할 태세다.

2년 만에 초점이 변한 것인가? 그렇다면 이번엔 야당이 유리한 것인가? 욕망의 바닥을 확인한 대중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에 투표 용지를 받아들면 결과는 뻔한 것인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후보군들도 "오세훈은 홍보과잉 시장이다"고 비판하고 있지 않나? 그렇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멀찍이 앞서있다. 야당의 가장 유력한 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는 재판에 여념이 없다. 노회찬, 이계안 예비후보는 아직 상승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될까?


▲ "무상급식은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김성식 의원ⓒ프레시안(김하영)
자타가 공인하는 한나라당 개혁파인 김성식 의원은 12일 "오세훈 시장은 21세기 형 시장"이라고 극찬하면서 "오 시장이 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일까?

그는 "오 시장이 재임하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의 한나라당식 정치'에서 자유로운 정치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시장에 불만을 가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들 챙길 줄 모른다"고 입을 모으는 걸 뒤집어 보면 계파, 여당 챙기기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오 시장이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서울시장 경쟁을 지켜보는 서울 지역구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결국 서울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결판 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는 곧 지방선거의 패배인데다 전임 시장인 이 대통령 본인이 그 누구보다 서울 판세를 잘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김 의원은 이어 "분명히 보편적 복지 쪽으로 가야 한다"고 '부자 급식은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당내 주류와 거리를 두면서도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선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김 의원은 "정치적 공방을 완전히 안 할 순 없겠지만 진보든 보수든 보육, 교육, 주거, 노후 복지 등 4대 영역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삶의 영역'에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공정택 교육감의 비리에 대해 우리도 책임이 없지 않으니 만큼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고, 경제통답게 국가재정상황과 금리정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성식 의원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 하지만…"

프레시안 : 무상급식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나?

김성식 :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프레시안 :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어떤 의미인가? 당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정이 18일 무상급식 대책을 발표한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어디까지 한다' 그런 것이 있나?

김성식 : IMF 때는 대기업이 흔들리고 금융기관이 흔들렸다면 지금은 중소기업과 가계가 흔들린다. 쉽게 말해 '가불 경제'의 시대다. 무상급식 문제는 그런 큰 틀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언론이든, 정치권이든 포괄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이런 것은 일종의 정치적 정략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이 시대에 맞는 과제를 보는 지혜로운 관점은 아니다.

프레시안 : 어쨌든 지금보다는 (폭을) 확대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보편적 복지로 가느냐, 선별적 복지를 고수하느냐는 지점에서 논의가 갈리는 것 아닌가?

김성식 : 나는 일관되게 보편적 복지를 강조한다. 중산층, 심지어 중소기업 사장도 하루아침에 노숙자가 될 수 있는 '삶의 위험'의 시대다. 하지만 삶의 부담을 덜어줄 영역은 무상급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육문제, 출산, 주거, 노후 복지 등 여러 영역이 있다. 이것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점진적으로 강화해가야 할 것 아닌가. 논의가 그렇게 가야 진보적인 것이다.

프레시안 : '보편적 복지의 기조로 나간다는 전제하에서 무엇이 우선 순위가 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정도로 정리하면 되나?

김성식 : 그렇다. 무상급식 문제는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교육 비리 척결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기소된 공정택 교육감은 음으로 양으로 한나라당의 지원도 받았고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격려까지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비리 척결'만 강조한다면 무책임하고 너무 정치적인 것 아닌가?

김성식 : 그런데 예를 들어 무상급식이 그렇게 중요한 과제였다면 노무현 정부 때는 왜 안 했나? 그때는 4대강 사업도 안 했는데. 지금 와서 (민주당이)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정략적이다. 교육비리도 마찬가지다. 공정택 교육감은 한나라당이 우회적으로 지지했던 것이 사실인 만큼 그런 면에서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또 비리를 척결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너희 정권이 잘 했느냐. 이 정권이 잘하느냐는 공방은, 아무리 표가 필요하더라도, 서로 한 번씩만 하고 끝내자.

"삶의 영역에서 위기를 줄이는 것으로 경쟁하자"

프레시안 : 2008년 총선 당시 수도권의 핵심적 화두는 뉴타운과 특목고였다. 부동산과 수월성 교육이라는 것인데 2년이 지난 지금은 결이 달라진 것 같다. 서울시가 시프트(장기전세주택)을 간판으로 내거는 것도 그렇고 부동산 보다는 주거, 수월성 보다는 공교육식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김성식 : 그렇다. 국민의 삶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거대 담론으로 설명 안 되는 구체적인 삶의 어려움이 그것이다. 총선이 됐건 지방선거가 됐건 삶의 영역에서의 위기를 줄여주고 재기의 길을 열어주고, 기회 균등의 패러다임을 짜주고, 노동 능력이 없는 분들에게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보장해야 하다. 그렇게 해서 사회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으로 통합을 이루는 게 이제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이 돼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규직의 노동유연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안전망이 허술한데 어떻게 노동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겠나? 삶의 정치 시대다. 여기에 맞는 공약이 중요해졌다.

프레시안 : 그런 면에서 무상급식 공방은 긍적적인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가 그런 식의 '삶의 정치' 이슈로 가게 될까?

김성식 : 몇 가지 (정치적) 빅 이슈들이 있다. 이른바 현 정부 국정 안정론 대로 견제론이라는 공방 그리고 세종시 공방 등이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누가 체계적으로 삶의 디딤돌을 놓아줄 것인가에 대해 후보와 정당의 공약을 예리하게 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상급식 공방이 가지는 긍정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하지 그것을 정쟁의 구도로 매몰시켜선 안 된다. 국민은 이제 속지 않는다. 옛날처럼 성장만 잘 되면 분배가 잘 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보육, 교육, 주거, 노후복지 등 4대 민생과제를 누가 책임 있게 풀어내는지 국민들은 냉정하게 볼 것이다.

"오세훈 재임, 미래지향적 자치행정이 발전하는 것"

▲ "오세훈 시장이 재임해야 한다"는 김성식 의원ⓒ프레시안(김하영)
프레시안 : 지방 선거 문제를 서울시로 좁혀보자. 오세훈 시장의 시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성식 : 오 시장은 21세기형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오 시장의 치적 등을 위해 과잉 홍보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김성식 : 과잉 홍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도 미워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나. 오 시장은 강남·강북 균형 발전 공약을 실천했고, 교육에 대한 과감한 재정 지원을 많이 한 시장이다.

서울형 복지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 딱 손에 쥐어지는 게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21세기형 시장은 그렇게 하나 딱 쥐어주는 것보다, 보편적 과제를 미래지향적 방향에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스 충전소를 하나씩 놓아가면서 천연가스 버스를 늘렸다. 공기도 꽤 좋아져서 적어도 와이셔츠를 매일 빨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 됐다.

프레시안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오 시장이 재임할만한가?

김성식 : 그렇다고 본다. 오 시장의 재임은 미래지향적인 지방자치 행정이 발전한다는 측면도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과거 부정적인 의미의 한나라당식 정치 중심에 있지 못한 사람들이 성과를 보이는 과정이다. 정치 과정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같은 이유로 원희룡, 나경원 의원이 경선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프레시안 : 현재 한나라당 내부 경쟁 구도 자체가 '부정적 의미에서의 한나라당 정치'에 물들지 않은 인물의 부상이라는 것인가?

김성식 : 그렇다. 그것을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 한나라당 역사에서 최초로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젊고 미래지향적인, 개혁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 권력 정치에서 중심에 서지 못했던 사람들이 지방선거의 꽃이라는 서울시장 선거에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변화를 의미한다.

프레시안 : 아무리 한나라당이 선거를 잘한다 한 들 지난 2006년 '싹쓸이'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 같다. 지방 선거 전체 구도, 판세를 어떻게 보나?

김성식 : 한나라당으로써는 매우 어려운 지방선거다. 세종시 논쟁도 큰 부담이고 한명숙 전 총리 재판으로 서울시장 선거는 '재판 선거'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국민 마음 속에 견제론이 꽤 높은 것 같다. 대통령에 높은 지지 의사를 보이면서도 일하는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도 상당수 된다. 그런데 지금 야당이 제 역할을 하나?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시선도 곱지 않은 상태라 장담은 못하겠다. 세종시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잘 해내느냐. 삶의 욕구들, 절박한 SOS들에 대해 얼마나 마음을 열고 제대로 정책화하느냐가 문제다. 야당에 대해 언급하기는 좀 그렇지만 민주당은 정말 선거 연합을 제대로 하는지, 진부한 진보인지 아니면 미래지향적인 합리적인 진보인지 국민들이 예리하게 볼 것이다.

"나는 세종시 국민투표 반대다. 당장 할 수도 없다"

프레시안 : 대체로 한나라당에선 민주당이 겁난다기보다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인한 분열에 대한 두려움이 더 많은 것 같은데.

김성식 : 서로가 업그레이드 되는 선순환 구조를 못 만들고 있다.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하거나 이념 간 혹은 세력 간 대결을 해서 뭉텅이 표를 끌어오는 정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본다. 즉 개헌을 해야 한다. 대통령 단임제로는 안 된다. 책임을 질 기제가 없으니 어느 대통령이든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하지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말을 안 하지 않나? 대통령 권한도 너무 세다. 정당과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 영역이 너무 적다.

프레시안 : 세종시 문제의 경우 원안론이든 수정론이든 서로 할 말은 다 했다. 어떤 논리들인지 국민들도 잘 안다. 국민투표로 가는 것이 맞나?

김성식 : 나는 반대다.

프레시안 : 청와대를 포함해 여권에 국민투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김성식 : 최소한 단기간에 국민투표가 제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2년 후 다음 총선 전에까지 길어지고 그 때 논쟁이 다시 붙어서 '국민투표가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수단이다'고 한다면 모르겠다.

프레시안 :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강하고 정부도 발빠르게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국민투표를 하든 안 하든 세종시 문제가 일단 여권 내에서라도 지방선거 전에 매듭지어질까?

김성식 : 수정안도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한나라당에 있느냐'로 국민들은 채점할 준비만 하고 있다. 아주 무서운 눈초리다. 이제 신념의 충돌을 넘어서는 정치 조정 능력이 발휘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정안을 제기한 쪽에서 원안을 고수하는 사람의 신념을 '정치적 문제제기'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이 잘 안되면 중진협의체도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친이-친박, 이미 내면적 분열 상태다"

▲ 책상위에 놓인 '창조적 세계화론'은 보수진영의 이데올르그 박세일 교수의 저서다ⓒ프레시안
프레시안 : 세종시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보나?

김성식 : 중진협의체가 피터지게 내부적으로 전문적 검토와 정치적 타협의 노력을 통해 의견을 모아내고 그것을 가지고 당의 입장으로써 국회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

중진 협의체가 잘 안되면 이 문제가 잠복될 것이다. 국민 중 절반 정도는 수정에 찬성하니까, 계속 문제는 불거지고, 권력 갈등과 결합되며 세종시 문제가 (한나라당의) 트로이의 목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

프레시안 : 당 내 양 계파 중 어느 쪽이든 당을 깨고 나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서로 화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시각이 많다.

김성식 : 저는 이미 내면적인 분열 상황이라고 본다. 누구 탓을 할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 내에서 정말 미래 지향적 개혁 마인드, 진정한 시장주의를 바탕으로 여러 진보적 아젠다를 나름대로 흡수하려는 제3의 세력이 절실하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내에 그런 '소장 개혁파' 세력의 전통이 있긴 있다. 하지만 '비(非)박근혜', '범친이계'라는 분류로 묶인 느낌인데? 이렇게 '쏠린' 상황에서 독자적 세력화를 모색할 수 있을까?

김성식 : 한계도 많고 어려움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역사가 어디 '한방'에 가능하겠나. 오랜 축적이 필요하다. 제3세력이 현실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다. 때로는 계파 정치에 휘둘리기도 하고, 별 볼일 없기도 하고 매도 당하기도 하지만 가야 한다. 미래 보수 정치를 책임질 수 없다고는 해도 소금의 역할은 할 수 있지 않겠나.

"환율 높여 경상수지 흑자 늘리는 것, 시대착오적"

프레시안 : 지금 국가 재정 상황은 어떻게 보나.

김성식 : 앞으로의 복지 수요, 남북 관계 변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대비 등을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통상적 기준보다 조금 더 건전해야 '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는 재정 위험에 대해 관리를 철저하게 시작해야만하는 수준의 '위험'이다. 그런데 재정악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지금부터 잘해야 된다. 각오는 단단하고 절실해야 한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정부가 재정위험 요인을 국회에 보고하는 시스템이 되야 한다.

프레시안 : 다음 한국은행 총재는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이 많다. 만약 그렇게 되면 한은이 금리를 죄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나?

김성식 : 금리 정책을 유연성있게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금리를 올릴 때는 올릴 수 있고 내릴 때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부채의 질과 규모나 성격이 금리 정책을 경직되게 몰아간다. 그리고 금리를 통화 안정의 수단으로 보기보다 자꾸 성장 촉진의 수단으로 보려는 일부 시각들, 이런 것들이 금리 정책의 경직성을 높이고 있다. 국가로 보면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것이다.

프레시안 : 그 논리를 이어보면 출구 전략을 당장 쓰지는 않더라도 출구전략을 언제라도 쓸 수 있는 자세와 대비는 있어야 한단 말이 되는가? 정부 쪽 시그널은 다른 것 같다. 물론 '추경예산은 없다'는 이 대통령 발언을 보면 고민이 많긴 한 것 같은데.

김성식 : 환율 정책에 대한 시각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국은 곧 위안화를 절상한다. 세 가지 이유다. 내수를 확충하겠다는 것. 국제결제 화폐로 가는 기반을 닦겠다는 것.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면서 금리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환율을 유지해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것을 '선'으로 인식해왔다. 경상 수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제로가 되도 큰 문제 없다. 고환율로 인한 국민들의 물가 부담, 구매력 하락, 자산 가치 하락 등의 문제, 거기에 '환율의 온실' 속에서 기업이 실제 기술 개발, 경쟁력 강화, 구조 조정을 소홀히 하는 측면을 봐야 한다.

즉 금리, 환율, 세제는 미세 조정의 수단으로 써야 한다. 이것이 거시 정책 수단으로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끝났다. 거시 경제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가운데, 개별 경제 주체들이 창의력을 갖고 승부하고, 어려운 계층에는 기회 균등의 길을 자꾸 열어줘야 한다. 이것을 못하면 대한민국이 순식간에 일본처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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