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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적인 조사? 그게 말이 되나"

[세월호 특조위를 말하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 인터뷰

그토록 기다린 세월호가 1089일 만에 뭍으로 돌아왔다. 하얀빛을 자랑하던 세월호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다 깊숙한 곳에서 뒤틀린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예상보다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얼마나 흘려야 눈물이 멈출 수 있을까.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필요성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해경은 왜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했는지, 왜 이러한 참사는 반복되는지... 세월호 참사에는 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달려있다. 그러한 의문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세월호 특조위다. 하지만 2016년 6월 30일자로 조사활동은 강제종료 됐다.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현재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끝나면 다시금 세월호 특조위 2기가 구성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세월호 특조위법안을 발의해둔 상황이다.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2기 특조위의 향배도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조위가 재구성된다고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기 특조위가 의도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접수된 231건 사건 중 단 4건에 대해서만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내재해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노골적인 방해와 특조위 무력화 시도다.

그렇다 해도 그 이유만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사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상수(常數), 그리고 그 이면의 다양한 변수(變數)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는 게 일반적이다. <프레시안>은 앞서 네 명의 1기 특조위 조사관 인터뷰를 통해 특조위 내부의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유가족인 장훈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을 만났다. 특조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그로부터 과거 1기 특조위의 문제와 현재 선체조사위원회 상황, 2기 특조위 전망 등을 들어봤다.

장 분과장은 1기 특조위에 대해 "소극적이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특조위와 해수부와 해경 등과의 갈등은 여전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2기 특조위에서는 내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선체조사위로부터 선체 조사 권한을 이어받고, 특검 요청 권한 등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15일 목포신항 유가족 쉼터에서 만난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 ⓒ프레시안(서어리)

"해수부, 인양 준비 제대로 안 했다"

프레시안 : 인양 후반 작업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 작업을 지켜본 소감을 말해달라.

장훈 : 해양수산부로부터 인양된다는 연락을 받고, 동거차도에서 감시하던 유가족분들이랑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 사람들이랑 연합해서 부랴부랴 왔다. 이렇게 급하게 올라올 줄은 몰랐다. 해수부가 사전 준비 기간은 굉장히 길게 잡아놨는데, 본격적인 인양 작업은 갑자기 훅 진행됐다.

원래 인양이 그렇게 돼야 한다.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리고 막상 배가 올라오면 나머지 작업은 금방 끝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사전에 우리에게 고지가 된 건 아니다. 우리가 워낙 인양업체를 많이 만나고 이야기 들었으니까 아는 거다. 급하게 선체조사위원회 위원들하고 미팅 잡고, 그때부터 인양 작업을 지켜봤다.

전반적으로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배 올릴 때도 기름이 너무 많이 나와서 동거차도 분들에게 또 폐를 끼치게 됐다. 피해가 상당히 심각하다. 동거차도 주민분들이 해수부에는 분노해서 뭐라고 하는데 우리한테는 뭐라고 하겠나. 미수습자 잘 찾고 진상규명 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해수부가 또 얼마나 준비가 안 됐냐면, 거치 작업할 때 나온 그 펄을 다 버리려고 했다. '펄 안에 뭐가 들었을 줄 알고 다 버리나, 유실 우려가 있으니 다 수거하라'라고 우리가 요구하니까 해수부가 그제야 알겠다고 했다. 세월호 들어올리는 모듈 트랜스포터 줄 계산도 잘못해서 나중에 추가했다. 작업을 하기로 했으면, 그 전에 미리 하나하나 점검을 해야 하는데 안 한 거다.

해수부 사람들이 전문가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배를 건져 올린 적이 없으니 예상을 못 했다고 한다. 미리 점검을 철저히 한 다음에 작업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니까 해수부 작업이 빨라졌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장훈 :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연결을 지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가 파면되는 날 해수부가 인양하겠다고 발표하고, 구속되니까 배가 올라왔다. 박근혜랑 우리랑 무슨 원수지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엮일까 싶다. 솔직히 불쾌하다.

참사 당시 최고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으니, 박근혜는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올라오던 날 박근혜가 구치소 들어가는 걸 보면서 어떻게든 죄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벌금 일 원이 됐든 형량이 얼마가 나오든 법원이 박근혜에게 죄가 있다는 걸 인정해줬으면 한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프레시안(서어리)

"박근혜 파면 후 확실히 분위기 바뀌었다"

프레시안 : 선체조사위원회 이야기를 해보자. 선조위가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나.

장훈 : 선조위 덕분에 인양 작업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김철승 위원이 중간 다리 역할을 잘 해줬다. 어떤 작업이 되고 있고, 안 되면 그 이유가 뭐고, 다른 방법으로는 어떤 걸 궁리 중인지 하나하나 알려줬다.

프레시안 : 해수부 직원들도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인 걸로 알고 있다.

장훈 : 그렇다. 배를 올려놓은 이상 더 숨길 것도 없는 모양이다. 배 올리기 전 이미 많이 배를 훼손해놨으니, 구멍이란 구멍을 다 뚫어놓았으니 진상 규명 해볼 테면 해봐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프레시안 : 1기 특조위 때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장훈 : 시절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가 파면된 이후 변화가 확 실감이 난다. 해수부 담당 직원들이 다 바뀐 것도 아니다. 특조위 때 일하던 인양지원단 사람들 거의 그대로다. 그런데 왜 변했겠나. 그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정권 교체되는 지금 상황을 의식하는 것 아니겠는가.

특조위와 선조위 성격이 많이 다른 탓도 있다. 선조위는 선체만 바라본다. 배의 결함이라든지 그런 기술적인 측면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특조위는 감독, 지도, 책임 등 정치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해수부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아마 2기 특조위가 나오면 다시 마찰이 생길 거다.

"선체위, 배만 보면 안 된다"

ⓒ프레시안(서어리)
프레시안 : 선조위가 이제 막 가동됐지만 구색은 갖추지 않은 상태다.

장훈 : 우선, 선조위 위원들이 임명장을 엊그저께(12일) 받았고, 지금은 본격적으로 위원회가 세워지기 전 설립준비단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직원을 50명 뽑아야 하는데 시행령이 확정되려면 한 달 반 이상이 걸린다. 배가 올라왔으니 우리는 마음이 급한데 절차라는 게 있으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사실 조금 초조하긴 하다.

그래도 다행히 위원들 간에 팀워크는 좋은 것 같다. 아무래도 전문가, 엔지니어들로 대부분 구성돼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김영모 부위원장)도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프레시안 : 활동 초기이긴 하지만 평가할 부분이 보일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은 없나.

장훈 :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라 팀워크가 좋은 건 긍정적인 점인데. 약간 우려되는 점도 있다. 배를 너무 기술 문제 쪽으로만 본다. 그러면 안 된다. 선원들에 대한 형사적인 접근도 필요한데 기술적인 부분으로만 치우치는 느낌이다. 선조위 조사 내용 가운데 선원들의 행태를 살펴보는 것도 법에는 명시돼있다. 아직 선조위가 조사 계획을 수립하지 못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지가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다.

프레시안 : 선조위 활동 기간이 최장 10개월로 길지 않다. 그 기간 안에 선체 조사를 다 못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장훈 : 선체 조사 권한이 기본 6개월에 추가 4개월까지 주어진다. 2기 특조위가 연내 출범한다고 하면 겹치는 기간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2기 특조위에 선체 조사 권한이 넘어갈지, 아니면 선조위에서 만든 보고서만 활용할지다. 지금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묶여있는 특별법상 새 특조위가 출범하면 최장 3년까지 활동할 수 있는데, 활동 기간이 긴 만큼 선조위의 선체 조사 권한도 다시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

"2기 특조위, 상시 특검 연다"

프레시안 : 2기 특조위 설립을 위한 법안은 어떻게 마련했나.

장훈 : 지난해 여름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할 때 만든 것이다. 신속처리법안은 마지막 선택지였다. 일단 상정이 돼야 하는데 그게 힘들었지 않나. 특조위 기간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야 정치인들 만나 협상도 해보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안 돼서 마지막으로 쓴 카드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최상의 안을 만들어와라'라고, 말하자면 명령을 내렸다(웃음). 박주민 의원실에서 가안을 만들어 오면 우리 가족들이랑 같이 논의를 해서 안을 만든 뒤 환노위에 올렸다. 국회선진화법상 신속처리안건은 상임위에서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야당 의원이 많은 상임위가 몇 없었다. 사실 급하게 상정하느라 시행령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건 나중에 보완하기로 했다.

프레시안 : 예정대로 2기 특조위가 나온다면 1기 특조위와 차별점은?

장훈 : 현재 계류돼있는 입법안에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특검을 횟수 제한 없이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을 꼽고 싶다. 수사권, 기소권이 없다고 조사권만 갖고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우회해서 수사 권한을 갖게 한 게 특검이다. 이걸 건별로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해경은 해경, 국정원이면 국정원, 그렇게 각각 특검을 요청하는 거다. 그리고 국회에 특검요청안을 넘기면 국회에서는 무조건 한 달 안에 결론을 내도록 했다. 예산안 협의를 해수부에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기재부와 소통하게 한 점도 장점이다. 이런 요소들이 갖춰지면 2기 특조위는 1기 특조위 때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1기 특조위 때는 조사가 효율적으로 안 된 부분이 있다. 적은 인원으로 침몰 원인, 구조 방기, 언론 문제 등 너무 많은 일들을 하려다 보니 그런 것이다. 2기 때는 그런 문제는 해소되리라 본다. 이미 축적돼 정리된 자료들이 많다. 국회 자료를 활용할 수도 있고, 안산에 이관된 자료들을 백업받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서어리)

"중립적인 조사? 그게 말이 되나"


프레시안 : 이야기가 나온 김에, 1기 특조위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아달라.

장훈 : 1기 특조위는 소심했다. 조사권을 남발했어야 할 판에 너무 아꼈다. TRS 녹음 파일 받으려고 인천에 있는 해경 본청에 갔을 때, 해경이 문을 안 열어줬다. 그때 안 열어준다고 답답해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문을 땄어야 한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조사 환경이 달라질 거다. 조사관들이나 파견 공무원들 모두 조사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해수부와 해경하고는 결국 마찰이 생길 거다. 2기 특조위에서는 특검 요청, 감사 청구권 등 권한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때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서 치고 나갈 사람이 필요하다.

위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원회가 작은 국회가 되면서 알력 싸움을 하게 되고 불협화음이 나왔다. 여기저기서 추천받아서 구성되다 보니 당연한 거다. 문제는 이 가운데 키잡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안에서 잡음이 나도 가르마를 타줄 사람이 있으면 됐는데, 그런 존재가 부재했다. 진상규명국장이 그런 역할을 했었어야 한다고 보는데, 정부가 끝까지 임명을 안 했다. 진상규명국장이 없으면 소위원장이라도 통솔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매우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내가 죽 지켜보니, 특조위를 직장 개념으로 오신 분들도 없지 않았다. 솔직히 '많았다'에 가까웠다. 그분들은 '나는 중립적으로 조사할 거야'라고 했다. 근데 이게 무슨 말인가. 기계적인 중립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 조사관은 검사의 위치에서 해야 한다. 중립만 외치다 보니 조사가 안 되는 거다.

지금 선조위도 마찬가지다. 배만 보고 있으면 안 된다. 적극적으로 선원들도 조사해야 한다. 선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배 상태, 엔진 문제 등등도 알 수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세월호 3주기를 기해 국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

장훈 : 배가 올라온 걸로 끝난 게 아니다.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저희 가족들은 더 열심히 요구하고 목소리를 낼 거다. 관심 놓지 않고 앞으로 새롭게 활동할 위원회 활동을 감시의 눈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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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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