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풍력단지 반대 주민 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과 전문가들을 불러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 때문에 풍력·태양열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가 중요해졌지만 입지 조건이라는 게 있다"며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네바다주에 풍력발전소를 지었지만 반경 50킬로미터 내에 인가가 없는 곳이다"라고 지적했다. 사람이 사는 마을 바로 뒷산에 풍력발전소를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멀쩡한 강에 보를 만든다고 파헤치더니, 이제는 산꼭대기에 풍력발전소를 만든다고 한다. 산에다 하는 4대강 사업이라 걱정이 많다"며 "현장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대선 기간 중이지만 자리를 만들었다. 주말 사이 현장을 2번을 갔지만 공사 진도가 너무 빠르다. 대선 지나면 공사가 끝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과 주민들이 지적하는 풍력단지 조성의 문제는 산사태 위험과 환경 파괴 우려다. 이 의원은 "환경영향평가상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지 인근에서) 산양 등 멸종위기종 동물을 많이 봤다고 하고 있어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이 바로 아래에 마을회관이 있다"며 "2003년 태풍 '매미' 때에는, 산을 건드리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산사태가 나서 집이 잠기고 반파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양군 등 관계 관청에서는 건설 예정지가 국립산림과학원의 '산사태 위험 지도'상 위험 지역이 아니어서 허가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산사태 위험 지도는 자연 지형만 고려한 것이지, (발전소 건설 공사 등)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재해 위험은 고려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공사를 하기 전인 현재 상황에서는 산사태 위험 지역이 아니라도, 공사를 하느라 임시 도로를 만들고 산을 깎아낸다면 위험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과거 강원도 춘천시나 서울 우면산 산사태 사례가 모두 텃밭, 군 기지 등 인위적인 지형 변경에 의해 촉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속도로나 국도 건설 정도의 공사비를 들이면 (위험성 감소는) 되기는 하겠지만, 그러면 공사 단가가 높아져 타산이 맞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층리가 드러나 있는 해당 지역의 지층 사진 등을 근거로 "경상도 지역은 층리에 따라 (지층이) 무너지는 게 상당히 큰 규모다. 보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국립산림과학원 과장은 공사 부지가 현재 분류상 산사태 위험 1등급지는 아니라며 "애초에 (부지) 지정을 받은 이후 3~4차례 변경이 있었다. 처음에는 1급지가 포함돼 있었는데, 변경 과정에서 1급 위험 지대는 피해서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피해 가기는 했지만, 피한 게 의미가 있느냐"며 "어떻게 이런 계획이 허가가 나는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산림청이나 환경부가 탁상 행정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왜 주민들이 모르게 허가를 냈느냐", "국민안전처는 왜 있느냐. 산사태가 일어난 후에 대처하는 게 안전처냐"는 등 항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간담회에서 "영양에서 추진되고 있는 여러 풍력 사업들은 생태계 파괴, 산사태 위험 등에 대한 우려가 공식·비공식으로 확인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반대하고 있으며, 해당 군청·군수의 개발주의 정책에 대해 불신을 표하고 있는 사업들"이라며 "적어도 명시적으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추진을 보류하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개발의 타당성과 환경 영향 및 산사태 위험 평가 등을 진행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 부소장은 "특히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는 풍력발전 개발 사업에 관한 입지 규제를 무분별하게 완화화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생태계 파괴와 주민 안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에서 주민 참여 절차와 주민 이익 공유를 실질화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재강조하며 "풍력 발전을 포함한 재생 에너지 사업이 자리매김을 하려면 국가적 정책 방향과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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