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정 4년4개월이 막을 내렸다.
"백두산 호랑이처럼 세상을 향해 포효해보겠다"며 나름 호기를 부린 도지사 퇴임사는 보궐선거 봉쇄라는 꼼수에 퇴색됐다.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던 퇴임식장의 모습에는 지난날 막말과 불통, 독선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고, 그 진정성조차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부담의 요소'를 제거한 채 '홀가분하게' 떠났을 그의 정치적 뒤안길에는, 원망과 질타의 소금세례가 비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박'을 깨며 "다시는 오지 말라"고 소원했다.
대선이라는 큰 싸움판에 '대란대치'를 외치며 칼을 빼들었지만 '3분'의 정치적 꼼수로 경남도민의 참정권을 오롯이 빼앗아 대선행낭에 쟁인 그의 뒷모습은 그처럼 초라했다.
경남을 놀라게 했던 4년4개월
10일 열린 도지사 퇴임식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강력하고 새로운 우파 정부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세상에 증명토록 하겠다"며 "세상을 반드시 놀라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남도정 4년4개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도 했다.
맞다. 그의 말대로 지난 홍준표식 경남도정의 시간들은 갈등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놀라기도 참 많이 놀랐다.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과 무상급식 지원 중단, 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과 측근 구속, 성완종 블랙리스트 의혹, 미래교육재단 지원금 반환 논란, 끊이지 않았던 막말 등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경남도지사 홍준표'는 애초에 도민들과 한 약속이 있다. 지난 2012년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중도에 사퇴하는 일은 없다. 임기를 다하는 순간까지 도민과 함께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슬그머니 약속을 감추고 더 큰 야망을 이루겠다고 한다. 도민의 참정권은 빼앗지만 도지사 보궐선거에 드는 비용 300억 원을 줄여주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고 끝내 밀어붙였다.
법을 잘 아는 그는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했다. 행정자치부도 선거관리위원회도 속수무책이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도민의 여론도 소용없었다.
사퇴시한 3분을 남겨둔 지난 9일 오후 11시 57분 도지사 사퇴서는 제출됐고, 보궐선거는 없게 됐다. 내년 6월말까지 도정 공백은 불가피해졌고, 수치로 계산하기 힘든 피해는 오롯이 경남도민의 몫으로 남았다.
"대통령 후보직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
홍준표 후보가 도지사 심야사퇴 후 퇴임식을 진행하자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정영훈 위원장은 10일 오전 11시30분 창원지방법원에 홍준표 전 지사의 사퇴와 관련해 홍 지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정영훈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무덤을 팠다면 홍준표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의 관을 짠 격"이라며 "홍준표 전 지사의 헌법파괴식 꼼수사태로 도민의 참정권은 짓밟혔다"고 손배 청구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홍 전 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비롯해 사퇴 행위가 위헌·위법하다고 보고 대통령후보 자격정지 가처분 등 필요한 모든 법적·정치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경남도당도 성명서를 통해 "어차피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지금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도지사를 하겠다는 사욕을 염두에 둔 비열한 꼼수를 부렸다"며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성완종 리스트의 대법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을 겸허히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피선거권 박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당은 "홍 전 지사의 반헌법적 행정폭력 만행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를 하게 만들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또 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으로 형사고발 조치를 할 것임을 밝혔다.
노동당 경남도당도 행정자치부가 류순현 권한대행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
노동당 경남도당은 "도지사가 없어도 도정이 별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라는 홍 전 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마찬가지로 행정부지사가 없어도 잘 돌아갈 것"이라며 "도민의 참정권을 유린한 자들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행자부장관은 행정부지사에 대한 징계 절차를 즉시 개시하라"고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논평을 내고 "홍 전 지사는 오늘 퇴임식에서뿐만 아니라 수차례에 걸쳐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든 세력이라고 악의적 발언을 일삼아 왔다"며 "적폐 정치인은 바로 홍 전 지사이며, 자신의 무덤이 될 대선을 잘 치르길 바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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