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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뀐 사람이 성내는 '교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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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뀐 사람이 성내는 '교육 개혁'

[김종배의 it] 야당, 오징어땅콩이나 씹고 있어

기세가 대단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 개혁 방안을 직접 챙기고 관련 부처가 교육 비리 척결에 총출동하는 폼새가 당장이라도 교육 선진화를 이룰 것처럼 대단하다.

하지만 심드렁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박수 치고 격려해야 하는데도 내키지가 않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본말이 뒤집혀 있기 때문이다.

표본 사례 하나만 올려놓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다.

드러나는 실태는 참담하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미달이 발생하자 자율형 사립고가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에게까지 지원을 권한 사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이 탓에 중학교에서는 은행 간부 자녀에게 추천서를 써줬고, 심지어 경제 곤란자가 아닌데도 부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추천서를 발행해주기도 했다.

물론 단속해야 한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이런 부정행위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처럼 마땅히 엄단해야 하고, 검찰의 다짐처럼 척결해야 한다. 근데 문제가 있다. 그런다고 발본색원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나왔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부정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부실한 제도라는 진단이 이미 내려졌다. 경제 곤란자나 한부모 가정 자녀 등에게만 지원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소득이나 가족관계 증명 등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교과부의 부실한 정책이 부정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나왔다. 정부가 사실상 교육비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권영길 민노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도 있다.

지난해 7월 자율고(사립·공립고)로 지정된 지역 10곳(서울 제외)의 지정 전후 개인과외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자율고 지정 후 개인과외 증가율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증가율이 16.6%였던 반면에 해운대여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된 부산 해운대구는 52.0%, 세마고가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된 경기 화성·오산지역은 57.8%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정부의 자율고 도입이 사교육 증가를 유발했다는 얘기다.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교육개혁의 대명제에 적극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행보를 마뜩치 않게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방귀 뀐 사람이 성 내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 받아야 하는 대상이 평가의 주체가 돼 의제를 선점하고 생색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개혁'을 주문하고 있는 이 대통령. ⓒ청와대

이쯤 해두자. 정부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그런 정부를 제어하지 못하는 야당의 무기력증 또한 큰 문제다.

야당은 강 건너 불구경으로도 모자라 팔짱 끼고 돌아앉았다. 6.2지방선거 때 동시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를 통해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를 창출하고 진보대연합을 구축하겠다는 야당의 전략에 따르면 마땅이 먼저 치고 나왔어야 하는 사안인데도 흘려보낸다.

서울시 교육청의 수뢰 의혹 사건이 그렇다. 야당이 줄곧 각을 세웠던 공정택 전 교육감 체제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데도 야당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비록 정당 추천과는 상관없지만 야당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진보개혁 교육감의 존재 이유를 적극 설파할 수 있는 매개인데도 맥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염불 외는 건 고사하고 잿밥 챙기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공격수가 돼 파상공세를 펼쳐도 부족한 판에 관중석에 앉아 오징어 땅콩만 씹고 있다.

필연이다. 공정거래위의 감시가 없으면 기업이 초과이윤을 챙기듯이 야당의 견제가 거세되면 여권은 독점이윤을 향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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