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우근민 복당시킨 민주당의 정략에 실망"

우근민 파문에 쐐기…이강래 "경선 과정을 지켜보자"

우근민 전 지사의 민주당 복당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우 전 지사의 복당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민석 최고위원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 문제는 8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우 지사가 그 때부터 일관되게 지금까지도 누차 사과를 한 내용"이라면서 "그 이후로 선거를 몇 차례 거치면서 제주도민의 이미 심판을 받았던 일이다"고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 전 지사의 복당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격에 대해서는 "고소를 금치 못하겠다"면서 "여권의 상층 핵심부들이 우 전 지사가 최종 복당을 결정하는 날까지도 데려가서 난리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상황은 김 최고위원의 희망과 반대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2008년 총선 이후 정치적 발언을 일체 삼가오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제주 출신인 강 전 장관은 "민주당의 정략적 태도에 대해 매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강 전 장관이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후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간판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바 있고, 2008년 총선에선 최고위원으로 선대위원장직을 지내기도 한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일갈은 민주당의 행태에 쐐기를 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지금이라도 입장을 재정리하라"

강 전 장관은 "만일 민주당이 하는 어떠한 정치행위, 특히 지방선거에서의 후보의 공천, 정치인의 복당과 같은 행위에서 이와 같은 정당의 근본입장을 훼손하거나 가치실현의 방향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면 그 행위로 해서 당장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절제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라면서 "정당은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이상과 가치실현의 근본목적을 저버리고 나면 더 이상 존립의 의미가 없는 야합의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 전 지사의 처벌내역은 성희롱범죄로서 여성의 인격에 매우 모진 정신적 상처를 가하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비인권적 성질을 갖는다"면서 "그것도 사생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도지사직무를 수행하는 관청 도지사실안에서 일어난 공무수행 중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깊이 숙고하여 당의 철학이 담긴 입장을 재정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리고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민주당의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진지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근민 덕에 당당해진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강금실 전 장관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민주당은 잠잠하다.

주류와 비주류는 물론 여성 의원들조차 우 전 지사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개혁파로 꼽히는 의원까지도 "우 전 지사가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도 당선이 아주 유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불가피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계 비리에 큰 책임을 피하기 힘든 한나라당이 더 당당한 분위기다.

공정택 교육감 당선 직후 그를 청와대로 불러 격려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토착·교육·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한나라당은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송영길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을 우 전 지사와 한 묶음으로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한나라당 지방권력 비리백서를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우 전 지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수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10일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 신문에서 크게 보도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러 비판도 있고 저희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으나 그의 복당 자체를 번복할 의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우 전 지사 공천 여부에 대해서도 "중앙당이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경선 절차가 남았다"며 "경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전 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켜보자는 논리이지만, 경선이 실시될 경우 제주도에 기반이 탄탄한 우 전 지사가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원내대표의 말을 뒤집으면, 우 전 지사가 경선을 통과하면 그를 민주당 후보로 공천하겠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