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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1인 미디어 역사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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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1인 미디어 역사를 돌아보다

[ACT!] 1인 미디어, 대안 언론에서 엔터테인먼트가 되다

2017년, 한국을 비롯한 온 세계는 1인 미디어로 뒤덮여 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는 물론이고 인터넷은 물론 공중파, 케이블 TV에서도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을 광범위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흔하게 접하는 1인 미디어의 모습은 과연 1인 미디어가 처음 주목을 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대안 언론으로 주목받던 1인 미디어가 새로운 오락의 선두주자이자 산업 수단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짚어보았습니다.

주말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별 생각 없이 TV 채널을 돌려보는데 전에는 보지 못했던 채널이 하나 생겼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 나오긴 하는데 어딘가 기분이 이상하다. 대도서관, 밴쯔, 허팝… 모두들 유튜브에서나 보던 사람인데 왜 케이블 TV에 나오는 걸까?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국의 미디어 대기업인 CJ E&M이 자사가 소유한 미국 드라마 전용 케이블 채널 ‘OCN Series’(오씨엔 시리즈)를 2017년 1월 1일부로 ‘DIA TV’라는 이름의 1인 미디어 전용 채널로 전환한 것이다.

DIA TV는 CJ E&M이 2013년 7월에 설립한 한국 최초의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의 약자, 1인 미디어들이 묶인 네트워크를 칭하는 말)이자 한국 최대의 MCN 브랜드이다. 이미 예전부터 DIA TV는 본격적으로 컨텐츠 제작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바가 있었다. 단순히 1인 미디어들과 계약을 맺는 것을 넘어 독자적으로 1인 미디어 제작자를 규합해 자체적인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물론, 상암 DMC에 위치한 CJ E&M 스튜디오와 별개로 홍대에 DIA TV만을 위한 자체적인 방송 스튜디오를 건립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 최초로 1인 미디어만을 위한 방송 채널을 개국하게 되었다.

어디 DIA TV뿐일까. 이제 더 이상 1인 미디어는 인터넷 트렌드에 익숙하다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된지 오래다. 이미 한국인 대다수는 SNS를 통해 1인 미디어를 매일 같이 운영하고 있다. 홍보, 마케팅에 있어서는 물론 신문, 잡지나 방송 같은 올드 미디어도 1인 미디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올드 미디어가 1인 미디어와 만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5년 MBC에서 방송을 시작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다. <마리텔>은 1인 미디어가 전통적인 방송과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높은 시청률과 영향력으로 입증했다. 그러나 <마리텔>을 제외하면 1인 미디어와 방송의 조합을 콘셉트로 내건 프로그램은 유의미한 성공 사례를 아직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자체도 백종원을 비롯해 초반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끈 인물들이 차츰 출연을 중단하며 조금씩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올드 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만남이 마냥 주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신문으로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1인 미디어를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성격의 블로거들이 모여 콘텐츠를 만드는 콘셉트을 가진 미국의 인터넷 신문 <허핑턴 포스트>와 제휴를 맺고 2013년부터 한국판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EBS는 현재 DIA TV에 소속되어 있는 1인 미디어 제작자 ‘대도서관’을 2016년 하반기에 새롭게 방송을 시작한 직업 정보 프로그램 <대도서관 잡쇼>의 MC로 캐스팅하며 전통적인 방송과 1인 미디어의 이종교배를 꾀했다.

하지만 한겨레의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유행하고 퍼지고 있는 1인 미디어 대다수는 오락이나 예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로 잔뜩 무장한 1인 미디어는 조금씩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시사적이거나 대안적인 성향의 1인 미디어는 좀처럼 찾으려고 해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 마치 원래부터 없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1인 미디어는 그저 웃기고, 재미만 추구하는 매체였을까? 한국 1인 미디어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1인 미디어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한 번 생각해보자.

조금씩 무르익던 1인 미디어, 촛불 시위와 만나며 폭발하다

‘1인 미디어’라는 말은 과연 언제부터 등장한 것일까. 한국에서 1인 미디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2003-2004년경 한국에 본격적으로 블로그가 도입된 시기부터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 ‘1인 미디어’가 한국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유행처럼 퍼진 ‘개인 홈페이지’는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퍼트린다는 차원에서 현재의 1인 미디어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1999년에 창간된 <오마이뉴스>역시 ‘시민 기자’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초기적인 형태의 1인 미디어라 판단할 수 있다. 사이트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자기가 쓴 기사 콘텐츠를 게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한국에 ‘1인 미디어’를 각인시킨 중대한 계기는 결국 ‘블로그’였다. 2003년 네이버를 시작으로 도입된 ‘블로그’는 다음, 네이트, 파란을 비롯한 포털 사이트들이 서비스하는 것은 물론 ‘이글루스’나 ‘티스토리’ 같이 블로그만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등장할 정도로 큰 열풍이 일었다.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은 미리 정해진 틀에 따라 디자인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럴싸한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들 수 있는 블로그 서비스에 많은 호응을 보냈다. 2005년에는 다음이 ‘블로거 뉴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하며 블로거들이 쓴 다양한 글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되었다.

블로그 붐이 일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유튜브’(YouTube)가 등장하며 일기 시작한 동영상 기반 1인 미디어- 일명 ‘UCC’(User Created Contents,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창작한 콘텐츠)(*주1)의 붐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게 되었다. 글, 때때로 그림이 전부였던 1인 미디어에 익숙했던 상황에서 TV에서나 볼법한 각종 영상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마치 블로그가 한국에 처음 상륙할 때 그랬던 것처럼 포털 사이트들이 가장 먼저 이러한 붐에 화답했고, ‘엠앤캐스트’나 ‘엠군’ 같은 동영상 전문 사이트가 선을 보였다.

또한 유튜브가 서비스를 시작한 2005년, 한국에는 또 다른 동영상 서비스인 ‘W플레이어’가 출범했다. 단순히 동영상을 게시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으로 영상을 만드는 ‘1인 방송’ 개념의 동영상 서비스였다. 당시로썬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 신개념 동영상 서비스는 2006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우리가 잘 아는 명칭인 ‘아프리카TV’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글과 그림을 넘어 ‘동영상’이 1인 미디어의 보편적인 매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며 1인 미디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완성되었지만, 곧바로 1인 미디어가 대세가 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한국 인터넷의 중심은 포털 또는 커뮤니티였다. 네이버와 다음이 많은 사람들의 시작 페이지가 되고, ‘디씨인사이드’나 ‘다음 아고라’, ‘서프라이즈’와 같은 커뮤니티가 2004년 촛불 시위와 맞물려 급속도로 성장했다. 같은 시기 블로그가 인기를 얻고, UCC가 큰 주목을 받았지만 여전히 1인 미디어에 대한 인식은 콘텐츠를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이상을 넘지 못했다.

그러던 1인 미디어가 결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친 계기는 2008년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 집회였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 이후 다시 촛불이 광장에서 크게 타올랐지만, 이명박 정권은 조금씩 언론을 자기 입맛대로 장악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방송사 대부분은 촛불 집회에 대한 취재를 점차 중단하거나 정권이 원하는 방향대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촛불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폭력 진압으로 시위대를 공격하는 경찰에 대한 분노가 쌓아 오를 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대안 언론’이 되어 시위 현장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중반에 쌓인 기반은 고스란히 이들이 전달하는 촛불 시위의 모습을 전달하는 1인 미디어가 되도록 만들었다.

이 때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1인 미디어가 바로 ‘미디어몽구’이다. 그는 2005년 말 한창 줄기세포 연구의 조작 논란으로 화제선상에 오른 황우석 교수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때, 우연히도 병원이 집 근처에 있어 간단하게 병원 내부 상황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면서 처음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6년 내부 보강공사를 마친 잠실 롯데월드가 아무런 안전 대책도 세우지 않고 무료 입장을 개시해 아비규환이 된 모습을 촬영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촛불 집회 현장을 계속 촬영하고 그 모습을 스케치로 담아내며 기존의 언론들보다도 더욱 생생하게 촛불의 이야기를 전하는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었다.

2008년의 촛불 집회를 거치며 블로그나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을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는 곧 대안 언론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몇몇 신문을 제외하고는 방송사 대부분이 정권의 압박에 시달리며 점차 사회 현안에 대한 이야기나 보도를 꺼릴 때, 1인 미디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규제 기관 정도를 제외하면 큰 제약 없이 다양한 사회 이슈를 전달할 수 있었다. 많은 언론인들이나 연구자들도 1인 미디어에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양문석 당시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2008년 6월 15일 <미디어스>를 통해 1인 미디어가 “직접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기회이자 지역 방송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는 기회”라 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2008년 6월 26일 촛불 집회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며 1인 미디어에 대해 “소수 기성 매체가 독점하던 언론 권력을 개인에게 수평적으로 되돌려 준 역사적인 첫 사례”라 말하며 상찬을 아끼지 않았다. 점차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기존 언론을 곧장이라도 1인 미디어가 대체할 것만 같았다.

새로운 예능과 매체 산업의 진원지가 된 1인 미디어

하지만 촛불 집회로 지펴진 1인 미디어의 대안 언론적인 흐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딴지일보가 <나는 꼼수다>를 만들며 한국에 본격적인 팟캐스트 붐이 일고, 기존 언론들에게 부당하게 해직당한 기자들이 각각 <뉴스타파>나 <고발뉴스> 등을 만들며 대안 언론의 불씨는 계속 이어졌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어디까지나 1인 미디어가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언론인들이 만든 시도였다.

대다수의 1인 미디어가 후원금을 받는 것을 제외하면 오로지 미디어를 만드는 개인 혼자의 노력만으로 버텨야 하는 현실에서 점차 대안 언론의 모습을 보이던 1인 미디어들은 점차 활동을 중단하거나 기존 매체에 흡수되었다. 오랫동안 함께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디어몽구가 약 1년 간 <뉴스타파>에서 활동했던 것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1인 미디어의 대안 언론적인 성격이 점차 약화되는 사이에 예능, 오락적인 성격이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러한 성격의 1인 미디어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방송 심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다수의 TV 채널과 달리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서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1인 미디어는 상대적으로 심의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러한 특성은 1인 미디어로 하여금 큰 압박을 받지 않는 대안 언론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수위의 개그나 기행을 보여줘도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는 뜻도 된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1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철구’를 비롯한 몇몇 1인 미디어는 마구 욕설을 뱉거나 사회의 통념과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점차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이러한 1인 미디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들의 모습은 곧 1인 미디어의 어두운 단면이 되었다.

하지만 조금씩 기존 방송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행동과 언행으로 무장한 1인 미디어가 속속 출현하며 오락적인 성격의 1인 미디어는 어느덧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기존의 매체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는 재미를 선사하는 방송으로 점차 자리 잡았다. 1인 미디어가 다루는 영역도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게임 방송이나 단순히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면 콩트를 비롯해 과학 실험, 요리, 뷰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가지치기를 하게 되었다.

오락적인 1인 미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주목이 점차 증가하자 자본들도 점차 1인 미디어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1인 미디어를 지탱하는 것은 시청자고, 이 시청자가 1인 미디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접속하거나 자신이 즐겨 보는 1인 미디어 제작자에게 후원을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TV를 상징하는 ‘별풍선’은 1인 미디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별풍선은 1인 미디어를 만드는 제작자들이 수익을 얻기 위해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구걸’한다는 프레임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1인 미디어가 산업의 영역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근거기도 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TV가 별풍선 판매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자, 수많은 기업들이 1인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KT는 일본 소프트뱅크사와 협약을 통해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튜브 다음의 지위를 지니고 있던 ‘유스트림’(Ustream)의 한국 서비스를 2012년 개시했다. 비록 이렇다 할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서비스 개시 3년 만에 한국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지만 KT와 같이 통신 산업에서 과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 업체도 1인 미디어 시장에 관심을 보내고 있음을 보내주는 신호가 되었다.

다음카카오는 기존에 운영하던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 ‘tv팟 Live’를 2015년에 개편하며 시청자 후원 기능을 추가했고, 2017년 2월에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운영되던 동영상 서비스 ‘카카오TV’에 이를 흡수하며 한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인기를 1인 미디어 시장에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구글의 ‘유튜브’, 아마존의 ‘트위치’(Twitch)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후원 기능을 강화하며 한국의 1인 미디어 산업에 깊은 관심을 보냈다. CJ E&M 역시 앞서 설명했던 1인 미디어 기획사 DIA TV를 설립하는 것은 물론, 2017년에는 동명의 케이블 채널까지 설립하며 더욱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분

설명

대표적인 제작자

대안 언론으로서의 1인 미디어

(2007 ~ 2010)

기존 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사회, 시사 영역의 주제를 주로 소개한다.

미디어몽구, 아이엠피터,

시크릿 오브 코리아, 국범근

예능, 오락적 성격의 1인 미디어

(2013 ~ )

게임, 토크, 요리, 뷰티 등 시청자들이 흥미 차원에서 볼법한 컨텐츠를 주로 제작한다. 이들 1인 미디어 중 일부는 1인 미디어들이 규합된 네트워크 조직인 MCN을 형성하기도 한다.

대도서관(게임), 소프(요리),

허팝(과학 실험), 씬님(뷰티)


1인 미디어,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이렇게 대안 언론으로 주목받았던 1인 미디어는 2017년 현재 뉴미디어 산업의 촉망받는 영역으로서 이야기되고 있다. 계속 1인 미디어는 기존에 없었던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더 이상 1인 미디어 대다수는 대안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미디어몽구, ‘쥐픽쳐스’의 국범근과 같이 꾸준히 활동하는 1인 미디어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1인 미디어의 중심선상에는 놓여 있지 않다. 그 대신 기존 매체 산업에 포섭되어 그 안에서 새로운 금맥을 발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보다 훨씬 앞서서 1인 미디어가 활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발달한 미국은 기존에 활동하던 거대 미디어 회사들이 앞장서서 1인 미디어를 자신들 안으로 포섭하고 있다. 현재 헐리우드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쳐스와 미국의 공중파 방송사 CBS 등을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그룹 비아콤(Viacom)은 일찍이 자사 계열의 게임 웹진 IGN을 통해 2000년대 중후반부터 게임을 다루는 1인 미디어를 끌어들였다. 다양한 욕설을 쓰며 나쁜 게임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유명한 1인 미디어이자 비디오 팟캐스트 ‘AVGN’(Angry Video Game Nerd, 화난 비디오 게임 매니아)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트위치 등의 동영상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MCN과 같은 1인 미디어 기획사가 점차 생기자 미디어 기업들은 MCN을 인수하거나 직접 만드는 방향으로 1인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디즈니는 기존에 설립된 MCN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1인 미디어 시장에 진출했고, 드림웍스는 통신사 버라이즌과 잡지 중심의 미디어 그룹인 허스트와 협력하여 MCN ‘어썸니스TV’(AwesomenessTV)를 만들었다. 비아콤은 영화사 라이온스게이트(Lionsgate)와 월스트리트의 투자사들과 협력해 MCN ‘디파이 미디어’(Defy Media)를 창설했다.

하지만 미국의 상황은 한국과 비슷해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또 다르다. 기존 미디어 대기업이 분명 1인 미디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대안 언론적인 성격의 1인 미디어 역시 나름대로의 영역을 여전히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과 달리 공동체 미디어가 오랜 시간 동안 입지를 굳게 자리 잡던 상황에서, 기존의 공동체 미디어가 1인 미디어에 진출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TYT 네트워크는 공동체 미디어가 성공적으로 1인 미디어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래 2002년 위성 라디오인 ‘시리우스 새틀라이트 라디오’(Sirius Satelliete Radio)를 통해 퍼블릭 액세스의 차원에서 처음 방송을 시작한 진보적 시사 토크 프로그램 <더 영 턱스>(The Young Turks)에 기반을 둔 TYT 네트워크는 2006년 본격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며 1인 미디어의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후 차츰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더니 2017년 현재 유튜브 콘텐츠의 1일 평균 조회수가 900만 건에 이르는 거대한 매체가 되었다. 영국의 일간 신문 <인디펜던트>(The Independet)는 2014년 9월 28일자 기사를 통해 TYT 네트워크의 <더 영 턱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온라인 뉴스쇼’라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1인 미디어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새해 벽두를 장식한 DIA TV의 케이블 채널 개국은 산업적인 차원으로의 한국의 1인 미디어가 점차 무르익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퍼블릭 엑세스는 물론 대안 언론으로서의 1인 미디어는 2008년경 잠시 주목을 받은 이후로는 간신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마당이다.

물론 대안 언론적인 성격의 1인 미디어만이 진정한 1인 미디어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미디어 환경이 오랜 시간동안 경직된 상황에서 오락적인 성격의 1인 미디어 역시 이전에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웃음과 흥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며 미디어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창출하게 만든 의의는 분명 있다. 하지만 이들 1인 미디어 대부분이 기존 매체로 빠르게 흡수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대신 기존의 미디어 권력을 더욱 증대시키는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퍼블릭 액세스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이보다 더욱 급진적인 성향을 지닌 1인 미디어가 또 하나의 언론으로서 자리 잡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지 않았을까. 여전히 한국의 언론과 미디어가 소수에 불과한 대형 매체에 치중되어 있고, 2000년대 간신히 방송법 개정과 함께 한국의 퍼블릭 액세스 운동은 여러 부침을 겪으며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지역에서 지역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뉴스를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다른 개인들이 만든 뉴스를 보는 것은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법이다.

그런 의미로 대형 기업과 오락에 집중되는 한국 1인 미디어의 성장이 아쉽다면, 지금 내가 사는 곳 주변에서 어떤 공동체라디오나 마을미디어가 제작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 없다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혹시 모르지 않나. 그곳에서 한국의 TYT Network 같은 새로운 대안 1인 미디어가 등장할지.

*주1) 정작 해외에서는 UCC라는 약어 대신 UGC(User Generated Contents, 뜻 자체는 UCC와 차이가 없음.) 라는 말을 쓰고, 말 자체도 동영상뿐만 아니라 모든 1인 미디어 콘텐츠를 통칭하는 말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동영상 1인 미디어’에 한정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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