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앞둔 23일 '이명박 정부 2년 국정성과'를 발표했다.
지난 2년 동안을 "위기를 넘어 선진일류국가의 초석을 다진 시기"로 규정한 청와대는 경제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북정책, 지역발전, 친서민정책 등 각 영역별 성과에 대해서도 자신감 넘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고용율 감소? 미국이나 유렵을 보라"
우선 청와대는 "비상경제정부 운영, 신속한 재정과 금융조치 등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세를 구현하고 국가고용전략회의 운영을 통해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촉진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수정·추경예산 편성 등 재정지출 확대, 재정조기집행, 투자증진을 위한 감세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추진했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10조 원) 및 은행자본확충펀드(20조 원), 한미 통화스왑 체결(300억 달러) 등으로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했다"고 자평했다.
고용률과 청년실업률 등 전임 정부에 비해 다소 악화된 고용지표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2008년 국제금융 불안과 세계경제 침체의 장기화, 내수침체로 인해 고용률은 다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 유럽 등에 비해서는 감소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교우위'를 내세웠다.
또 청와대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와 미소금융, 보금자리주택, 가계통신비부담 경감, 보육료 지원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 등 서민계층 지원에 주력했다"고 자평했다.
세종시 논란-미디어법-4대강 사업도 '무조건' 성과?
여전히 진행중인 세종시 논란이 '세종시 정상화'라는 표현으로 지역발전 분야의 성과 중 하나로 분류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교육과학 중심의 첨단 경제도시 비전 및 기본원칙, 추진전략, 전략별 세부 추진방안 등을 담은 '세종시 발전안'을 발표했다"며 "KDI 연구결과 이는 기존 계획에 비해 경제적 편익이 10배 이상 높으며, 지역발전 효과도 2.8~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언론장악' 논란을 불렀던 지난 해 미디어법 논란에 대해선 "미디어 산업의 칸막이식 낡은 규제의 틀을 개선해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가뭄, 홍수 등 물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강 중심의 국토 재창조를 위한 사업"이라고 전제한 뒤 "장비 수급, 준설토 처리, 수질관리 등에 대한 면밀한 대책마련과 치밀한 공정관리를 통해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G20 금융정상회의 유치와 UAE 원전수출 등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세계 경제협력의 최상위 포럼으로서 2010년 G20 의장국이 되고 정상회의 유치에도 성공해 성숙한 세계국가로서 국격을 제고했다"며 "UAE 원전수출은 한국형 원전시스템을 최초로 수출한 사례로, 1978년 미국 기술로 고리원전 1호기를 가동한지 30년 만에 이룬 쾌거"라고 강조했다.
대북정책 대해서도 청와대는 "원칙있는 통일·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북관계 및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북핵 일괄타결안(그랜드바겐)은 6자회담 당사국들의 공감대 및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정희 이후 30년…가장 중요한 성과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민주주의적 가치들이 희생되고 있다", "지나친 일방독주가 아니냐"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평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집권여당이 다수당으로 일을 하는데 (야당과의) 합의가 어려울 경우에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줘야 한다"면서 "국정의 책임에 충실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고 보는 것에는 다수결 처리를 강행한 경우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협조를 얻어 일을 진행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전날 "이명박 정부의 2년 성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되찾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거의 30여년 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특히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경제위기를 탈출하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로운 중심체인 G20 정상회담을 유치한 것은 국민적 자신감을 다지는 데 크게 뒷받침 했다"며 "또 UAE 원전건설을 수주하고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기적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낯뜨거운 자화자찬"…"금메달도 MB 업적이냐"…"손발이 오그라든다"
청와대의 이같은 긍정적 분위기와는 달리 야당들의 평가는 가혹할만큼 야박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낯 뜨거운 자화자찬을 듣고 있자니 소름이 돋는다"면서 "국민은 당장 살림이 걱정이고 내일이 암담한데 정권은 무엇이 잘났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인지 정말 목불인견"이라고 비난했다.
노 대변인은 "심지어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마저 이명박 정부의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이 수석의 자화자찬, 아전인수식 주장에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고까지 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국정논란과 분열을 야기한 총체적 혼란의 2년이었다"며 "신념과 확신없는 독선과 아집에 매몰된 국정운영으로 정치를 실종시켰고, 국민에게 미래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 역시 "손발이 오그라드는, 참으로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라면서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되찾은 것은 '하면 된다'는 국민적 자신감이 아니라, MB식 '불도저 독재'를 제멋대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청와대의 자신감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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