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병완 등 "우리가 바로 노무현이다"

민주 "노무현 정신? 한나라당 2중대 아니냐"

10일 국민참여당이 유시민, 이재정, 이병완 등 광역자치단체 예비후보군 1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이명박과 노무현의 싸움"이라면서 "우리가 바로 노무현이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노무현 브랜드'를 전면에 내걸 것을 천명했다.

참여당은 이날 충북, 광주, 경기, 대구, 경북, 제주의 후보를 발표했다. 민주당에서 친노인사들이 거론되지 않은 곳에만 후보를 선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지역 독점세력과 조직된 시민들의 한판 격돌"

참여당은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인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충북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기지사,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주시장, 김충환 전 청와대 혁신비서관은 대구시장, 유성찬 전 환경관리공단 관리이사는 경북지사, 오옥만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고, 언론자유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한나라당 이명박 독재 정권과 시민주권시대를 열어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한 노무현의 정신과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들은 "또 지역주의 기득권을 깔고 앉아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부패와 무능에 빠져 있는 지역 독점 세력에 맞서 참다운 지방 분권과 좋은 지방자치를 이루려는 깨어있는 조직된 시민들과의 한판 격돌"이라고도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은 야권분열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참여당은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패퇴시키고, 민주주의와 민생, 복지를 바라는 모든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인 야권 연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선거구에서는 야5당과 시민단체가 연대해서 한나라당과 1대1로 맞붙어 싸울 수 있도록 작은 이익을 버리고 대의를 좇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늘 국민참여당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들의 출마선언은 야권 연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의 공동기자회견문과 '출마자가 드리는 약속'에는 노무현과 이명박이라는 단어가 짝을이뤄 여러차례 등장했다. 이번 선거를 '이명박 대 노무현' 구도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역력하게 읽혔다. '노무현 계승' 외에는 참여당의 고유 칼라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유 전 장관은 "경기도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하는데 국민참여당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며 "당뿐 아니라 진보개혁진영의 승리를 위해 (경기도에서)출마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드시 완주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관측하는 '지분 확보 뒤 중도사퇴'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은평을 선거에 대해서도 "전혀 고민한 바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최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도 '이명박 대 노무현의 구도가 옳으냐'는 질문에 "우리가 의도하는 것도, 몰아가는 것도 아니다"면서 "서울(한명숙), 충남(안희정), 강원(이광재)에서 가장 유력한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이른바 친노인사 아니냐"고 답한 바 있다.

민주당 "이것이 노무현 정신인가?"

민주당은 참여당의 행보에 맹폭을 가했다.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인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은 뭐니뭐니해도 통합과 영남지역에 당 깃발을 들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라며 "진정 유시민 전 장관이 전체 민주연합의 대의 속에서 서울을 포기하는 고민을 했다면, 그 고민의 계승이 노무현 정신의 진정한 계승이라는 결실을 얻기 위해 영남에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출마하자고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참여당이 가장 강력한 민주당 후보가 있는 경기도, 충청북도에 당대표였던 사람과 대표적인 정치인이 출마하겠다면 이것이 무슨 노무현 정신인가"라며 "참여정부에서 장관하고 특혜를 입었던 사람들이 다 전선에 숨어 이제 와서 민주당이 천신만고 끝에 야권 연합을 실현해서 출전을 눈 앞에 두고 있는데 여기에 와서 출마를 하겠다니 동기와 상관 없이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맹비난했다.

물론 민주당 내에선 참여당 인사들이 결국 '완주'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참여당 인사들도 "우리가 야권 연대에 금을 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유시민 전 장관이 '예선'에서 김진표, 이종걸 등 민주당 인사들을 따돌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광주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선거구'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병완 전 실장의 완주가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대구, 경북 역시 민주당이 중량감 있는 인사를 내놓기 어려운 지역이라 완주할 수 있다. 결국 참여당은 명분과 실리를 다 거머쥘 수 있다는 셈법이 나온다. 그러나 제1야당으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민주당으로선 용인하기 힘든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