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19일 '증세'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낸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아예 감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유승민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KBS)이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자고 했는데, 무슨 돈으로 올리나"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어느 정도 기간에 어떤 비율로 올리느냐에 따라 재원 대책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만 잘하면 국민연금 보험료 증가 없이 충분히 가능한 방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더 내는 걸 안 하고 더 받는 걸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관련 기사 : "국민연금 더 주면 보험료 두 배?…거짓말!")
유승민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서도 "저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증세를 솔직하게 약속했다. 안 후보도 약속을 지키는 데 1년에 40조 원씩, 5년간 200조 원으로 저하고 비슷하게 드는데, 안 후보는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할 건가"라고 물었다. 안 후보는 "먼저 정부 재정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부터 고쳐야 한다. 누진제가 적용되게 공평하게 과세를 바꾸고, 그 다음에 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증세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 후보는 "누진제를 강화하는 것은 증세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앞에 과세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약속과 똑같다"고 반박했고, 안 후보는 "억지로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발끈했다.
심상정 후보도 "민주당은 지난 10년간 새누리당 정권을 향해 '복지 공약 후퇴는 대국민 사기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했는데, 문재인 후보 복지 공약에 증세 계획이 전혀 안 나오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따라가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고소득자와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과표 500억 원 이상 기업에 대한 명목세율 강화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점을 언급했다.
홍준표 후보는 다섯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홍 후보는 "법인세를 감세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투자를 이끌어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의 '교육부 폐지' 공약도 도마에 올랐다. 유승민 후보가 "마치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 해경을 해체하자는 것처럼, 교육부 폐지가 교육 문제를 해결하나"라고 꼬집었고, 안철수 후보는 "우리 교육 정책은 대통령과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뀐다. 교육부가 미리 계획을 세워 말 잘 듣는 학교에만 도움을 주니, 창의적 인재를 만들기에 실패했다"고 답했다. 중앙 정부가 교육 정책을 내려보내서 교육 현장에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으니, 교육부를 폐지하고 정부는 학교에 지원만 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흙수저' 출신 학생들의 교육 복지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설전도 이어졌다.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지지자가 KBS에 출연을 거부당해서 분노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가수 전인권이 저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수모를 당했다. 전인권 씨가 '적폐 가수'라는 말도 들었는데 옳은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우선은 제가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식으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한다고 해서 그런 식의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문자 폭탄을 보낸다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씀 드렸지 않느냐"고 답했다.
안 후보는 "어떤 정치 세력과도 손 잡지 않은 저에게 남은 건 국민밖에 없다. 문재인 후보는 본인을 지지하지 않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을 향해 적폐 세력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문 후보는 "국민은 적폐의 피해자다. 국민을 적폐 세력이라고 제 얘기를 오독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안 후보는 "이런 게 적반하장"이라고 응수했다.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개성공단에 2000만 평을 하겠다는 것은 북한 청년 일자리 대책"이라고 공격했고, 문 후보는 "개성공단에 우리 기업 200개가 진출하면 남한 내에 1500개 납품 업체가 생긴다. 그래서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가 된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에게 "선거 포스터에 왜 당명을 표시하지 않았나. 박지원 대표가 그 당 실세이기 때문에 그거 피하려고 그랬나"라고 공격했고, 안철수 후보는 "포스터의 70%는 초록색이 차지하고 당 마크도 있고, '국민'이라는 단어도 있다. 나이키를 나이키라고 쓰나? 모든 국민이 다 아신다"고 반박했다.
심상정 후보는 김대중 정부 때 정리 해고법이, 노무현 정부 때 기간제법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많은 분들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우리 삶이 달라질지 의심한다. 문 후보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입장도 뚜렷하지 않고, 정리 해고 요건 강화에도 입장을 유보했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느끼면 강력한 대안이 나와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말씀하신 것에 동의한다.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노동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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