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구감소와 병력자원 부족으로 산업기능요원은 계속 감소추세이다. 14년 전인 2003년 8월 말 병무청 통계를 살펴보면 산업기능요원 관리인원이 7만4072명이었으나, 최근 통계(2017년 3월)를 보면 관리 인원이 2만2789명으로 3분의 1이상 대폭 감소했다. 특히 과거에는 산업기능요원 지정업체면 보충역의 경우 제한 없이 채용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배정인원이 9000명으로 정해져 있다. 그나마 2013년에는 그 인원이 3000명이었지만 '청년고용률 향상'을 이유로 배정 인원을 늘린 것이다.
최근 필자가 일하는 회사도 젊은 직원 한 명이 그만두었다. 디자인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래픽디자이너로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고 나름 자신의 능력을 키워왔지만, 채 2년의 직장생활도 채우지 못하고 사직했다. 왜냐하면 군 입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년여 군 생활을 한다면 그간 쌓아온 기술과 능력의 상당수는 '리셋(reset)'이 되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정부에선 고졸 취업을 장려한다지만 고졸 취업 시 최대 장벽은 (남자에게) 군대다. 제대로 자기 업무를 익히고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데 '일을 할 만하면' 군대를 가니 고용주 역시 장기적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대선 국면을 맞이해 출산장려 정책과 고졸 취업자를 우대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른 사회 진출을 촉진하는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 유력 후보의 학제개편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은 물론 지나치게 늦은 사회진출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산업기능요원의 대대적 확대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의 수는 총 10만1256명으로 이 중 남학생이 5만5209명이다. 물론 특성화고 졸업생 중 산업기능요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성화고등학교의 다양한 전공분야를 담을 기업체가 없다. 왜냐하면 산업기능요원 자체가 철저히 제조업 중심이며 업체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한 때문에 그래픽디자인, 방송편집, 미용, 마케팅, 세무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기껏 3년 학교생활로 배운 능력이 소실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성화고등학교 전공 분야 인력이 필요한 모든 기업체에 산업기능요원 지정업체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 그리고 채용 직종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을 중심으로 산업기능요원 선발 인원 자체를 대폭 늘려야 한다.
특히 절대다수가 신검에서 현역판정을 받는 상황에서 보충역 중심의 산업기능요원 선발은 명백히 한계가 있다. 선발 배정인원이 고작 6000명에 불과한 현역 산업기능요원 정원을 현재의 5배인 3만 명 수준으로 늘려야 하며, 증가 인원은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을 비롯한 '고졸 취업자'에 집중하자.
이렇게 될 경우 예상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과도한 대학진학률이 해소되고 자연스럽게 일찍 취업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게 되며 생애 노동기간이 증가한다.
노년부양비라는 용어가 있다. 65세 이상 노령인구를 분모로,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를 분자로 대입하여 그 비율을 산출하는 것이다. 숫자가 크면 클수록 생산가능인구가 많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과도한 대학진학률, 군대문제, 스펙 쌓기 경쟁 등을 통해 사회진출이 늦고 이른 나이에 퇴직한다면 실제 부양비는 보이는 숫자보다 열악해진다.
'생애노동기간의 증가'는 실질적 사회 지속가능성과 노령인구 부양, 연금납입기간 증가로 인한 노후보장성 강화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둘째, 출산율이 늘어날 수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워낙 다양하지만 늦은 사회 진출과 만혼이 중요한 원인임은 분명하다. 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일단 밥벌이가 있어야 하고 최소 몇 년은 소득활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기반은 마련해야 한다. 본 제도의 시행으로 고졸채용의 큰 장벽이 사라지고 본인의 직업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면 분명 20대에 혼인하고 출산하는 경우가 매우 늘어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셋째, 고졸 인력의 사회적 대우 상승이다.
특성화고에서 아무리 좋은 실무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군 문제 앞에서 말짱 도루묵이 된다. 그러나 취업 후 군 입대 부담 없이 안정적 직업유지를 한다면 대졸자에 비해 군 복무기간까지 감안, 6년 이상 소득 활동과 역량 강화에 투입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찍 사회 진출한 고졸 인력의 가치가 상승하며 대졸자와의 생애소득 격차도 해소되리라 예상된다. 당연히 과도한 대학진학률로 표현되는 사회적 풍토 역시 개선될 것이다.
넷째, 부모세대의 실질적 자녀부양 기간이 줄어든다.
'캥거루족'이라는 용어가 있다. 많은 부모세대가 장기간 자녀를 경제적으로 책임지는 문제로 자산 형성이나 노후 보장은 언감생심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자녀들이 이후 늙은 부모를 책임지는 분위기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른 사회진출은 장기간 자녀부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부모세대 자신의 노후와 삶의 질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문제는 병력자원 감소와 이로 인한 군의 반발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회에 과감히 군 인력 다이어트와 효율화된 강군으로 개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군필자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사람값이 싸구려 취급을 받으니 포크레인을 이용해 간단히 할 일을 수십 명이 삽질하고, 전투력 향상과 상관없는 일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게 일상다반사이다. 이게 다 사람이 넘쳐나고 거의 공짜로 징병제를 유지하니 비용개념도 없고 효율화에 대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아서이다.
'국민'이 있어야 '안보'도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 충격이 임박했는데 60만 대군 유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고졸 취업자 산업기능요원 대폭 확대' 정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다. 연금, 조세, 사회풍토 변화 등 다방면에 걸친 긍정적 효과를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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