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아픔은 모든 국민의 아픔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은 순조롭게 이뤄질까?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조사 대상자인 해수부가 지금도 선체 조사의 전 과정을 통제하고 있는 현실인데, 과연 진실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도무지 미래를 창조할 능력이 없을 것 같은 미래창조부를 비롯해 안전의 개념이라곤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국가안전처, 또 혁신이 전혀 부재한 인사혁신처…. 명실상부(名實相符), 이름(名)과 실제(實)가 올바르게 부합한 정부 기관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유신 시대에서나 부합하는 상명하복의 정신과 시스템을 한사코 고집하고 있는 시대착오적 관료 시스템은 이제 국가와 사회의 전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사회 개혁을 향한 우리의 장정(長征)에 역사와 국민이 함께 한다
뿐만이 아니다. 사드배치 문제를 비롯해 위안부 합의 문제, 검찰개혁, 국정원개혁, 언론 개혁, 사법개혁…. 우리가 지금 실천해나가야 할 개혁 과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그 어떤 한 가지도 쉬운 과제가 없고, 기득권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터이다. 실로 모두 대단히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들이다.
그러나 모름지기 차기 정부는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뜻을 모아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처음에 박근혜가 이렇게 탄핵되고 구속까지 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난공불락, 도무지 돌파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사드배치라는 철옹성도 결국 해결책이 보이고 있지 않는가!
민주주의와 사회 개혁을 향한 오늘의 장정(長征)에는 역사와 국민이 함께 한다. 기득권의 저항과 우리 사회에서 그릇된 오랜 관행을 일소하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는 치밀하고 대안을 갖춘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강력한 의지와 경험을 지닌 강력한 추진세력이 존재해야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차기 정부는 한 마디로 촛불 정부다. 촛불에 의해 탄생한 정부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마땅히 촛불 민심을 정책적으로 반영하고 수행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해야 할 일이다. 결국 촛불 시민들의 역할이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는 단지 선언적 차원만이 아니라,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할 방안도 필요하다. 그리해 '국민주권 기본법'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갖춤으로써 현재 시민의 참여가 완전히 봉쇄된 국가 공공부문에 대한 시민의 개입(예를 들어 검찰인사위원회와 공영방송 운영에 시민의 개입)과 참여 그리고 통제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당연히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그리고 각 지역에서의 주민회의 등의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는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의 개혁에는 국회 개혁이 필수불가결하다
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과제들의 실천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그리해 '국민의 대표'여야 할 국회가 수행함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국회가 과연 이러한 시대적 과제의 실천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국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탄핵 의결 이외에 개혁입법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해낸 것도 없다. 새 정부가 세워진 이후에도 이런 국회의 모습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사실 박근혜 탄핵으로 국민의 양대 선출기관인 대통령과 국회는 동시에 탄핵 당한 셈이었다. 차기 정부에서 필연적으로 국회개혁을 둘러싼 요구와 주장은 봇물이 터지듯 이어질 것이고, 심지어 국회 해산 주장도 나올 것이다.
국회 개혁은 외적으로는 선거법 개혁이 이뤄져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의원 입법권의 정상화가 동시에 수행돼야만 한다.
우선 국회를 "국민의 진정한 대표"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들의 기득권 재생산 기제로 기능하고 있는 현재의 선거법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이 절실하다.
이와 동시에 유신과 국보위에 의해 강제돼 형해화돼 버린 의원 입법권이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 지금 입법권의 왜곡 현상은 오랫동안 관행화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작 국회의원 본인들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고 또 어떠한 정치학자도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의원 입법권의 정상화야말로 '일하지 않는' 국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낼 수 있고 정상화시킬 수 있는 핵심 요건이다. 의원의 본업인 입법권의 완전한 회복, 이것이 국회 개혁의 선결 요건이다.
진정한 통합의 전제는 국정농단 세력의 청산
'통합'의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주야장천, 날이면 날마다 이전투구만을 일삼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통합 필요성의 소리가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 통합에도 순서와 절차가 존재한다.
돌이켜보면,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서 우리는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시절을 겪어야 했다. 진정한 통합이란 올바른 청산과 개혁의 토대 위에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처럼 보수 후보가 근본적으로 맥을 출 수 없었던 때는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의 이 상황은 시대의 엄숙한 요구이자 준엄한 명령이며, 하늘이 준 천재일우의 기회다.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사유화하고 제멋대로 농단한 세력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그 위에서만 비로소 통합이 가능하다. 이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세워내고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전제 조건이다.
'보수표' 구애 경쟁은 시대정신에 대한 배반이다
촛불 민심의 핵심적인 요구는 바로 박정희-박근혜 체제의 청산이다. 따라서 박근혜표 줄푸세 정책을 만든 인물이나 삼성-조중동 책임자였던 인물이 그러한 경력을 내세워 차기 정부의 요직에 오르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설득력도 가지기 어렵다. 또 한 유력 후보는 "당선 다음 날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박근혜 정부 장관 전원에게 사표를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국방부 발표는 반대로 들으면 모두 맞다는 시중 여론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보수표'에 대한 구애 전략은 수가 얕은 착오일 뿐이다. 보수표에 대한 구애라는 눈에 보이는 뻔한 선거 전략은 국민의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오락가락 원칙이 없는 후보로 간주될 뿐이고, 시대정신에 대한 오독(誤讀)이다.
오늘의 시대정신인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큰 원칙을 견지하면서 국민을 믿고 역사와 함께 의연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정도(正道)이고, 정확한 선거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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