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지도층의 '혼맥쌓기'로 동서통합?

사회통합위 첫 회의…北 산림녹화 등 10대사업 선정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가 18일 첫 공식 회의를 가졌다.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는 사회통합의 의미와 그 방법론에 대한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주제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위원회는 "김우창 교수가 진보진영의 입장을, 송복 교수가 보수진영의 입장을 각각 대변하여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김우창 "갈등의 원인은 빈부격차…사회 안전망 확충을"

이들의 진단과 해법은 각각 대조적이었다.

먼저 김우창 교수는 '빈부의 격차와 사회적 불균형'을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제시하면서 "의식주의 문제, 특히 주거의 문제가 사회 안전망과 복지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갈등은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보다는 주로 경제적 양극화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갈등 해소의 출발점 역시 '민생'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전통 문화와 자연 환경의 보전을 전제로 한 국토균형발전, 기존의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도 제시했다.

송복 "지도층의 도간(道間) 결혼으로 동서 통합을"

반면 송복 교수는 "철저히 '다름(difference)'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현대사회는 태생부터 갈등구조"라면서 "갈등을 병리현상이 아니라 정상현상으로 볼 때 사회통합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통합에서 갈등은 적응과 순응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조절의 대상"이라며 "갈등 자체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일정 한도와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이 갈등관리"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통합의 실현 방안으로 법치주의의 복원, '국민 수준'과 '국격' 업그레이드, 사회 지도층의 역할론 등을 들었다.

특히 그는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지도층들의 도간(道間) 결혼이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호남 지도층 사이의 '혼맥쌓기'를 동서 통합의 방법으로 제안한 셈이다.

송 교수는 "우리는 수백 년 동안 도내 결혼만 해서 사실 근친 결혼만 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그래서 우수한 인재가 나올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말한 뒤 "이를 통해 지역 간 거리도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건 "북한 나무심기로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 해소하겠다"

한편 이날 회의를 통해 위원회는 북한 산립녹화 프로젝트 등 10가지 핵심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용산참사'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도시재정비사업 개선,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선, 외국인-결혼 이민자-탈북자 지원사업도 추진된다.

고건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념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보수와 진보를 망라해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며 "북한 지역에 나무심기로 우리 사회의 이념 대립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