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대하소설 <토지>를 통해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을 문학의 성지(聖地)로 이끌며 하동의 브랜드를 국내·외에 널리 알린 국내 대표 여류소설가 故 박경리(朴景利·1926∼2008) 선생에게 ‘한다사(韓多沙) 대상’ 첫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하동군은 지난 15일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33회 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한다사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 박경리 선생을 대신해 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에게 상패와 상금 3000만원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한다사 대상은 역사·문화 등 하동의 위상을 대내·외에 떨치고 하동 발전에 기여한 공이 현저한 군민을 물론 재외국민을 포함한 국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등을 선정·시상하는 상으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하동군의 옛 행정지명 ‘한다사(韓多沙)’를 딴 이 상은 2015년 제정된 ‘하동군 한다사 대상 조례’에 따라 지난해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된 (사)한다사대상추진위원회(이사장 노동호)가 주최·주관하며, 수상자에게는 독지가의 후원으로 상금과 상패가 주어진다.
한다사대상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 8일부터 한 달간 수상 후보자 추천을 받아 지난달 17일 후보자 공적에 대한 위원회의 심도 있는 심사와 토론을 거쳐 첫 수상자로 박경리 선생을 참석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1926년 10월 28일 통영에서 태어난 박경리 선생은 1945년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1955년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등을 발표하고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파시(波市)> 등 사회 비판성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1969년 9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를 배경으로 <현대문학>에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해 1994년까지 26년간 원고지 4만매 분량의 5부 16권의 기록적인 작품을 남겨 하동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 생명사상을 깊이 있게 다뤄 1994년 불어판에 이어 영어·독일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등으로 번역·출간되면서 ‘하동’이라는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2001년 하동문학을 국내·외에 알려 문학수도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자 제1회 토지문학제를 개최해 올해도 17년째 이어오면서 많은 문학인을 배출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선생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의 협조로 지난해 평사리에 개관한 박경리문학관에 선생의 육필원고, 사전, 안경, 책상, 재봉틀 등 유품 41점을 전시함으로써 하동의 대표 관광지 최참판댁이 연간 50만 관광객이 찾는 문학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또한 소설 <토지> 속의 최참판댁과 평사리 마을로 건설된 최참판댁 일원에서 2004년 SBS 대하드라마 ‘토지’를 시작으로 드라마 28건과 ‘관상’ 등 영화 10건이 촬영되는 등 촬영명소로 부각되면서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김영주 이사장은 “평사리를 무대로 사반세기에 걸쳐 <토지>를 집필한 어머니께서 생전에 하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컸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며 “한다사 대상이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상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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