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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의 '훈계'가 불편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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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의 '훈계'가 불편한 까닭

[기자의 눈] MB에게 원칙과 질서, 정상이란?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18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모들과 나눴다는 대화의 한 토막을 소개했다. 일선 학교의 '졸업식 뒷풀이' 파문을 두고 이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중병"이라며 우려를 나타낸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어느 날 TV를 보니 청소년들에게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하던데 막말이 난무하고, 망신주기가 나타나고, 가학적 벌칙이 주어지고 하는 것을 걱정스럽게 봤다"면서 "이런 것들이 잘못된 청소년 문화와 왕따, 학교폭력 등을 조장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TV가 잘못된 청소년 문화 조장하는 건 아닌지"

어떤 특정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발언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본령으로 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흉기'에 비유하고, 어린 아이의 '빵꾸똥꾸'에도 정색하는 분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박선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을 둘러싼 분위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질서가 무너지고, 권위가 흔들리고, 정상보다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는데 이런 것을 보고도 따끔하게 지적하지 못하는 사회적 풍토에 대한 걱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 백년대계'라는 레토릭과 개인적 '소신'을 앞세워 십여 차례에 걸친 공개적인 약속도 번복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원칙과 질서, 정상은 도대체 무엇인지, 과연 그 말에 권위가 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청와대

"정부가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중요한 건 취업자의 자활노력"

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청년실업 대책을 포함한 일자리 창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같은 날 열린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각 정부부처의 보고서를 두고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한번도 일자리 걱정을 안 해본 엘리트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는 질타를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정책을 위한 정책, 보고를 위한 보고서는 절박한 사람들을 더욱 답답하게 할 뿐"이라면서 "자신들의 위치가 아니라, 일자리를 찾는 절박한 사람들의 심정으로 정책을 고민하고, 자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정부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겨줄 수는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자) 본인들의 자활 노력"이라고 말했다.

취업 대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자기개발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건 지난 대선기간부터 반복된 이 대통령의 지론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민간의 세세한 영역까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자리 창출 문제를 기업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의 표현 그대로, '절박한 사람들'을 더욱 절박하게 만드는 건 뻔한 대책을 반복하는 각 부처의 보고서뿐일까? 정부의 역할보다 개개인의 자기개발을 주문하는 'CEO 대통령'의 채찍질 역시 '절박한 사람들'에게 얹어진 또 하나의 마음의 짐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반값등록금' 공약을 철썩같이 믿었던 학생들을 향해 "등록금을 깎아줄 수는 없고, 대신 빌려주겠다"라고 말을 바꾼 사람들이 아닌가. 다분히 고압적인 자세로 원칙과 질서, 정상과 권위를 언급하는 청와대의 훈계가 못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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