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박근혜 대립 격화, 분당 전망도 높아져

박근혜 "결론 내놓고 무슨 토론" vs 정몽준 "당론 혼자 정하나"

세종시 당론 변경 문제를 둘러싼 여당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특히 정몽준 대표가 친이 진영의 대표 선수 격으로 나서 박근혜 전 대표와 충돌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래 권력이라고까지 불리는 박 전 대표와 역시 차기를 노리는 정 대표가 사실상 처음으로 벌이는 승부이기 때문이다.

대립각 점점 날카로와져

박 전 대표는 20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시도민회 신년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미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면서 "이미 결정을 다하고 정부 수정안을 확정하기 위한 것인데"라며 당론 변경 움직임을 일축했다.

그는 "(지도부와 친이 진영이) 결론을 이미 내놓고 하는 것"이라며 "수정안 당론을 결정하는 투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이 발언은 정 대표의 반격에 부딪혔다. 정 대표는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당이 국정현안을 결정하는데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느 한 사람 의견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구조는 아니다"고 박 전 대표를 공박했다.

그는 "의원, 대의원, 당원 한 분 한 분, 모든 분들의 의견을 모으고 함께 진지하게 토론해 당의 입장이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중시하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당내 토론 착수를 선언했다.

그는 "세종시 같은 국정현안에 대해서는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은 것은 '직접 세대결'뿐 인가?

정 대표의 '토론과 의견 수렴 착수' 선언으로 인해 한나라당 내 직접적 세대결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을 수량화하면 친이계가 우세하지만 기존 당론을 변경해 새 당론을 설정하기 위해선 의원 2/3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친박계가 단일 대오를 형성할 경우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

결국 주류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를 설득할 수 없다면 친박계 일부라도 각개격파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친박계에서도 수정안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의원들이 소수나마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탈자가 나올 경우 친박계의 결속력은 오히려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주류 진영 역시 대오를 정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 대표와 갈등을 빚던 장광근 사무총장과 안상수 원내대표가 최근에는 그를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이다. 정 대표가 장 사무총장을 유임시키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한나라당 안팎에선 '분당'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이 단어를 처음 꺼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그렇게까지야 안 되겠지만 혹시…"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9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ARS여론조사를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갈등이 심화돼 분당까지 이를 것'이란 의견이 43.6%, '결국은 화합할 것'이란 의견이 43.1%로 호각을 이뤘다.

서울은 55.6% 대구 경북은 44.3%로 '화합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분당할 것'이라는 응답이 47%로 나타났고 대전충청에서는 이 비율이 무려 59.6%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