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을 거쳐 현재는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에서 항공협정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키워드가이드 조일주 씨는 "심지어 항공기 기장들도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고, 항공협정을 다룬 언론기사에서도 잘못된 내용이 보도되곤 한다"면서 "하지만 항공협정은 우리의 생활과 연관이 대단히 큰 분야"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행객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도 모두 비교적 선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한국의 항공협정 정책때문이라는 게 조 씨의 설명이다.
한국의 항공산업은 세계 8위권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실생활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는 항공협정 분야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은 지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바로 이 점이 안타까워 키워드가이드를 시작하게 됐다는 조 씨를 만나 봤다.
▲ 키워드가이드 조일주 씨. ⓒ프레시안 |
"항공기 기장도, 언론사 기자도 잘 모른다"
프레시안 : 개념 자체가 좀 어렵다. 항공협정이 무슨 뜻인가?
조일주 :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이 어떤 나라와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었다든지, 나라 간 운항횟수가 늘었다든지, 신규노선이 개설됐다든지 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것은 모두 항공회담을 통해서만 이뤄지게 된다. 나라와 나라 간 고속도로를 개설하려고 해도 두 나라 사이에 약속이 필요하지 않나. 평균적으로 보면 우리 나라의 항공 당국에서는 1년에 10~15차례 정도 항공회담을 갖는다. 최초 협정을 체결할 때는 외교통상부가 주관을 하고, 그 다음에는 국토해양부 국제항공과가 담당하게 된다.
프레시안 : 일반 항공기 이용객들의 입장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조일주 : 그런 점이 좀 아쉽다. 한국은 여객과 화물을 합치면 세계 8위 수준의 항공강국이다. 유엔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인 'ICAO' 이사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상임 이사국에 세 번 선출됐다. 이처럼 항공 수송력이나 발언력은 대단히 높아지고 있는데, 일반인들의 관심과 정보는 미약한 수준이다. 가까운 일본만 가도 서점에 보면 항공에 대한 일반적 상식을 다룬 책이 6~7권은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서점에 가도 항공에 대한 책이나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 봐도 항공대학교에서나 사용하는 두꺼운 강의교재만 있는 게 현실이다. 항공산업과 정책이 우리의 생활에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켰는지 일반인들이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실 회사 내부에서도 항공협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항공사 직원들도 모르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항공기 기장들도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고, 항공협정을 다룬 언론기사에서도 잘못된 내용이 보도되곤 한다. 항공협정이라는 게 우리의 생활과 연관이 대단히 큰 분야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정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의 항공협정이나 그 정책은 대단히 앞서가고 있는 편인데 그 내용은 설명은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말씀을 듣고 보니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큰 것 같다.
조일주 : 외국에 나가 있는 교민들은 관심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한국과 캐나다 노선은 상당히 제한적인 편이었다. 두 개 항공사만 뜰 수 있고, 일주일에 몇 회만 운항이 가능하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없으면 서비스 수준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 그래서 한-캐나다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됐다. 미국과는 1998년에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는 일본보다 10년 정도 빠른 것이다. 일본은 항공협정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 중 하나다.
일상에서 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세계역사를 바꾼 3대 발명품 중 하나가 항공여행이라고 하더라. 세계관이나 문화가 완전히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80일 간의 세계일주'를 보면 증기선을 타고 22일 걸리는 거리인데, 지금은 10시간 남짓이면 태평양을 건널수 있게 됐다. 사람의 교류, 물적 교류의 가치관 자체가 바뀌게 된 것이다. 항공협정을 통해서 그런 것이 가능해진다. 항공자유화는 역설적으로 항공협정 자체가 필요없게 만들자는 의미다. 항공협정이 없어도 항공사가 자유롭게 노선을 지정해서 뜨고 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의 항공자유화를 선도하는 나라"
프레시안 : 직접 작성하신 키워드가이드를 검색하니 항공자유화에도 수준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어떤 내용인가?
조일주 : 일단 '3/4자유'라는 게 있다. 3자유는 가는 것, 4자유는 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똑딱노선'이라고 하는데 한 마디로 공급력이라고 할 수 있다. '3/4자유'에 합의했다는 건 항공사가 자율적으로 노선을 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공급을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적인 자유화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이원권이라고 해서 제3국을 경유해 갈 수 있는 자유인데, 이게 '5자유'다. 중간지점 운수권이 풀리면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가는 노선이 완전히 풀리는 것이다. 5자유 운수권까지 풀리면 완전한 항공자유라고 평가한다. 보다 더 나아가는 것은 상대국의 나라에서 국내선을 운영할 수 있는 자유인데, 예를 들자면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가 이탈리아의 국내선을 운항하는 것이다. 항공용어로는 카보타지(cabotage)라고 부른다. 유럽의 역내 항공자유화나 호주-뉴질랜드 항공자유화 등은 카보타지를 허용한다. 동북아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3/4자유를 바탕으로 한 항공자유화가 정책적 목표다.
일본과는 자유화가 돼 있고, 중국은 아직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는 산동성과 하이난성 지역과는 자유화가 이뤄져 있지만 다른 지역은 아직 묶여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계속해서 자유화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항공자유화를 이끌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선도적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10년 정도는 앞서 있다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일본이 항공자유화에 그렇게 소극적인 이유는 뭔가?
조일주 : 일본에서는 항공자유화가 이뤄지면 자국의 항공사가 실어 나를 수 있는 여행객이나 화물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시장 보호주의적 성격이 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반대다. 이것이 오히려 국내 항공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최근 일본의 경우에도 정책을 바꿨다. 일본이 최초로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한 게 우리나라다. 일본은 현재까지 태국, 말레이시아 등 8개국과 협정을 맺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여개 나라와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 여행객은 어떤 지역도 쉽게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항공산업을 전세계 8위로 키울 수 있게 할 수 있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묶여 있었다면 수송량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항공사들은 사실 문제가 많다. 주로 경영상의 문제다. 일본의 한 항공사의 경우 스푼의 무게도 줄일 정도라고 하더라. 스푼과 포크의 무게를 개당 2g씩 줄이고 있다. 보통 병에 담아 서비스하는 기내 와인도 플라스틱 병에 옮겨 담는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결국 서비스의 질로 이어지게 되는데, 지나치게 자국의 항공산업을 보호하다보니 결국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뒤떨어지게 된 것이다. 시장을 보호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보조금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은 양날의 칼이라고 생각된다.
프레시안 : 대학에선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들어간 셈이다.
조일주 :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처음 발령이 난 곳이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업무팀이었다. 아시아나에서 7년 정도 있었는데, 항공협정에 관한 일만 했었다. 그 이후에 다른 일을 해 보려고 IT 쪽에 있었다가 '에어부산'에 올해 2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하던 일이 항공협정이다보니까 지금도 계속해서 항공협정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프레시안 : 원래부터 항공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인가?
조일주 : 대학 때 친구들끼리 여행을 다니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제주도에 혼자 여행을 가게 됐다. 제주도에서 돌아올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1991년도 여름방학이었다. 비행기라는 물건이 정말 인상깊었고,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교내 영자신문사에서 기자를 했었기 때문에 언론사 시험을 준비했었는데,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면접만 보면 볼펜하고 샤프세트를 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따라갔다가 어떻게 계속 붙어서…(웃음), 아시아나에 계열사가 많은데, 항공사라면 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론적으로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에어부산도 아시아나와 관계가 있다. 아시아나가 에어부산의 1대 주주다. 면접에 갔더니 아는 분들이 면접관으로 나와 계시더라. 부산인구는 전체의 20~30% 수준인데, 항공사는 9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에도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요구 속에서 지역의 14개 기업과 아시아나가 함께 투자해 만든 회사다.
프레시안 : 키워드가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조일주 : 원래 블로그를 했었고, 한 포털사이트의 글쓰기 모임에서도 활동을 했었는데 그곳의 회원이 프레시안의 키워가이드를 추천해 줬다. 주제를 갖고 연재하는 형태고, 나중에 책을 낼 수도 있겠더라.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다.
ⓒ프레시안 |
"저가항공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프레시안 : 현재는 저가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내에서 저가항공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가?
조일주 : 외부에선 저가항공(LCC)이라고 하는데 참고로 에어부산에서는 지역항공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저가항공의 역사는 대략 5년 정도 됐다. 다른 나라의 성공사례를 보고 처음 한성항공이 생겼다. 한성항공은 현재 경영 상의 문제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고, 현재로선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4개 회사가 있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라는 2개의 큰 항공사와 4개의 작은 항공사가 존재하는 '2+4 구조'다. 현재 4개의 항공사들은 국내선뿐만 아니라 일부 국제선을 이미 개통했거나, 개통할 예정에 있는 단계다.
항공자유화를 한다는 것은 대외적인 부분도 있지만, 대내적인 부분도 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국제선을 운영할 수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뿐이었다. 지금은 모든 항공사가 가능하다. 항공기를 3대 이상 보유하고 있고, 자본금 규모가 50억 원 이상이면 국제선 운행에 제한이 없다. 국내에서도 자율경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일반적으로 저가항공의 이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
조일주 :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운임이다. 일본과 항공자유화가 되면서 저가항공이 들어가게 되면 기존의 대형 항공사에 비해서는 70%~75% 정도 운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프레시안 : 기존의 대형 항공사와 안전성의 차이는 없나?
조일주 : 안전에 대한 부분은 대형 항공사나 저가항공이나 똑같다고 보면 된다. 일정한 안전기준이 없으면 항공사가 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다. 저가항공의 가격이 싸니까 '혹시 안전에 문제가 있니 않을까'하는 인식 있는데, 그런 인식도 이용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대형 항공기보다는 중소형 항공기 중심이 되는 등 항공기 기종 자체도 좀 다른 것 같다.
조일주 : 우리나라 저가항공사가 많이 운영하고 있는 기종이 '보잉 737'인데,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5위 중 하나로 들어가는 모델이다. 그 정도로 안전도에 대해선 널리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4개 항공사 중에서 선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업체가 있나?
조일주 : 아직까지 비교는 어렵고, 1~2년 정도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에어부산의 경우 김포-부산 노선에서 원래 마켓쉐어가 18%가 안 됐는데, 지금은 40%를 넘어섰다. 현재 대한항공과 에어부산만 김포-부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50대 50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포-제주 노선도 초기엔 저가항공의 마켓쉐어가 5%대였는데 지금은 30%대로 올라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노선이 김포-부산, 김포-제주 노선인데 여기에서 저가항공이 30~40%정도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포-부산을 여행하는 사람 10명 중에 4명 이상은 저가항공을 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3~4년 이후는 지금보다 인식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자랑이긴 한데 에어부산은 올해 고객만족경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별적인 운항 시스템도 갖고 있다. 에어부산의 김포-부산 노선은 서울에서 무조건 매시 30분에, 부산에선 매시 50분에 출발한다. 이걸 '3050 셔틀 서비스'라고 부른다. 이런 셔틀 형태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자리가 모자라면 추가로 비행기를 배정해서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개념이다. 30분, 50분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객이 단 1명이라도 비행기는 뜬다.
프레시안 : 항공사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손해일 것 같다.
조일주 : 일정한 손해를 보더라도 인식의 전환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만 운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전 7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매 시간 운행을 하고 있다. 운항의 신뢰도를 통해서 이런 항공사를 이용해도 문제가 없고, 서비스도 좋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싶었다. 실제 객실 서비스도 아시아나와 큰 차이가 없다. 하늘로 다니는 지하철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되겠다.
김포-부산 노선은 비즈니스 고객이 많다. 사우스웨스트같은 저가항공사의 성공비결을 보면 비결이 있더라. 기업의 고객을 따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에어부산도 이런 고객을 위한 기업우대 프로그램이 있다. 출장을 자주가는 회사의 경우 회사별로 최대 30%까지 상시 할인을 하고 있다. 항공사 할인이라는게 성수기 때는 원래 없다. 그런데 업무용 출장에 대해서는 연중할인을 하고 있다. 저가항공의 성공모델인 기업우대 프로그램을 통해 5000개 넘는 회사가 가입했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프레시안 : 생소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키워드가이드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밝혀 달라.
조일주 : 키워드가이드를 통해 앞으로 항공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 항공협정뿐 아니라 저가항공에 대한 이야기, 재미있는 항공 소식이나 에피소드도 공유할 계획이다. 프레시안이 여러가지 채널을 갖고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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