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사건은 안보 정보 사유화 사건이다. 그리고 그가 참여정부의 외교통상안보 정책의 한 축이었던 점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송 전 장관은, 국가정보원이 2007년에 북한으로부터 전화 통지로 받아 청와대 안보실장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북한 인권 결의안 관련 전화 통지문을 사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작년 10월의 회고록에서 그 내용을 4줄에 걸쳐 공개했고, 대통령 선거가 20일도 남지 않은 때에 문서를 그대로 공개했다. 어떻게 공공기록물인 북한 전화통지문을 사적으로 취득하는 행위가 참여 정부에서 가능했을까?
송 전 장관이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송 전 장관은 참여 정부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7년에 한 명의 국회의원 보좌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보고 문서를 언론에 제공한 정창수 보좌관이다.
당시 참여정부의 외교부는 FTA 보고 문서를 '비밀'로 지정하지도 않았었다. 게다가 문서의 내용도 초보적이었다.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미국의 '반(反)덤핑' 이라는 무역 장벽 해결을 강하게 요구하되, 미국이 끝내 거부하면 다른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삼척동자도 예상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애초 참여정부가 제시한 FTA의 핵심적 기본 목적의 하나를 너무도 허망하게도 포기한 것이었다.
정 보좌관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공익을 위해 언론에 제보했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정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정 보좌관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되었고 감옥에 갇혔다.
그동안 시민들은 외교통상안보 정보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당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인 한미 FTA 조항 해석에 필요한 문서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라는 위안부 공동 발표를 저질러 놓고도 강제연행을 일본이 협의 과정에서 인정했는지를 한사코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검역 자료도, 미국과 이미 진행을 마친 사드 환경영향평가 문서도 여전히 공개하지 않는다.
외교부와 국방부의 관료들은 참여정부에서부터 지금까지 '국익을 위한 비밀'이라는 나팔을 불며 장막으로 하늘을 가린다. 그러나 베일의 뒤에서는 안보 비밀을 사유화 파당화한다. 2012년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라며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대선 판을 왜곡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5년의 회고록에서 2010년의 국정원 간부의 방북과 북측 인사의 서울 방문이라는 민감한 비밀을 보란 듯 썼다.
안보 비밀의 사유화와 파당화는 모세의 지팡이처럼, 시민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의 분출을 친북과 반북의 둘로 갈라쳐 버린다. 합리적 여론 형성을 막고 안보 비밀 관리의 국가 기능을 왜곡한다.
송민순 사건에서 참여정부는 그저 피해자만은 아니다. 그가 참여정부의 외교통상안보의 한 축이었던 점에서 참여정부는 안보 비밀의 사유화를 막지 못한 근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뼈저리게 성찰해야 한다.
외교통상안보 분야에도 법치주의를 적용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정보 공개 원칙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보호가치 있는 비밀에 대해선 사유화를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
첫째, 정보공개법을 고쳐 시민의 생명, 안전, 평화와 관련이 있는 정보는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함부로 공개거부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통합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비밀 여부를 심사하여 공개 여부를 일관성있게 결정하는 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안보 정보의 사유화와 파당화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보호가치 있는 비밀의 보호는 보수와 진보의 공통 가치이다. 안보 비밀을 노선 싸움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 보호가치 있는 안보 비밀은 반납해야 한다.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서 송민순 사건에 대한 바른 처리가 중요하다. 관련 기관은 대선 날짜 달력만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송 전 장관이 어떤 법적 권한에서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 문서를 사적으로 취득 소유했는지 경위를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송 전 장관도 왜 반납하지 않았는지 취득 경위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 안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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