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보고된 A4용지 60페이지 분량의 초안에는 △정부부처 이전 백지화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 유치 △세종시 이전 기업·대학·연구소 등에 대한 지원방안 등이 담겼다.
100분 동안 이어진 '수정안' 보고…기업·대학 명단도 포함
특히 초안에는 기업 등이 들어설 구체적 위치가 표시된 토지이용계획과 조감도는 물론, 세종시에 입주하게 될 기업과 대학, 연구소의 명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은 세종시에 5년 동안 5000억 원을 투자하는 의료분야 신규사업을 정부에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특사 단행과 맞물린 그룹 차원의 결단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정부 측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반도체나 LCD 등 삼성전자가 직접 움직이길 희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2조원 대의 투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의 투자규모를 놓고 정부와 삼성 사이의 물밑 신경전이 최종 관건으로 남은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약 1시간40분 동안 이어진 주례보고에서 "세종시에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다른 지역이 유치하려던 사업 기능을 빼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정 총리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 있는 기업을 유치해 오면 다른 지역에서도 유치해 온다고 할지 모르니 빼오지 말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정 총리에게 "신규사업을 위주로 유치할 것, 현지의 고용에 기여하는 사업 위주로 유치할 것, 세종시와 인근 지역 및 주민의 요구를 적극 반영할 것, 그리고 해외 유치 기능 등을 감안해 이른바 자족 용지를 충분히 남겨놓을 것"이라는 등 5대 주문사항도 전달했다.
이날 주례보고에는 주호영 특임장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조원동 세종시기획단장이 배석했으며, 청와대에선 정정길 대통령실장, 박형준 정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주례보고와 관련한 별도의 브리핑은 진행하지 않았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청와대 |
수정안 발표 이후에도 '다단계 유치전'…MB도 움직인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마련작업이 막바지 수순에 접어들면서 오는 10일에는 고위 당정청 회동을 통한 막판 조율이 이뤄질 예정이다. 수정안은 오는 11께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이날 5대 주문사항을 제시한 만큼 공식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입주 기업과 대학 등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이 전날 확정된 만큼 정부는 입주 대상자의 투자의사 결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속에서 공식 발표 이후에도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에 대한 일종의 '다단계 유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수정안 발표와 맞물려선 이 대통령이 직접 움직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12월 충청지역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세종시 문제는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총리는 지시를 받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논란을 피해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 대통령이 직접 세종시 현장을 방문하는 방안, 별도의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방안 등이 폭넓게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오는 8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신년 하례를 겸한 오찬 간담회를 열고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국무총리실 역시 수정안 발표 이후 1주일 가량 세종시 현장에서 업무를 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관계부처 장관들의 합동 설명회 개최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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