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아이티 강진 사태와 관련한 추가지원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전날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아이티 정부와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애도를 전달하고 아이티가 이번 피해를 조속히 복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긴급구호품 제공과 구호대 파견, 현금 지원 등 모두 1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재난에 대한 지원의 근거는 지난 2007년 제정된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이다. 이에 따르면 외교통상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규모 해외재난에 대해 구호대 파견과 구호물품, 현금, 보건의료활동 및 수송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마련된 100만 달러 규모의 아이티 지원방안은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최종 확정·발표됐다.
한국 정부, 메이저리그,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 부부 모두 '100만 달러'
하지만 사망자가 10만, 많게는 5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사상 초유의 재난 앞에서 100만 달러 규모는 지나치게 약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아이티에 지원을 약속하거나 구체적인 지원에 착수한 것은 최소 30여개 국가에 이른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참사 직후 "미국은 아이티 구호활동을 돕기 위해 1억 달러를 즉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스페인,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아이슬란드 등에서 출발한 구호물자와 구조팀도 속속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500만 달러의 긴급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키로 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100만 달러의 지원방안을 밝혔다.
민간 분야에서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아이티에 각각 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 뉴욕 양키스는 이와 별도로 5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고, 유명 배우인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는 100만 달러를 내놨다.
국내 언론들도 이런 상황을 언급하면서 대체적으로 "정부의 지원규모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격' 강조해 온 李대통령 "아이티, 딱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대목도 추가지원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요즘 공개석상에서 "대한민국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올해 G20 금융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의 '국격 강화'도 이 대통령의 연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이 대통령은 15일에도 아이티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이티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세계가 관심을 갖고 피해를 복구해 생명을 구하는 일에 참여하도록 부탁드리고 싶다"면서 "정부는 100만 달러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확실한 피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G20 국가들도 서로 연락을 해서 지원하자는 결의를 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아이티 사태와 관련된 G20 공동 명의의 성명서가 곧 발표될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도 '우리가 의장국이니만큼 보다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학총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아이티 지진이 심각해서 G20 국가가 집중적으로 도와주기로 합의 했다"며 "딱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추가지원 가능성을 두고 조심스럽게 검토에 나선 것은 이같은 국내외의 기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추가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만 밝혔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다른 국가들과의 형평성, G20 의장국으로서의 위치, 사태의 심각성 등을 감안해 추가지원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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