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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朴 '일시 휴전'…설 이후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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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朴 '일시 휴전'…설 이후 '전면전'?

MB '정면돌파' 주문…군불 지피는 '국민투표론'

설 연휴를 앞두고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주고받은 '강도 논란'의 급한 불부터 진화에 나섰다.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논쟁이 세종시 수정 추진이라는 본질적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설 연휴를 '세종시 여론전'의 반전 포인트로 상정했던 청와대로서는 논란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권력갈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세종시는 뒷전으로 밀리고 '이명박과 박근혜'만 남은 난타전은 국정운영의 혼란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을 '강도'에 빗대 고스란히 반격한 박 전 대표의 언행이 오히려 청와대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느냐", "사사건건 발목만 잡는다"는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 측도 '강도 논쟁'과 관련해선 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 보다는 '공격수' 역할을 맡은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수석은 '박근혜 전 대표'대신 '박근혜 의원'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친박진영 전반의 공분을 샀고, "꼬리를 내렸나", "말해놓고 아니면 말고인가"라는 등의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친박 진영은 어떤 식으로건 이 수석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친박 진영에서 비교적 중립적 태도를 취해 온 홍사덕 의원조차 12일 청와대의 '세종시 매파' 참모들을 겨냥해 "대통령 주변에서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사실상 물갈이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잘못 이해하고 한 이야기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 박 전 대표에 대한 여전한 '불쾌감'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에 누적된 감정의 앙금은 '강도 논란'의 진화로 해소될만한 성질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 "겉으론 웃고 있지만…" 지난 해 9월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청와대

입법처리, 안되면 국민투표?

우선 갈등 해결의 지름길로 꼽히는 이명박-박근혜 회동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이 이날 신임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를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양측의 회동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실제 성사로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당이 중심이 돼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서 "개인의 생각이 달라도 당에서 정해지면 따라가야 민주주의"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음이 안 맞아도 토론을 해서 결론이 나면 따라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세종시 수정 추진이라는 결론을 정해 놓은 토론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당론 변경 절차를 주문한 것은 친박계의 반발을 다수파의 세로 돌파하겠다는 전형적인 '힘의 논리'로 친박계는 받아들인다.

게다가 당초 양측의 회동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던 조해진 대변인이 곧바로 "이는 정몽준 대표의 제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원론적인 답변이었다"고 톤을 낮췄다. 이에 따라 설령 두 사람의 회동이 이뤄진다고 해도 '국정동반자로서의 약속' 같은 정치적 대화합은 난망해 보인다.

결국 확고한 어조로 '당론 변경'을 언급한 이 대통령의 주문은 설 연휴 이후 다시 불어닥칠 '세종시 전쟁'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세종시 갈등의 키를 쥔 청와대는 세종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수정안 처리를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의 당론변경 주문은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거치는 '정공법'이다. 처리 시점은 달라질 수 있으나 당론변경, 법안 상정, 토론, 표결로 이어지는 정상적 수순을 통해 세종시 수정을 완성하겠다는 것. 안상수 원내대표도 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끝장 토론'을 통한 4월 처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세력구도상 이같은 방법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현재까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론이 꿈쩍이지 않고 있고, 이같은 여론이 설 이후에도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정상적 입법 절차를 거친 처리라는 방법론은 폐기수순을 밟는 게 불가피해진다.

그때 떠오를 수 있는 카드가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방안이다.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해 난타전 국면을 조성한 배경에 국민투표의 명분을 만들고자 하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야당과 친박계의 '정치적 반대'로 인해 세종시 문제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어려우니 국민에게 직접 의사를 물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계산된 싸움'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뉴라이트전국연합, 국민행동본부, 자유주의진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세종시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나선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원안고수를 주장하는 측은 국민과의 약속을 내세우지만 냉정히 말해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라 국민을 빙자한 정치적 담합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혀 박근혜 전 대표에게 화살을 날렸다. 또한 "세종시 수정 논란이 수개월째 지리한 공방만 거듭하고 있을 뿐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국론 분열을 수습하는 길은 국민투표를 통한 결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친이계 일각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검토해 본 바 없다"고 국민투표론을 비껴가고 있다. 이 문제가 과연 국민투표에 회부할만한 사안이냐는 명분이 아직 부족하고, 국민투표에 붙여서도 부결될 경우 이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를만한 위험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의 뒷받침 부족, 야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반발 등으로 세종시 수정 추진의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꽉 막혀있고, 시간이 갈수록 권력갈등의 성격으로까지 변질돼 퇴로가 좁아지고 있어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무리수를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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