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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 만날 수 있을 것"

정상회담 발언 '임의수정'한 김은혜 靑 대변인 사의표명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과 다르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를 방문하고 잇는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다.

"연내에 만날 수 있다"→"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

청와대가 밝힌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을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하지만 방송 녹취내용을 확인한 결과 실제 발언은 이보다 더욱 나아간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며 "조만간이라고 이렇게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고 했다.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왜곡돼 전달된 것.

이 대통령은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까지 했지만, 이 발언은 아예 보도자료에서 삭제됐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사안의 민감성과,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이라는 중요도를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톤 다운'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오고 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내용이다. "(정상회담 장소가)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은 있었지만, 시점을 '연내'로 특정한 것도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자료사진) ⓒ뉴시스

김은혜 대변인 사의표명으로 끝날까?

논란이 일자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같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피곤한 상태였고 발언의 여파가 클 수 있어 대통령에게 그 의미를 물어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며 "BBC 측에도 대통령의 설명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의도적인 왜곡은 아니라는 항변이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 대변인의 사의 표명에 일단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의 사의표명 정도로 사태가 무마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문제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은 "원칙에 맞고 여건과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며 "거듭 강조하지만 '만남을 위한 만남', '정치적·전술적 국면전환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기조이자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수석이 이번 스위스 순방에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지의 홍보라인 책임자는 김은혜 대변인이었다. 하지만 이 수석 역시 결과적으로 사실과 거리가 있는 해석을 덧붙여 브리핑을 한 셈이어서 책임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파 반발 의식했나, 아니면…

이같은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청와대가 국내 보수진영의 반발의 의식해 의도적으로 발언의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7일부터 이틀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 측 해상에 수백 여 발의 해안포, 방사포, 자주포 등을 사격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유례없이 적극적인 어조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을 청와대가 부담스러워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와는 별개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남북 간의 '물밑접촉'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까지 근접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연내에 만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순간적인 '말 실수'가 아니라, 실제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한 내·외부적 상황의 진전을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29일 이뤄진 KTV 프로그램 녹화에서 "정부는 올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볼은 북한의 코트에 가 있다"고 밝힌 대목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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