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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조작에 속지 않는 방법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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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조작에 속지 않는 방법 5가지

[기고] 유무선 비율 등 조작 얼마든지 가능하다

"2016년은 여론조사 기관의 '재앙의 해'라고 하겠다. 여론조사의 '종말론'까지 나온 상태이다." 신창운 덕성여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10여 년 전 대학에서 통계학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여론조사의 결과를 일단 의심하고 조심스럽게 해석하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한국 대선(5월 9일)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현시점에서 다수의 여론조사가 기본도 갖추지 못한 '엉터리'거나 고의로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과 조작 의혹이 무성하게 만든 사례는 최근에 굵직한 것만 여러 건이다.

2016년 한국의 4월 총선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그리고 선거 하루 전날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률을 80%라는 호언장담한 미 언론 다수의 예측을 깨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미 대선 등.

이런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와 관련한 대형 여론조사 기관들은 실제 투표 결과와는 너무나 다른 '엉터리' 예측을 내놓아, 여론조사의 종말론이 나올 정도가 됐다.


그렇다고 한 달 안에 다가올 한국 대선의 경우, 여론조사의 예측을 깡그리 '쓰레기'로 취급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여론 조사 외에 국민이 대선의 흐름과 후보들의 지지 강도를 제대로 파악할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 지난해말 언론계는 '여론조사보도준칙'을 마련해 준수할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자체가 왜곡된 사례가 너무 많다는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사 의뢰는 형식, 실제 비용 부담 주체는?


2016년의 대형 정치적 이벤트에 관한 여론조사의 예측이 실제 투표 결과와 엄청나게 다르게 나온 중대한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사 기법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고, 하나는 여론조사에 대한 유권자의 불성실한 태도이다.

첫째, 1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최첨단 조사 기법을 이용한 미국 여론조사가 자주 빗나간 예측을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조사에는 응답하면서도 투표장에는 나가지 않는 유권자의 수를 정확히 예측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데 있다. 투표율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오류를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미 대선(11월 8일) 다음 날,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렇게 한탄한다. "우리는 미국에 이처럼 분노한 소수층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불행히도 온 세계에 이처럼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불만과 분노의 소수층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는 불길한 조짐마저 있다.


둘째, 최근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과 불쾌감이 과거보다 월등히 비등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조사기관의 전화를 많은 유권자가 받지를 않거나 성실하지 않은 대답을 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심지어 조사 결과를 왜곡하려는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답변한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여론조사의 근원적인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가? 비록 제한적이지만 세 가지 개선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술적인 문제로 여론조사 기관과 감독 기관들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여론조사의 기법을 향상하고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길이다.

또 하나는 유권자 스스로가 여론조사에 대해 좀 더 성실한 응답을 하는 길이다.

세 번째는 '깨어있는' 시민 자신이 거짓이나 조작된 여론조사에 속지 않도록 여론 조사 결과를 제대로 읽는 해법을 배우는 길이다.

세 번째와 관련해서, 언론의 조작된 여론조사에 속지 않는, 간단하지만 효과가 큰 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최근 어느 조간신문이 발표한 중요한 조사 결과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1) 다자구도에서 A 후보와 B 후보가 처음으로 '공동 1위'가 되었다. 그리고 B 후보가 다른 모든 가상대결에서 A 후보를 앞지른다. 2) 이번 조사는 유선(54%)과 무선(46%) 병행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21.4%였다.


위에 언급한 사례와 비슷한 여론조사가 왜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검토해보자.


첫 번째, 최근 여론조사 기관은 (2016년의 총선의 경우) 보통 유선 20%와 무선 80%의 상대 비율을 사용한다. 노인들도 스마트폰을 쓰는 요즘, 유선 54%라는 큰 비율을 배분한 것은 부적절하며 특정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유선 전화를 받는 사람 중 젊은 층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젊은 가구는 유선 전화를 놓지 않고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상당 부분이 그렇다. 연령층 역시 보정을 한다지만, 보정은 보정일 뿐이다. 유선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여론조사는 신뢰성을 의심해 본다.


두 번째, 신문사의 여론조사를 누가 의뢰했을까? 표면상으로는 신문사 자체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한다. 그러나 신문사가 자비를 드려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용 부분은 사업상 극비이다. 따라서 일반 국민은 알 도리가 없다. 논리적인 추리만 가능하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비용을 부담하는 의뢰인이 "어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요구한다"고 의심해 볼 수 있다. 혹은 정치적 의도에 따라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


세 번째, 여론 조사기관은 보통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조사 전에 결정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두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두 후보의 동률을 만들기는 '누워서 떡 먹기'이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이를테면 나는 이런 방식을 사용해보겠다. 동률이 나올 때까지 계속하여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1%씩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선 40%와 무선 60% 비율로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그 결과 A 후보53%, B 후보 45%라고 하면 계속 유선 비율을 올려 어느 순간 A 후보 47%, B 보 47%가 될 것이다. 그 순간의 유무선 비율을 발표하면 된다. 그러면 유무선 비율 숫자는 54%처럼, '랜덤'하게 나올 것이다. 얼마나 쉬운가?


한발 더 나아가 동률이란 오차범위 안이라는 뜻이다. 만약 오차범위가 ±3%라면 극단적인 경우 동률은 ±6%를 의미한다. 따라서 동률인 경우 '그런가 보다'하고 그냥 무시하는 것이 현명한 해법이다.

네 번째, 조사 표본추출의 지역, 연령, 성별 등 비율을 조작하여 조사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 50세 이상의 참가자 비율이 49%라고 하자. 그런데 한국 총 유권자 분포(2017년 3월 31일 현재)를 보면 50세 이상의 유권자는 1855만 명으로 비율로 계산하면 44.6%이다. 이것은 조그만 예에 지나지 않는다. 조사기관은 원하면 지역별, 성별, 정치 성향 등을 쉽게 왜곡 할 수 있다. 물론 선관위의 감시가 있긴 하지만. 최근 선관위에 고발된 경우가 몇 개 있다.


다섯 번째, 전에는 5~6%이던 낮은 응답률이 최근에 15~20%까지 올라 조사 결과의 신빙성이 높아졌지만, 조작의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있다. 최근 무선전화의 경우에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김재광 교수는 JTBC<뉴스룸> 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8~9일 KBS-연합뉴스의 의뢰로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상한 점이 두 가지 정도가 발견되었다. 하나는, 없는 번호이거나 연령별 할당초과인 소위 '비적격' 비율이 40%~50%에서 10% 미만으로 갑자기 줄어들었다.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이상했던 부분은 그 무선전화에서 60개 국번만 계속 걸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무선전화 국번은 1만 (0-9,999개이다. 그런데 3월 조사에서는 무작위 추출 결과 8,000개 국번이 사용되고 4월 조사에서는 60개 국번만 사용했다. 참 이상하다."

이 인터뷰가 나간 다음날(4월 11일), 중앙선관위가 위에 언급한 코리아리서치 여론 조사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다. 결과를 보면 알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대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언론의 여론조사 조작 의심사례들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공정하고 깨끗한 대선을 일궈내기 위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여론조사 조작을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선관위에 고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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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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