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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미안하다. 사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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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미안하다. 사퇴는 없다"?

MB '발언 왜곡' 파문 확산…BBC 이어 CNN 인터뷰도 '임의수정' 의혹

이명박 대통령의 BBC 인터뷰 내용을 청와대가 임의로 수정해 일고 있는 '발언 왜곡'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김은혜 대변인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인 사의표명은 없었다"고 물러서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본질은 청와대의 언론관"…"MB의 정직성 의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하고 있던 지난 28일 영국 BBC 방송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임의로 수정해 언론에 배포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이 발언은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수준으로 완화됐다.

"만나는 데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언급은 아예 삭제됐다. 문제의 발언들은 KBS가 BBC 측으로부터 인터뷰 영상을 제공받아 녹취를 푸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제기됐다.

순방 현장의 홍보라인 책임자였던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피곤한 상태였고 발언의 여파가 클 수 있어 대통령에게 그 의미를 물어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며 "BBC 측에도 대통령의 설명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의도적 왜곡은 아니었다는 항변이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 사건이 시사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대(對)언론관과 국민 여론을 대하는 본질적 태도"라면서 "사실보다는 조작과 가공이 우선이고 불리하면 침묵을 강요하며 심지어 보도 방향까지 제시하는 것이 지금의 청와대"라고 일갈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이명박 대통령의 정직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과 김은혜 대변인.(자료사진) ⓒ뉴시스

책임 피하는 靑 "감정적으로 격해지다 보니…사의표명 아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예 김은혜 대변인의 사의표명 자체를 '없던 일'로 주워담았다. "미안하게 됐다"는 사과는 나왔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31일 기자들과 만나 "김은혜 대변인은 저에게도, 대통령에게도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일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왜곡돼 전달된 데 대한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일부 기자들과 주변 인사들에게 "그렇다면 내가 물러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아니었던 만큼 파문이 김 대변인의 거취문제로 이어질 상황이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동관 수석은 "(김은혜 대변인) 본인으로서는 감정적으로 격해져서 이야기를 한 게 증폭돼 전달된 게 있는 것 같다"며 "양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스위스 순방에 동행하지 않았던 이 수석은 "경위가 어떻든 제가 책임자니까 정말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미안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 수석은 "앞으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김 대변인으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알아서 짐작하시라"고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스위스 현지에서 '발언왜곡' 파문이 번지기에 앞서 이 수석 역시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원론적 발언'이라고 설명하는 서면 브리핑을 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수정하고, 나왔던 발언을 대변인이 삭제하는 초유의 사태가 비서관급 대변인의 독자적 결정으로 벌어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질문이 이어지자 이 수석은 "그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파문' 가라앉기도 전에 또…이번엔 'CNN 인터뷰'

청와대의 거듭된 '사과'과 '재발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발언왜곡' 파문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는 또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번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비슷한 문제가 또 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29일 이 대통령이 미국 CNN 방송과 가진 또 다른 인터뷰 내용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견안)'에 대해 6자회담 당사국 중 5개국은 이해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이 제안에 흥미를 가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내부의 사정도 있기 때문에 곧바로 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랜드바겐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곧 청와대는 기존의 보고자료를 삭제하고 수정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수정된 보도자료에는 자신의 '그랜드바겐' 구상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이 빠졌다.

수정본에는 이 대통령이 "북한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지에 대해 관심 있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일단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이 대통령이 해외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청와대가 또 다시 임의로 수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정황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단순한 실무적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동관 수석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은 해당 언론이 다룬 범위 내에서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해당 발언들을 CNN이 방영하지 않아서 수정본에서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주말이어서 (홍보수석실) 직원들이 나와있지 않았고, 번역을 담당한 실무자만 출근해 있었다"며 "그러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 어떤 의도나 의지가 반영된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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