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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사위 재러드와 '순실 게이트'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미중정상회담도 '이해충돌' 재러드 작품?

'이해관계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s)'이란 개인이나 회사, 또는 단체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자신이 맡은 업무나 타인의 이익, 단체나 조직의 공익성과 상충하는 상황을 뜻한다.

"자네가 콜로라도의 아스펜에 스키하러 갔기 때문에 강력히 추진한 건강보험법(소위 트럼프케어)이 국회에서 좌초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소문이다. 정치 경험이 전연 없는 사위 재러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인, 빗나간, 무책임한 신임을 확인해주는 꾸지람이다.

위의 두 구절을 합치면 상상하기도 싫은 괴상한 그림이 떠오른다. 트럼프와 재러드의 관계가 미국판 '순실 게이트'의 조합이란 시나리오이다. 다시 말하면, 최근 미국 정가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화제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자신에게 주어진 수도 없이 많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다가 혹시라도 '이해충돌'이란 함정에 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 신임을 받는 사위 쿠슈너 재러드 백악관 선임고문. 불과 36세의 사위 쿠슈너가 '미국판 최순실'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AP=연합

쿠슈너, '금수저' 출신 부동산 사업가


이런 '무서운' 우려는 과연 정당한 논리적 근거가 있는가? 이를 검토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문제를 짚어 보겠다.

• 재러드 쿠슈너는 누구인가?
• 트럼프 대통령이 사위 재러드를 백악관의 선임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맡긴 임무는 무엇인가?
• 미 언론은 재러드가 '이해충돌'의 함정에 빠질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맨 먼저 재러드의 경력을 요약해 보자. 재러드 쿠슈너는 1981년 1월 10일(현재 36세) 뉴저지 주의 정통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2009년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와 결혼했다: 재러드는 2003년 하버드 사회학과를 졸업, 2007년 뉴욕대 로스쿨과 MBA 과정을 마쳤다:


재러드는 25세가 되던 해인 2006년, 재벌들만을 고객으로 하는 '뉴욕 옵서버'를 10억 달러에 인수하여 언론사 발행인이 되었다:


재러드는 현재 가족기업인 '쿠슈너 컴퍼니스'의 CEO이다. 이 회사는 2007년에 18억 달러(당시 최고액의 부동산 매매 기록)를 주고 산 맨해튼 5번가 666번지의 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데 총거래 규모가 무려 140억 달러(약 16조 원)에 달한다. 지난 4월 2일 CNN은 '쿠슈너 컴퍼니스'가 최근 막대한 빚에 쪼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러드와 부인 이방카의 순 자산은 8억 달러(약 9000억 원)에 달한다.

다시 말하면, 재러드는 미국의 워싱턴 행정이나 의회, 외교 정책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고, 경쟁적인 생산 활동보다 '돈이 돈을 버는' 부동산 개발 기업의 CEO로 대통령 딸과 결혼한 미국의 금수저 중 금수저이다.


두 번째 문제로 가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명성을 가진 사위 재러드에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무거운 직책을 맡겼는지 검토해보자.


최근 미 정가에서는 "백악관에서 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는 재러드에게 보낸다”라는 농담이 유행한다. 지난 4월 8일 <워싱턴포스트>에 재러드의 과도한 업무를 풍자하는 만화가 실렸다. 한참 TV를 보던 트럼프가 옆에 서 있는 사위 재러드에게 하는 말이다. "자네에게 지금부터는 대외 정책, 국내 정책, 외교, 정부 기구 개편, 그리고 TV 리모컨을 찾아내는 임무……등을 맡기네."


재러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직책을 맡고 있나? 미 언론에 의하면 지난 3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의 선임고문인 사위 재러드에게 맡긴 중책은 다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재러드가 백악관 안에 설치할 예정인 '미국 혁신국'(The Office of American Innovation)의 운영을 맡는다. 미국 혁신국은 '전략 자문 위원의 특별 기동대(SWAT)'처럼 활동하므로, 잡다한 일상적인 정치 문제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는다.

미국 혁신국의 목적은 미 연방 관료제를 대폭 개혁하여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민간기업처럼 높은 효율성을 성취한다는 것으로, 주 업무는 다음 4가지이다. i) 재향군인 복지개혁, ii) 일부 정부 기능 민영화, iii) 마약중독 퇴치, 그리고 iv)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 개혁' 등이다.


마지막 업무인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 개혁'의 목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 모든 연방 부서와 기관의 테크놀로지와 데이터 인프라의 현대화, b) 인력 훈련 프로그램 리모델링, 그리고 c) 모든 국민이 사용할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업무를 IT 비전문가인 사위에게 맡긴 트럼프는 이 업무가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지를 모르는 것이 확실하다.

최근 영국 정부는 IT 인프라 개혁 하나만을 전담하는 특별 기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도 트럼프의 오만과 자만과 허풍의 표현인가? 아니면 개혁 정책의 어려움에 대한 무지의 소치인가?


둘째, 재러드는 중동 특사의 업무를 담당한다. 최악의 경우 자칫 세계 3차 대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 문제를,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질질 끌고 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상을 외교 전문가가 아닌 사위에게 맡겼다.

셋째, 재러드는 중국과의 관계를 담당하는 소통 특사직을 맡는다. 일부 언론은 지난 4월 6~7일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 회담도 재러드의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이번 미 중 정상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났다고 평가한다. 특히 세계 최대강국인 두 나라의 외교, 경제, 군사 관계 설정이 혹시라도 중국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준비하는 재러드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재러드는 멕시코와의 관계 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트럼프가 대선 내내 공약한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와 NAFTA 재협상 문제가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어떤 성과를 일궈낼지 걱정이 앞선다.


다섯째, 재러드는 미국 형사사법 제도 개혁을 맡는다. 구체적인 개혁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가 미래 걸린 중대 업무 총괄, 과연 수행 가능한가


위에 설명한 5가지 업무가 미국의 장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대하고 어려운 과제들인데 과연 재러드가 이들을 어느 정도 해낼까? 걱정이 앞선다.


우선 세번째 문제를 되짚어보자. 미 언론은 왜 재러드가 '이해관계 충돌'이란 악마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할까?


첫째, 남을 믿지 못하여 권리를 나눌 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위 재러드를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임명한 다음날(3월 27일), 미 언론들은 '친족 등용 금지법(Anti-Nepotism Law)'에 저촉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법은 대통령의 친척을 연방 정부의 내각이나 정부 공식직책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967년 케네디 대통령이 동생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후 의회에서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하여 만든 법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은 연방 기관이 아니므로 이 금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다고 설명하고, 재러드 본인은 선임 고문으로 일하는 기간 일절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 언론은 재러드에게 이 같은 막강한 직책을 맡긴 이유가 대선 중 공약한 워싱턴 정가의 부패를 대청소(Drain the Swamp)하기 위한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둘째, 트럼프가 사위 재러드에 대한 신임이 절대적이며 과도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관련 충돌 발생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재러드는 트럼프에게 '귓속말'을 꺼리낌 없이 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을 그냥 '도널드'라고 부를 수 있는 측근 중 측근이고 실세 중 실세이다.

"자네가 콜로라도의 아스펜에 스키 하러 갔기 때문에 강력히 추진한 건강보험법(소위 트럼프케어)이 국회에서 좌초되었다"는 트럼프의 꾸지람보다 사위 재러드에게서 기대하는 절대적이고 빗나간, 그리고 무책임한 신임을 보여주는 표현이 있을까?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거창한 진리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백악관의 웨스트윙에 자리 잡고 있는 측근들의 싸움에서 재러드가 독주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화당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대통령에게 근접할 수 있는 측근들의 다양한 제안이나 의견이 차단된 경우, 이해상충의 위험은 독버섯처럼 커지게 마련이다”고 경고한다.

셋째, 재러드가 이해충돌의 늪에 빠질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21일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지난해 7월부터 8개월이나 진행해 오던 '쿠슈너 컴퍼니스' 소유인 뉴욕 맨해튼 5번가 666번지 고층 건물의 대대적인 증축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협상을 이해충돌 위험 때문에 갑자기 중단했다. 혹시나 발생할 쿠슈너 가족의 이해충돌 때문이라 한다.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쿠슈너 가족 기업이 현재 추진 중인 75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 규모의 건물 증축 프로젝트에 무려 1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넷째, <뉴욕타임스>는 이미 지난 1월 29일 재러드의 이해충돌 문제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사에 따르면 재러드의 이해충돌 가능성은 장인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이해충돌 못지않게 '크고 복잡하고 다양'하다.


무엇보다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재러드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외교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재러드의 이해충돌 가능성은 미국의 국내외 정책 수립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럭비공 같은 예측할 수 없는 행정명령이 쏟아져 나오면서 미 국민 다수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 1주일 전에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트럼프케어 법안이 좌초했지만, 지난 4월 6일 미국은 전격적으로 시리아에 공습을 감행했다.


온 세계가 시리아 공습 후 러시아와 시리아의 대응이 어떨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재러드가 미국의 국운을 흔들 불미스러운 '이해충돌' 함정에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된다. 다행히 미국은 '청렴의 화신'이라 불리는 트루먼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이다. 그는 대통령 임기 중 개인 편지는 자기 돈으로 산 우표만을 사용하고, 퇴임 후에는 "대통령의 체험을 돈 받고 팔 수 없다"면서 일절 강연 요청을 거부한 '작은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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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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