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님, 엄기영 사퇴하니 속이 시원합니까?"

야당 강력 반발 "차라리 김우룡 이사장이 사장 겸직하라"

8일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친여 성향 MBC 이사 임명 강행과 엄기영 사장의 사퇴에 대해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8일 엄 사장이 사퇴하기 2시간 여 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음모가 참으로 집요하고 악랄하다"며 "그간에 제가 해당언론인들이 여기 계셔서 언론사 거명을 자제하겠지만 방송사를 다 장악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방문진을 앞세워 장악하겠다고 하는데 이걸 방문진이 나선다고 정권의 음모가 아니라고 국민 누가 생각하겠는가. 분명히 정권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서 방문진이 MBC 인사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격이니 참 기막힌 상황"이라며 "이것은 아마 현재 사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자를 배치하기 위한 치졸한 전략으로 보여 지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시간 뒤 엄 사장은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엄 사장 사퇴의사 표명 이후 우상호 대변인은 "오늘 엄기영 사장의 목에 칼을 휘두른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은 더이상 직업이 학자가 아니고 사람의 목을 치는 망나니로 전락한 것"이라면서 "획일화된 방송, 정권을 찬미하는 방송만 만들어놓고 어찌 민주주의 국가라고 얘기할 수 있나. 공산주의국가도 이제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자발적 사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게 사퇴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면서 "왜 방문진이 그토록 보도본부장 인사에 개입하려 했는지는 뻔한 일이다. 공중파 전체를 매일 같이 'MB어천가'가 방송되는 천국으로 만들려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MBC 노동조합 물론 민주주의와 공영방송을 소중히 아끼는 모든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에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방문진 이사회가 엄기영 사장의 인사권까지 무시해가며 본부장 인사에 노골적으로 관여한 것은 MBC를 어떻게든 MB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면서 "한마디로 방문진은 청와대의 MBC 파견소"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눈엣가시였던 엄기영 사장을 몰아냈으니, 이제 이명박 대통령님. 속이 시원하신가"라며 "이렇게 노골적으로 방송을 정권의 홍보도구로 만들려고 할 바에야 차라리 김우룡 이사장이 사장도 겸직했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엄 사장의 전임자인 최문순 의원 등 국회 문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KBS에 경찰과 국세청, 감사원을 투입하며 장악했던 이명박 정권이 이번에는 방문진과 감사원을 앞세워 MBC 장악에 나선 것"이라면서 "오늘,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의 역사는 30년을 후퇴해서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갔다. 독재자를 찬양하는 뉴스로 시작과 끝을 장식하던 '땡전뉴스'의 시대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권의 거수기를 자임한 김우룡 이사장은 즉시 사퇴하고, 방송문화진흥회를 해체하라"면서 "우리는 결코 방송찬탈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명박 정권은 언론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염원하는 모든 국민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이같은 반발과 달리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